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69시간' 설계 최임 공익위원에 "선수로 뛰면서 심판까지 보나"

노동계, 권순원 공익위원에 대한 비판 거세져…'이해충돌' 우려 제기

윤석열 정부의 '주 최대 69시간 노동제'를 골자로 한 노동시간개편안의 설계자이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할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양대노총을 포함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1만 2천원 운동본부'(운동본부)는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를 이틀 앞둔 23일 서울 중구 정동아트센터 앞에서 '권순원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같은날 정동아트센터에서는 상생임금위원회 특별회의가 열렸다. 권 교수는 상생임금위원회의 부위원장도 겸직하고 있다. 상생임금위원회는 고용노동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교육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중소벤처기업부·공정거래위원회가 참여한 범부처 총괄기구다. 이 위원회는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과 '연공제 해체'를 주요 의제로 하고 있다.

운동본부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 측과 노동자 측의 입장을 중립적으로 조율해야 하는 공익위원의 역할에 권 교수가 '이해충돌'의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권 교수가 정부의 '주 69시간'을 골자로 한 노동시간개편안을 설계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좌장으로 활동한 점, 정부의 '연공제 해체' 논의를 주도하는 상생임금위원회 부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권 교수가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서 둘 간의 의견을 조율하기는커녕, 사용자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입장을 가져가리라는 게 노동계 우려다.

▲상생임금위원회 토론회가 열리는 23일 오후 정동 1928 아트센터 앞에서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권순원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민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집행위원장은 권 교수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공익위원 간사를 맡으면서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며 "선수로 뛰면서 심판까지 보는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오 집행위원장은 권 교수를 향해 "권력에 빌붙어서 노동개악 설계하시는 일, 그거 하나만 하시라"며 "주 69시간 설계로 여론 뭇매를 맞은 화풀이를 최저임금에다 하지 말고 공익위원 자리 내려놓는 게 올바른 사람의 자세"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상생위원회의 주요 의제로 논의되고 있는 '연공제 해체'에 대해서도 오 집행위원장은 "이중구조의 원인은 연공급제가 아니"라며 "질서가 잡힌 임금체계를 혐오하는 사용자들이 바로 문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수정 민주노총 학교비정규직노조 부위원장은 "학자로서 권순원 공익위원이 어떤 견해를 갖는지는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최저임금위원회의 정부위원, 즉 공익위원으로서는 문제가 된다"며 "공익위원은 노동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의 입장을 공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그러면서 "그렇지 않아도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발언이 사회적으로 존중받지 못하는데, 정부 측 공익위원들마저 경영계의 편에 선다면 노동자들은 어디 가서 억울한 사정을 이야기하고 어느 법을 통해 자신의 권익을 보호받아야 한단 말이냐"고 반문하며 "최저임금위원회가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공정하고 건강한 논의의 장이 되길 기원한다"고 요청했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가 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노동계는 권 교수가 윤석열 정부에 '노동 개악'을 권고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으로 활동했고, 지난해 최저임금위 회의에서 '졸속 심사'를 주도했다며, 공익위원 간사로 일하면 공정한 논의가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운동본부는 배포한 기자회견문에서 "권순원은 정권의 품에 안겨 어용 지식인으로 살아갈 것인지 최저임금 공익위원으로서 사회적 공익을 위해 일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며 "반노동 정권의 들러리도 하고 최저임금 공익위원도 하겠다는 것은 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희망을 짓밟는 것이기에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밝혀둔다"고 강조했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 첫 전원회의는 권 교수의 공익위원 자격 논란으로 시작도 못 한 채 무산된 바 있다. 지난달 18일 1차 회의에서 노동계 의원들은 권 교수의 공익위원 사퇴를 촉구하며 이를 반대하는 손피켓을 들었고, 직전 기자회견을 통해 "장시간 노동개악을 주도하는 권순원 공익위원은 최저임금을 심의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동계 의원들이 협상 전 손팻말을 들었다는 등의 이유로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공익위원들도 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으면서 첫 회의가 파행한 바 있다. 

가까스로 열린 지난 2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첫 회의에서도 노동계는 재차 권 교수의 사퇴를 촉구했으나, 권 교수는 "사퇴는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권 교수는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퇴를 요구하거나 외적 압력을 가하는 것은 최저임금위 존재나 운영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남은 임기 동안 공익위원 간사로서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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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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