해외입양 산업, 미혼모에 대한 편견 위에 기생했다

[대통령 사과에도 해외입양은 왜 계속되나] ② 반복된 해외입양 단계적 중단 약속

이재명 정부는 2025년 12월 26일 '제3차 아동정책기본계획'에서 해외입양의 단계적 중단을 선언했다. '아동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국가 책임 인식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러나 즉각적인 중단이 아니라 2029년까지 해외입양을 '0명'으로 줄이겠다는 예고는 과거 정부들이 반복해 온 약속을 떠올리게 한다.

박정희 정부는 1975년 '국외입양 단계적 축소, 1984년까지 중단'을 약속했고, 노태우·노무현 정부 시기에도 1989년 '1996년까지 중단', 2005년 '쿼터제로 단계적 축소, 4~5년 안에 중단'이라는 계획이 제시되었지만 어느 것도 실현되지 않았다. 정부는 관련 발표마다 새로이 '아동 최선의 이익'을 강조하지만, 이는 이미 25년 전 한국이 비준한 UN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오래된 원칙이다. 더구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를 통해 해외입양 과정의 구조적 인권침해가 확인된 상황에서, 아동 송출을 '몇 년 뒤에 멈추겠다'고 유예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가? 해외입양 제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지금 이 시점에서 과연 어떠한 아동의 이익에 부합하는가?

왜 아이들은 한국을 떠났는가

지난해 12월 정부 부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대통령이 "미혼모 지원 사업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느냐"고 묻자, 보건복지부는 해당 사업이 성평등가족부 소관이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과 비판이 쏟아졌다. 대통령의 질문은 단순한 소관 부처 확인이 아니라, 해외입양에 대한 반성과 점검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라 믿는다. 실제로 해외입양 대상 아동의 상당수는 미혼모의 자녀였다.

나는 이 논란이 '미혼모 지원이 어느 부처의 일인가'를 따지는 공방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오히려 보건복지부와 성평등가족부가 각자의 자리에서 운영해 온 정책과 사업들이 왜 위기 가족의 삶 속에서 단절 없이 이어지지 못했는지를 묻고 싶다. 그리고 미혼모 지원 정책이 제도적으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아이를 포기해야 하는 비극이 반복되는지를 따져보고 싶다.

아동의 분리는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지원의 단절'에서 시작된다

입양은 아동이 친부모로부터 분리되는 순간에서 시작된다. 이 분리는 흔히 개인의 선택이나 부모의 의지 부족으로 설명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한 판단으로 환원될 수 없다. 아동과 가족의 분리는 양육 조건과 역량, 양육 의지에 가해지는 압박, 경제와 주거의 불안정, 관계 속의 폭력, 사회적 고립과 낙인이 중첩되며 누적된 구조적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양을 논하기에 앞서,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분리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예방적·통합적 가족 지원이 먼저 작동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이 충분히 완화되지 않는 한, 입양은 미혼모 지원의 실패를 사후적으로 떠안는 장치로 기능하게 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국가가 모든 아동의 권리를 보장할 의무를 지는 동시에, 부모가 그 책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함을 명시한다. 이는 아동 보호가 곧 가족 지원에서 출발해야 함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러한 지원이 가족의 실제 시간표와 맞물려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임신 확인부터 출산과 산후 회복, 초기 양육, 위기의 심화, 그리고 분리 결정에 이르기까지 가족의 삶은 하나의 연속선 위에 놓여 있지만, 정책 지원은 부처와 사업, 대상 기준에 따라 분절되어 제공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혼모 지원은 성평등가족부 소관"이라는 답변은 행정적으로는 일부 타당할 수 있으나, 아동복지정책의 본질과 가족 지원이라는 목표를 기준으로 보면 틀린 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인식이 책임을 '소관'이라는 이름으로 분산시키며 지원의 단절을 제도적으로 정당화한다는 점이다.

임신과 출산 시기, 미혼모 지원의 부재

현행 체계에서 성평등가족부가 미혼모를 포함한 한부모 정책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성평등가족부는 '한부모가족지원법'에 근거해 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선별하고, 저소득 한부모나 청소년 한부모에게 추가 양육비와 학용품비 등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 정책은 빈곤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다는 한계가 있다. 예컨대 주택을 소유한 부모와 동거하는 청소년 한부모의 경우, 실제 양육의 어려움과 무관하게 가구소득이 높게 산정되어 지원에서 배제될 수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아동복지법' 제37조에 따라 드림스타트 사업을 통해 취약가정과 아동을 지원하고 있다. 드림스타트는 기초지자체마다 전담팀을 두고 사례관리를 수행하며, 대상은 통상 만 0세(임산부 포함)부터 만 12세까지의 아동과 그 가정으로, 미혼모 가정도 포함된다. 소득 기준으로 현금 급여를 받지 못하더라도, 아동 발달에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기저귀·급식비·병원비 등을 현물 또는 비용 대납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은 여전히 출산 이후에 초점을 두고 있다. 자녀 양육의 가능성은 임신 기간 동안 주거와 생계, 안전이 일정 수준 이상 안정될 때 비로소 높아지지만, 출산 이전의 실질적 지원은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 '위기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위기임산부 상담과 서비스 연계 체계를 마련했으나, 미혼 임산부가 임신 기간 중 주거와 생계를 안정적으로 지원받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크다. 이 시기는 학업과 고용이 중단될 위험이 집중되는 동시에, 아동을 직접 양육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정책의 무게중심은 사후적 지원에 머무르면서, 출산 전 안정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육을 선택하기 어려운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더욱이 이 법에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자신의 신원을 숨기고 아이를 포기하는 '보호출산'을 선택한 산모에게는 의료비와 함께 7일간의 숙려기간 동안 총 140만 원이 제공된다. 반면, 양육을 선택한 미혼모는 주거·생계·돌봄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충분한 초기 지원을 받기 어렵고, 받을 수 있는 지원은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라 소득 심사를 거쳐 지급되는 월 23만 원 수준의 아동양육비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출산 직후 결정적 시점에서의 지원 격차는, 의도하지 않더라도 양육을 포기하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한편, 보호출산의 경우 아동은 출생과 동시에 부모와 분리되고, 단독의 성과 본이 창설되며, 친부의 동의 없이 친모의 신청만으로 출생 정보가 봉인된다. 이는 과거 해외입양 과정에서 인권침해로 지적되었던 것처럼, 제도적으로 '서류상 고아'를 만들어내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

가족지원정책의 본래 목표는 가족이 분리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그러나 위기임신·보호출산 제도는 양육을 유지하기 위한 지원보다 분리를 선택했을 때의 지원을 상대적으로 두텁게 설계함으로써, 그 목표와 충돌한다. 또한, 이 제도는 아동을 합법적으로 유가할 수 있는 경로를 열어두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요보호 아동'을 구조적으로 양산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

"누구 소관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빈틈없이 지원할까"가 되도록

보건복지부와 성평등가족부에 "미혼모의 아동과 가족을 위한 지원이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양쪽 다 있다"고 답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지원이 같은 목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쉽게 답하기 어렵다. 임신·출산지원정책(보건복지부), 한부모가족정책(성평등가족부), 취약가정 및 보호대상아동 지원정책(보건복지부)은 각기 다른 시간표와 기준에 따라 움직인다.

아동에 대한 지원은 곧 가족에 대한 지원이며, 그 효과는 출산 전과 후, 초기 양육기를 거쳐 성장기에 이르기까지 끊김 없이 이어질 때 비로소 나타난다. 흩어져 있는 제도를 하나의 연속된 흐름으로 묶어 관리하고, 제도 사이의 공백을 책임 있게 채워야 한다. 임신·출산기의 미혼모 지원 필요성을 보건복지부가 아동복지정책의 핵심 과제로 명확히 인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해외입양의 중단은 단순히 "더 이상 아이를 해외로 보내지 않겠다"는 선언에 그치는 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아동이 가족과 공동체,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보존한 채 태어난 나라에서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의 책임 체계를 재설계하자는 요청이다. 그 출발점은 아이를 어디로 보낼지를 묻기 전에, 국가가 아이와 가족이 분리되지 않도록 어떻게 지킬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는 데 있다. 아동을 보호체계로 밀어 넣는 구조를 반복하는 대신, 각자의 자리에서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의 지향점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

▲입양관련 기록물들. ⓒEARS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