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연찬회 뒤 안철수 "정부, 이념공세에 집중…중도층 돌아설까 우려돼"

총선 전열 정비 나섰지만 '수도권 위기론'·'중도층 전략'·'경제 낙관론' 등 두고 당내 이견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8개월여 앞두고 전열 정비를 위해 1박 2일 국회의원 연찬회를 열었지만, 이른바 '수도권 위기론'을 놓고 대통령실 및 당 지도부와 수도권 비주류 중진 의원들 간에 온도차가 감지됐다.

경기 성남분당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29일 연찬회가 끝난 직후 페이스북에 "이번 연찬회를 통해 당 지도부에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3가지 방법에 대한 진언을 드렸다"고 썼다.

안 의원은 "중도층은 민생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정부가 최근에 이념 공세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며 "민생과 경제를 염려하는 여론을 잘 파악해서 대응책을 마련할 때만이 합리적 중도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합리적인 성향의 중도층이 떠나면 총선에서 승리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의 이같은 말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연찬회에 참석해 "제일 중요한 게 이념"이라고 강조한 직후 나와 눈길을 끌었다.

안 의원은 또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들은 미해결 상태로 쌓아두지 말고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며 "수능 문제, 서울-양평 고속도로 등 누적된 현안들을 해결하지 않고 그대로 쌓아두는 것은 국민께도 도리가 아니며 총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경기가 좋아질 거라는 낙관론에만 사로잡히기보다는, 소상공인, 미취업 청년 등 소외되고 힘든 서민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경제상황에 대해 특별관리를 해야 한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민심은 우리를 떠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또 "수도권을 비롯한 열세지역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당의 지도부가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수도권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체 지역구 의석수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도권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총선 승리란 있을 수 없다. 저는 대통령과 단일화한 사람으로서 현 정부의 성공에 대한 큰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이날 연찬회 비공개 자유토론 뒤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없는 민주당'에 대해 준비를 해야 된다. 그래서 혁신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며 "당 지도부를 뒷받침하기 위해 혁신위를 구성해 2030, 중도, 수도권에 어울리는 전략과 정책, 메시지와 공약을 발굴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앞서 윤 의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여론조사에서) '내년 총선에 어느 당을 찍을 거냐'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대체로 민주당을 찍겠다는 여론이 훨씬 더 높게 나온다"고 '수도권 위기론'을 제기한 이유를 밝힌 뒤 "우리가 좀 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내일 당 지도부를 보완하고 보강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안을 드리려 한다"고 했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28일 인천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 위기론에 대통령실 "언론이 만든 이야기", 당 지도부 "수도권 선거 늘 어렵다"

안 의원과 윤 의원이 모두 강조한 '수도권 위기론'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전날 연찬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도권 위기론'에 대한 생각을 묻는 말에 "언론이 만든 이야기"라며 "수도권이 언제든지 위기였다. 언제 좋을 때가 있었나"라고 답했다.

그는 '수도권에 출마할 인재가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수도권에 오랫동안 저쪽 당 의원들이 자리를 잡아서 사람이 없는 것 같이 보이는 것은 맞다"면서도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는 그 정도 네임밸류(name value)의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지 출마할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전날 연찬회 워크숍 모두발언에서 "수도권 선거 어렵다 아니다 여러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건강한 논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수도권이 어렵지 않은 때가 한 번 빼고 없지 않았나"라고 이 수석과 비슷한 관점을 취했다. 그러면서 그는 "좋은 인물, 경쟁력 있는 인물이 앞으로 나서도록 하고 새바람을 일으키고 개혁을 주도하게 하면 취약 지역, 수도권에서도 압승 기반을 만들 거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전날 연찬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기(수도권)가 승부처이기 때문에 늘 가장 선거를 치르면서 고민하는 지역"이라고 일반론적 관점을 꺼낸 뒤 "인물, 전략, 공략 포인트 이런 것들을 조만간 수립할 것이다. 수도권에서 선거를 치러야 되는 의원님들 입장에서는 여러 걱정을 갖고 의견을 말씀해 주시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원권 정지 중인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수도권에서 우리가 압도적으로 승리한다든가 총선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수도권 위기론이 번지면 마치 총선에서 패배할 것 같은 패배주의에 사로잡힐 수 있기 때문에 수도권 위기론이라는 말을 공론화해서 퍼뜨린다든가, 그것을 근거 기반으로 해서 모든 전략을 짜는 것은 옳은 방향은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분위기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실이나 당 지도부는 영남·강원 등 여당 당세가 강한 점을 지역적 배경으로 두고 있다는 점도 눈에 들어온다. 이 수석은 부산 동래에서 18~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 대표는 울산 남구을, 윤 원내대표는 대구 달서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김 최고위원도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을 했었다.

安 '중도층 지지 강조'·'경제 낙관론 비판'…尹 대통령, 정부 겨냥했나

중도층 지지 강조, 경제 낙관론 비판 등 안 의원의 주장은 이번 연찬회에서 윤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연찬회 중 꺼낸 발언과 대립된다는 점에도 눈이 간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연찬회 저녁식사 자리에서 정치사회적 반대 세력을 "철지난 엉터리 사기 이념에 매몰"됐다고 규정하고,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여론을 겨냥해 "1+1은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세력들하고 우리가 싸울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등 중도 설득보다는 상대 진영에 대한 공세를 폈다. (☞관련기사 : 尹대통령, 야당 겨냥 "1+1=100이라는 사람들…이런 세력과 싸울 수밖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날 연찬회 강연에서 "일본이 최근에 성장세가 좋은데 내년은 우리가 좋을 것"이라며 "지역구 열심히 하시라. 제가 있을 때는 시장을 잘 챙기겠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 정부와의 '원팀' 체제를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는 전날 연찬회 저녁식사 자리에서 "사즉생의 각오, '내가 윤석열이다. 모두가 윤석열이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우리의 방향은 늘 국민과 민생에 있어야 한다. 연찬회는 이런 결의를 다지며 정기국회를 준비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국민의힘, 尹대통령 참석 가운데 연찬회…"내가 윤석열이라는 마음 가져야")

같은 자리에서 김 대표는 "추 부총리 보고한 것처럼 경제 좋아지고 있는 확실한 지표 보셨나"라며 "국가안보 튼튼해지고 민생경제 좋아지고, 거기다가 우리가 열심히 바로 뛰기만 하면서 소통하면 내년 총선에서 이길 것"이라고 의원들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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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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