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돈봉투' 미온 대처에 '패스트트랙 연대' 정의당도 비판

이은주 "송영길 '꼼수 탈당'은 꼬리자르기…이재명 '김현아는?' 반문, 태도 심각"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사건과 관련, 의혹 핵심 인물인 송영길 전 대표의 자진 탈당 이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국민의힘을 넘어 같은 야권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는 27일 당 상무위 회의에서 "돈봉투 사태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무책임한 태도가 점입가경"이라며 "심각한 것은 (민주당) 지도부의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송 전 대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되려 (국민의힘의) 박순자, 김현아 전 의원의 수사 현황을 되물었다고 한다"며 "이 대표 본인의 사법적 의혹에 타 당 의혹을 묻던 광경과 판박이"라고 꼬집었다.

이 원내대표는 "당 대표로서 돈봉투 사태에 진정 책임을 느낀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언사"라며 "지난 대국민 사과도 순간 모면을 위한 '찔끔 사과'였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나아가 "돈봉투 사태의 본질은 민주당 내에 팽배한 '악의 평범성'"이라며 "모든 의혹이 자신을 향하고 있음에도 '모르는 일'이라 강변하는 송 전 대표, 4~50명에 달하는 돈봉투 수수 의원과 지역위원장들을 밝혀내고 징계하기는커녕 꼬리 자르기에 급급한 당 지도부까지 책임의식과 성찰 능력을 상실했다"고 민주당을 정면 비판했다.

민주당이 자체 진상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당내에서는 송 전 대표에 대한 동정론까지 일고 있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실제로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당 차원 진상조사 계획은 여전히 없나'라는 질문을 받고 "저희도 진상조사를 해서 조치를 하고 싶은데 실제로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나 상황이 되지 못하는 것을 여러분도 잘 아시지 않느냐"고 되물으며 "검찰이 신속하게 수사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확인되는 실상에 따라서 상응하는 조치를 하도록 하겠다는 말씀은 이미 전해드렸다"고만 했다.

전날 민주당에서는 탈당한 송 전 대표의 언론 창구 역할을 민주당 소속 현역의원인 김의겸 의원이 맡기로 했다가 몇 시간만에 이를 철회하는 소동도 일었다. 김 의원은 기자들에게 전날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25일 송 전 대표로부터 '언론으로부터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데, 직접 나서기가 어렵다. 언론 창구를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고 이 수락했지만 26일 송 전 대표로부터 다시 '개인적 친분으로 한 부탁인데,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있다. 언론 창구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송 전 대표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이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이 원내대표는 "김의겸 의원은 '개인적 친분으로 한 부탁'이라고 해명했지만, 김 의원은 사인이기 이전에 직전 당 대변인이자 민주당의 현역 의원"이라며 "선거범죄 의혹으로 탈당한 전 당 대표의 언론 대응을 민주당 국회의원이 맡는 광경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번 일은 송 전 대표의 귀국과 탈당이 민주당의 당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임을 보여준 셈"이라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검찰 조사에 당당히 임하겠다는 (송 전 대표의) 말은 눈가리고 아웅에 지나지 않음을 방증했을 뿐 아니라, 민주당과 송 전 대표를 분리하기 위한 '꼼수 탈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기중 정의당 부대표도 "민주당을 탈당했다는 분이 민주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을 언론 담당으로 부리겠다는 것은 그 탈당이 위장탈당이라는 뜻이 아니면 뭐겠느냐"라며 "탈당으로 민주당의 부담은 줄이면서 전직 당 대표의 위세는 다 누려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부대표는 "가짜뉴스 3연타로 망신을 당하고 거짓말을 '잔기술'이라 억지부린 사람에게 무슨 언론 대응을 맡긴다는 것인가 의아하다"고 김 의원까지 싸잡아 비판하며 "이 사건을 대하는 송 전 대표의 인식은 충분히 알 만하다. 부디 부끄러움을 알고 자중하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송 전 대표는 귀국 직후인 지난 25일 변호사를 통해 검찰에 자진 출두하겠다는 뜻을 전달했으나, 검찰은 공여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아직 송 전 대표를 소환할 단계가 아니라며 "필요한 시기가 되면 통보할 것이니 그때 협조하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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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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