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제재·전쟁·봉쇄 '3중고' 처한 이란…그럼에도 버티는 이유는?

[정욱식 칼럼] 국가 존엄 걸고 결사항전하는 이란, 항전의지 부추기면 협상 더 어려워진다

이란이 '3중고'에 처해 있다. 첫째는 경제제재이다. 1979년 이슬람 혁명 및 미국 대사관 인질사건 직후부터 취해진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는 1기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에 '포괄적 공동행동'(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후에는 더욱 가혹하게 부과되어왔다. 둘째는 이란 곳곳을 초토화시킨 미국·이스라엘이 불법적인 전쟁이다. 셋째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의 선택적 봉쇄에 맞선 미국의 역봉쇄와 일부 선박의 나포이다.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면서 이란의 경제 상황이 매우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카드는 우리가 쥐고 있다"며 이란 옥죄기에 나서고 있다. 이란의 보복 조치로 물가 상승 등 미국 경제도 타격을 입고 있지만, 먼저 꼬리를 내리는 쪽은 이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이는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의 본질은 '경제'보다는 '국가의 존엄'과 더 깊숙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되짚어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작년 6월 '제한적인 공습'에 이어 이번에는 '전면적인 공습'을 이란에 가했다. 핵심적인 명분은 이란의 핵무장 저지에 있었다. 그런데 미국은 세계 최초·최강의 핵보유국이다. 미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이 인정한 공식적인 핵보유국이라고 하더라도 이스라엘은 완전히 다르다.

이스라엘은 NPT에도 가입하지 않았을 뿐더러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방조 속에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보유했다. 그 결과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량은 100개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스라엘을 비호·지원해왔다.

이에 반해 이란은 NPT 회원국이다. 미국의 포괄적 공동행동 탈퇴 이후 우라늄 농축도를 높여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았지만, 작년 6월과 올해 2월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양보안을 내놓은 등 협상 타결을 시도했었다. 또 "이슬람 율법상 핵무기 보유는 금지된다"는 입장도 줄곧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협상 동력을 살리는 대신에 이스라엘과 함께 전쟁을 선택했다. 세계 최강의 핵보유국이 비공식 핵보유국과 함께 협상 와중에 '핵무장 저지'를 구실로 삼아 이란을 침공을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수천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것이 이란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휴전 합의 이후 미국은 폭격은 멈췄지만 전쟁 행위에 준하는 해상 봉쇄를 가하고 경제재재의 수위도 높이고 있다. 또 이란이 자신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언제든 이란을 파괴할 수 있다고 위협한다. 이는 미국이 이란에 고문을 가하면서 살해 위협을 통해 굴복시키겠다는 심사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이란은 굴복하지 않는다. 선택적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통해 미국과 세계 경제에 타격을 가하고 교전 재발시 보복을 가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있지만,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국가적 존엄의 문제에 있다. 고문을 당하는 사람 가운데 부당한 고문에 굴복하는 것이 자신의 존엄을 잃는 것이라고 여겨 끝까지 버틴 사람이 있듯이, 이란도 미국의 부당한 전쟁과 요구에 국가의 존엄을 걸고 결사항전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여 미국이 폭격·제재·봉쇄·위협을 통해 이란의 대폭적인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심사는 부도덕하고도 비효율적이다. 이러한 접근은 국가정체성을 앞세우는 이란의 강경론에 힘을 실어줄 뿐만 아니라, 이란의 물리적 보복 조치와 항전 의지를 부추겨 협상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합의마저 요원하게 만들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내가 원하는 바를 관철하겠다'는 승전의 논리가 아니라 '상호 만족할 수 있는 합의'를 모색할 수 있는 외교의 논리를 찾아야 한다. 쌍방이 봉쇄 조치를 동시에 해제하고, 이란의 핵무장 방지와 경제제재 해제를 조율해나가며, 이란의 전후 복구 지원과 더불어 미국·이스라엘의 재침공 방지를 확고히 할 수 있는 조치들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남성이 이란의 새 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사진을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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