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가안보실장 교체, 몇 시간 전에 알았다"

박진 외교장관 "블랙핑크·레이디가가 공연 , 아이디어 차원서 검토"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자로 나선 자리에서,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교체 사실을 언제 알았냐는 질문에 "발표되기 몇 시간 전쯤"이라고 답했다. 

한 총리는 3일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 교체를 언제 알았나?"라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질문에 "(대통령실 인사를) 해임하거나 임명하는 상황에서는 협의한다. 통보를 받았고, 발표되기 한 몇 시간 전쯤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 총리는 그러나 박 의원이 "<동아일보>가 (김 실장 교체설) 첫 보도를 28일 오전에 했다. 그리고 오후 2시에 대통령실이 공식 브리핑으로 부인했고, 그 다음 날 (한 총리가) '통보받았다'는 그 일(김 실장 사퇴)이 벌어진다"고 하자, "용산에서 '신문 보도가 사실이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기 전에 통보 받았다"고 답했다.

이에 박 의원이 "대통령실은 공식적으로 국민들한테는 사실이 아니라고 하고 총리한테는 곧 바뀔 거라고 얘기했다는 말인가?"라고  되물으며 "대통령실이 국민들에게는 '보도가 잘못됐다'고 하고 총리한테는 '곧 바꾼다'라고 이야기했다는 말이지 않나. 비정상적"이라고 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 총리는 "아니다. 언론에 발표하는 것으로 통보받고 협의 받았다. 그 뒤에 (김 실장) 해임 입장이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리했다. 

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박진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한미정상회담도 하기 전에 국민들의 우려가 크다"며 "블랙핑크하고 레이디가가 합동 공연, 언제 제의받았느냐"고 물었다.

박 장관은 이에 대해 "그것은 처음에 비공식적으로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걸로 알고 있다"며 "그리고 그 이후에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양국 간에 주미대사관을 통해서 협의가 있었고 대통령실 안보실에서 이 문제에 관한 검토를 했다"고 답변했다. 블랙핑크와 레이디가가 공연을 한미 간 협의·검토했다는 것을 장관이 공식 답변으로 확인한 셈이다.

박 장관은 '누가 먼저 취소 제안을 했느냐'는 질문이 더 나오자 "양국이 협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결론을 낸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박 장관은 "공연료는 미국이 우리에게 요구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라는 추가 질문에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제가 일일이 말씀드리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답을 피했다.

민주당 "우리 언론엔 성질내고 비행기도 안 태우면서 日언론엔…"

박용진 의원은 한 총리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방일 당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시간이 걸려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하겠다'고 했다는 일본 언론 <교도통신> 보도에 "어떤 항의와 정정 보도 요청을 하고 있나?"라고도 물었다.

한 총리는 "언론 보도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분명한 입장"이라며 "그 문제에 대해서는 수산물 수입 정책이 전혀 현재 없고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서도 우리가 국제기관의 조사에 참여하고 있고 대한민국이 독자적으로라도 검사할 수 있도록 일본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우리 언론에는 성질 내고, 보도 금지하고, 비행기도 안 태우면서 잘못된 해외 보도에 대해서는 아무 조치도 안 취하고 태평하다"라며 "국민들이 지금 불안해하지 않겠나. 대통령이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안 했는지 정말 궁금하고 불안해 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총리께서 왜 이렇게 태평한가"라고 쏘아붙였다.

한 총리가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외교 채널을 통해 분명하게 우리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고 하자 박 의원은 "<교도통신> 보도를 왜 외교 채널을 통해서 (항의)하나. 언론사에 직접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지금 일본에서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안 했다고 하는 것이지만, 저는 당연히 사실은 우리가 문제제기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굴욕적으로 이렇게 해법을 갖다 바쳤으면 그 다음에는 우리가 일본에게 받아와야 될 게 있지 않겠나. 후쿠시마 문제, 독도 문제, 교과서 문제를 우리가 제기했어야지 왜 못 하느냐"고 질타했다.

한 총리는 이에 대해 "한 번의 회담을 통해서 모든 게 해결될 수는 없다"며 "이번에는 가장 큰 돌덩이를 치웠고, 이제 그러한 돌덩이를 치운 노력을 토대로 해서 이제 하나하나를 다 논의하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희 의원은 그러나 이 답변에 대해서도 "총리님의 발언 굉장히 유감이다. 어떻게 30년 넘도록 투쟁해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쟁취한 사법적 권리를 '돌덩이'로 비유하느냐. 너무 실망스럽다"고 날을 세웠다. 김병기 의원도 "과거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안(案)에서 시작을 했으면 이런 참사가 안 일어났을 것"이라고거들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尹에 보고 후 헌재 심판 청구"…한덕수 "한동훈 청구 조치 존중한다"

'검수완박'법 권한쟁의심판과 관련, 박용진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책임론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한 장관에게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 전에 윤석열 대통령과 혹시 상의했나?"라며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은 뭐라고 했나?"라고 물었다. 한 장관은 "당연히 보고했다"며 "내부 보고에 대해 구체적으로는 제가 말씀드리지 않지만 당연히 해야 될 일이기 때문에 조치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이 "헌재 판결 이후에는 (윤 대통령이) 뭐라고 했나"라고 묻자 한 장관은 "헌재 결정 이후에 특별히 제가 말씀 나눈 적은 없지만 그 상황들을 다 보고받으셨을 거라 생각한다"고만 답했다.

이에 박 의원은 한 총리를 불러 "한 장관의 '검수완박'법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사전에) 알았나"라고 물었다. 한 총리는 "보고 받았다. 장관으로서 해야 하는 직무라는 차원에서 그렇게 하도록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과 총리도 다 보고 받고 헌재 결정으로 기각받아버린 권한쟁의 심판에 대해, 망신스러운 결과를 받아놓고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국정운영을 하고 있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장관을 보고 있다"며 "권한쟁의심판 청구로 국회 입법권한을 공격하고 민주당을 조롱한 한 장관은 정치적으로 떴는지 모르지만 이를 기각한 헌재 결정은 대통령과 국정 운영 전반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줬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그래놓고도 그저 잘했다고 반성도 사과도 하지 않는 국무위원을 어떻게 봐야 하나. 대한민국 정부가 한동훈의, 한동훈을 위한 국정운영을 하고 있다고 하는 비아냥을 들어야겠나"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에 "모든 사안을 다 검토하거나 분석하지는 않았지만 법무부 장관으로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하면 그런 조치는 최대한 존중해야 된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입법부 존중해야 된다는 생각은 안 하나. 장관은 존중하고 입법부는 존중 안 해도 되나?"라고 몰아붙였다.

박 의원은 아들 학교폭력 문제로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와 관련해서도 "인사 검증의 막강한 권력은 다 챙기고 할 일을 다 하지 않아서 인사 참사를 방치했으니 그 책임을 맡았던 한 장관의 완벽한 실패라고 이야기한다"며 한 장관 책임론을 제기했다. 한 장관은 "인사 실패는 지난 정부에도 많이 있었다"며 "거기(문재인 정부)도 책임 내지 사과, 이 비슷한 것도 한 적 없다"고 맞받았다.

박 의원은 "장관의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엉뚱하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이전 정부 얘기하실 필요 없다"며 "어떻게 제도적 개선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나?"라고 재차 물었다. 한 장관은 "이 부분(인사 검증)은 완벽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예전에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완벽할 수 없고 언론까지 포함되는 부분'이라고 말씀하셨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어이가 없다는 듯 "여기는 영국 의회가 아니다. 영국은 답변하고 있는 장관도 의원이니 토론을 하는 것"이라며 "저하고 토론하고 싶으시면 별도 유튜브로 하자. 오늘은 대정부질문 자리 아니냐"고 한 장관의 답변 태도를 지적했다. 

한 장관은 검사 출신인 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헌재 결정과 관련해 검사 수사권은 헌법상 권리가 아니라는 결론을 강조하자 "2005년에 김 의원님께서 검사 수사권에 대해 '헌법상 권한'이라고 아주 강경한 발언을 하셨다. 지금하고 완전히 다른 얘기를 하셨다"며 "그 이후에 헌법은 안 바뀌었고 의원님 직함만 바뀌었는데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계신다"고 하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도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동료 의원이기도 한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한 장관을 상대로 질의하면서 신경전이 오가자 여야 의원석에서 고성 항의가 나왔고, 의장석에서 회의를 진행하던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라", "품위를 지키라"고 주의를 주다가 결국 정 부의장 본인마저 설전에 가세하기도 했다.

정 부의장은 야당 의원들의 야유에 "내가 참을성이 있어서 얘기를 안 하지 그렇게 함부로 얘기하는 거 아니다", "함부로 당신이라는 소리하지 말라"는 등의 말을 주고받다가 결국 "품위를 지켜, 품위를!", "건방지게!"라고 언성을 높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지역구 의원 "尹, 4.3 추념식 왜 안 왔나?"…韓총리 "하여튼 좀 있으셨다"

한편 한 총리는 제주가 지역구인 민주당 김한규 의원이 "대통령께서 올해 4.3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냐"고 묻자 "대통령께서 아마 일정만 되시면 상당히 가시고 싶어하셨다. 여러 가지 일 때문에 결국 가시기가 어렵기 때문에 총리를 보내면서 그 대신에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해달라고 해서 오늘 (제가) 추념사를 대독하게 됐다"고만 답했다. 

김한규 의원이 "혹시 대통령께서 오늘 오전에 어떤 중요한 일정이 있으셨느냐? 공개된 일정은 없어서 제가 모르는 정보가 있나 해서 여쭌다"고 재차 묻자, 한 총리는 "하여튼 좀 있으셨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한규 의원은 "지난 토요일 대구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식에도 참석하고, 시장에도 방문하셔서 시민들을 만나셨기 때문에 과연 4.3 추념식에 참석을 못하실 정도로 그렇게 바쁘셨다는 게 저희로서는 납득이 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 총리는 "지금 대통령의 일정을 말씀드리기는 좀 어렵겠지만 대통령께서 추념식에 하여튼 상당히 가시고 싶어 하시는 그런 생각은 제가 들었다"는 답만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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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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