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은 무한정하지 않다. 저희 입장도 이해해 달라." -오세훈 서울시장
"장애인은 그 비용의 문제에서 항상 뒤로 밀려왔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2일 오후 성사된 서울시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면담에서 양측은 '비용의 문제'를 둘러싸고 평행선을 달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동권, 탈시설 문제 등을) 진심으로 도와드리고 싶지만 재원은 한정적이다. 저희 입장도 양해해 달라"라며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 중단을 요구했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는 "바로 그 비용의 문제로 장애인 문제는 항상 뒤로 밀려왔다"며 서울시가 기획재정부에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촉구해줄 것을 요구했다.
양측의 면담은 이날 오후 3시 30분께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에서 진행됐다. 오세훈 서울시장,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와 함께 김상한 서울시 복지정책 실장이 면담에 배석했다.
이날 오 시장은 "시민들이 (전장연 시위로 인해) 입는 피해가 이제는 인내의 한계에 도달했다"라며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 중단을 중점적으로 요구했다.
오 시장은 특히 전달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장연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전장연이 굉장한 강자가 됐다고 생각한다"라는 입장을 다시 내보였다.
이어 그는 "전장연은 정시성을 생명으로 하는 지하철을 84번이나 지연시켰다. 이는 굉장히 중형에 처해지는 중범죄"라며 "그러나 경찰도 시위자들을 제대로 처벌 못한다. 우리사회에 이 정도 사회적 강자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지하철 지연으로 인한 피해를 "잘 알고 있다"라면서도 "장애인들은 기본적인 이동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22년을 외쳤고, 이를 1분 단위로 계산하면 1100만분이 넘는다. 이 시간이 '지연'된 것에 대해선 어떤 답변을 해주실 수 있는가" 되물었다.
박 대표는 "전장연 활동가들은 처벌받지 않는다"라는 오 시장의 지적에 대해서도 "22년 동안 싸우며 수억 원이 넘는 벌금을 냈고, 사법처리도 다 당했다. 구속도 당했고 지금도 27명의 활동가가 형사처벌을 기다리고 있다"라며 "이 과정 어디에 '관용'이 있나" 꼬집기도 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 탈시설 관련 예산 증액에 대해서 양측은 평행선을 달렸다.
김상한 서울시 복지정책 실장은 전장연 측이 "무조건적인 시설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며 그러한 주장이 "장애인들의 적응 문제나 국가재정적인 문제로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당장 내일부터 모든 장애인들을 (시설 밖으로) 내보내라고 주장한 적이 없다. 2009년 오세훈 시장의 재임당시부터 '20년간 준비하자'라고 말해왔다"고 답했다.
박 대표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타 지방자치단체보다 훨씬 나은 수준이라는 건 잘 알고 있다"면서도 △2004년, 2017년도 당시 서울시가 약속한 '모든 역사 내 엘리베이터 설치' 불이행 △지역 간 장애인 이동권 차별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서울시가 기획재정부를 향해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을 당부해 달라"고 촉구했다.
결국은 비용의 문제였다.
오 시장은 "재원이 무한정 있다면 어떤 정책도 가장 이상적인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투자하고 싶다"면서도 "수백 수천 종류의 사회적 약자들이 (예산 배정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입장도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 대표는 "(저상버스 문제도 탈시설 문제도) 장애인들은 결국엔 비용의 문제 때문에 기본적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했다"라며 "그 비용의 문제에 장애인의 시민권이 22년간 뒤로 밀려져왔다는 것도 생각해 달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1939년 나치 독일에 의해 자행된 'T4'(장애인 생체실험 프로그램)를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장애인을 대상으로 자행된 생체실험의 대의명분도 '효율'과 '비용'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나치는 장애인을 '비용을 소모하기만 하는 존재'로 취급하며 장애인 학살을 "처벌이 아니라 해방"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비유를 들은 김 실장은 "여기에 홀로코스트를 적용하면 안 된다"고 반발했다.
당초 30분간 진행될 예정이었던 면담은 박 대표의 현장 요청으로 20분가량 더 진행됐지만 별다른 결론 없이 마무리됐다. 박 대표는 사전에 1시간가량의 시간 연장을 서울시 측에 요청했지만 시는 이후 타 장애인 단체와의 면담을 이유로 이를 거부한 바 있다.
오 시장과 박 대표는 서로의 요청 사항에 대해 "꼭 좀 고려해 달라"고 당부하며 각자의 발언을 마쳤다. 오 시장의 요구는 '지하철 탑승 시위 중단', 박 대표의 요구는 '기획재정부에 대한 권리예산 반영 요구' 등이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