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6월 초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성사된다면 2019년 6월 이후 7년 만의 방북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방북의 진짜 의미는 단순한 '북중 관계 복원'이라는 외교적 수사 너머에 있다. 시진핑은 평양으로 세 개의 열쇠를 들고 간다. 두만강 출해권, 북미 대화 중재, 그리고 북중러 삼각 연대의 재정렬이다. 이 세 열쇠가 각각 어떤 문을 열려 하는지를 읽어야 이번 방북의 전략적 지형이 비로소 보인다.
5월 베이징의 연쇄 외교와 방북의 맥락
이번 방북은 홀로 떨어진 이벤트가 아니다. 촘촘하게 기획된 외교적 연쇄의 마지막 고리다. 5월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양국은 한반도 문제를 포함해 중동·우크라이나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트럼프가 떠난 지 닷새 만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과 마주 앉아 무역·과학 등 20개 분야 협력을 약속했다. 중러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하며, 미중 정상회담의 온도와 정반대되는 강경 메시지를 쏘아 올렸다.
5월 한 달, 베이징은 트럼프·푸틴·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를 차례로 맞이하는 '세계의 접견실'이 됐다. 시진핑이 미국과의 전략적 안정도 모색하면서 동시에 러시아와의 반미 공조를 과시하는 이중 행보는, 다극 질서의 설계자로서 베이징의 자기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이 거대한 판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바로 평양이다.
첫 번째 열쇠: 두만강, 35년 묵은 권리의 현금화
이번 방북에서 가장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의제는 두만강 출해권이다. 중러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1991년 '중소국경 동부 구간에 관한 협정' 제9조에 따라, 북한과 함께 두만강을 통해 바다로 진출하는 문제에 관한 3자 협의를 계속하겠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는 동해로 연결되는 해상 통로 확보 문제와 직결된 사안으로, 동북아 지역의 물류·전략 환경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한 줄의 무게를 제대로 읽으려면 역사적 맥락이 필요하다. 중국 동북 3성, 특히 지린성은 한때 바다에 직접 접한 땅이었다. 1860년 베이징 조약으로 청나라가 러시아에 연해주를 할양하면서 두만강 하구 15km 남짓을 사이에 두고 동해에서 차단됐다. 1991년 소련 해체 직전 겨우 확보한 '종이 위의 통항권'은 30년 넘게 잠자고 있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중국의 경제·외교 지원에 절박해진 지금, 베이징은 그 묵은 권리를 '실질적 물리적 권리'로 전환하려는 노련한 포석을 두고 있다. 지린성 훈춘 일대에서는 물류시설과 항만 연결 사업 논의가 이미 다시 활발해지고 있으며, "과거보다 중국 기업 움직임이 훨씬 적극적"이라는 현지 목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이 수로의 하구 19km가 북한을 가로지른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구간에는 북한이 소유한 철교가 놓여 있다. 중국-러시아 합의만으로는 열쇠가 완성되지 않는다. 북한의 동의가 없으면 이 문은 열리지 않는다. 시진핑이 평양으로 향하는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정은 앞에 북한의 '통행료'를 어떤 형태로 제시하느냐—경제 지원인지, 에너지 공급인지, 아니면 안보 보장인지—가 이 의제의 핵심 변수다.
두 번째 열쇠: 트럼프의 위탁, 북미 대화의 우편배달부
시진핑 방북이 성사되면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한반도 비핵화 논의 내용을 김정은과 공유할지가 주요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역할을 당부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중국에 절묘한 외교적 기회다. 미국의 요청을 받아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끄는 '건설적 중재자' 역할은, 미중 전략경쟁의 틈바구니에서 베이징이 가장 원하는 외교적 자산, 즉 '필요불가결한 행위자'라는 지위를 정당화하는 카드이기도 하다. 김정은이 8일 넘게 공개 활동을 자제하는 가운데,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북한에 아무런 신호도 보내지 않은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시진핑 방북에 대비하기 위해 장고에 들어간 것이라는 진단도 제기된다.
그러나 북한의 셈법은 단순하지 않다. 김정은이 원하는 것은 중국의 '중재'가 아니라 미국과의 '직접 거래'다. 중국이 우편배달부 역할로만 그치는 한, 평양은 베이징의 각본에 순순히 올라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 의제에서 시진핑이 가져갈 수 있는 것의 실질적 상한선은, 김정은에게 "북미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북한에 유리하다"는 설득이지, 협상의 실질적 내용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세 번째 열쇠: 북중 우호조약 65주년, 삼각 연대의 재정렬
올해는 북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 체결 65주년으로,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중시하는 정주년에 해당한다. 이 조약은 한 국가가 무력 침공을 당하면 다른 국가가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4월 방북 당시 최선희 외무상과의 회담에서 "중국은 북한과 협력해 조약체결 65주년 기념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길 바란다"고 밝혔고, 7월 11일 기념일을 전후로 시 주석이 평양을 방문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됐다.
그런데 이 세 번째 의제는 외교적 수사 이상의 전략적 함의를 갖는다. 지난해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 올라 푸틴 대통령과 함께 2차 대전 전승 80주년 기념 열병식을 관람했다. 북중러 삼각 연대가 상징적 수준을 넘어 실질적 전략 공조로 격상되는 흐름 속에서, 중러 공동성명이 '미국 등의 북한에 대한 위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기한 것은 이 연대의 방어적 측면과 공세적 측면이 동시에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진핑의 방북은 이 삼각 구도를 외부에 과시하는 동시에, 북러 밀착 속에서 미묘하게 소원해진 북중 관계를 베이징 주도로 재정렬하려는 의도를 내포한다.
북한의 딜레마: 레버리지인가 속박인가?
북한이 이 모든 그림에서 처한 위치는 역설적이다. 두만강 출해권에서 북한은 중국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열쇠'를 쥔 당사자다. 러-북 군사협력 심화 속에서 북한은 중국·러시아 양 강대국 모두로부터 구애받는 위치다. 표면적으로는 지정학적 레버리지가 최대화된 국면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레버리지에는 함정이 있다. 두만강 출해권을 허용하는 것은 북한의 최후의 지정학적 카드 중 하나를 소진하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물류 인프라가 두만강 하구를 통해 동해에 직결되는 순간, 북한의 중국에 대한 협상력은 구조적으로 약화된다. 북한이 이 대가로 받아낼 수 있는 것이 과연 그 소진에 걸맞은 보상인지—안보 보장, 대규모 경제 지원, 핵보유국 사실상 인정—를 김정은이 어떻게 계산하고 있느냐가 이번 회담의 실질적 드라마다.
한국의 자리는 어디인가?
거대한 판이 움직이는 지금, 우리가 처한 위치를 냉혹하게 직시해야 한다. 두만강 출해권 논의는 한국의 장기적 국익과 직결된다. 두만강 하구가 중국의 동해 진출 통로로 활성화되는 순간, 한반도 동해는 남방에서는 한국·일본, 북방에서는 중국·러시아가 동시에 압력을 가하는 전략 공간으로 재편된다. 나아가 두만강 물류 회랑이 열리면 북방 유라시아 연결축—한국이 오랫동안 꿈꿔 온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의 연계 구상—의 주도권도 중국 손으로 먼저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금 이 협상은 평양의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국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채널은 사실상 막혀 있다. 정부의 "북중 교류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는 원론적 논평은 이 공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첫째, 두만강 문제를 북핵·남북관계의 종속 변수로 읽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동북아 물류·에너지 지정학의 독립 의제로 격상해 전략 문서를 공식화해야 한다. 둘째,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가 논의된 것처럼, 우리도 한반도 현안의 당사자로서 미국·중국과의 3자 협의 채널을 제도화해야 한다. 당사자가 아닌 관전자로서 결과를 기다리는 외교의 시대는 끝났다.
시진핑은 세 개의 열쇠를 들고 평양으로 간다. 그 문들이 열릴 때 한반도의 지형은 달라져 있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 열쇠 중 하나라도 쥐고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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