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기후위기, 인권에도 영향…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해야"

인권위가 기후위기 의견 첫 표명…국내에서 진행 중인 '기후소송'에도 영향 줄까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기후위기는 인권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며 한국 정부가 기후위기에 취약한 계층을 분류하고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미래세대 기본권 보장을 위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지금보다 상향하고, 203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추가적으로 설정해 세대 간 불평등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권위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달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후위기와 인권에 대한 의견을 정부에 표명했다고 밝혔다. 

해당 의견 표명은 2020년 농업인, 가스검침원, 해수면 상승지역 거주민 등 40명의 기후위기 피해자가 기후위기로 인해 생명권과 건강권 등 인권을 침해받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면서 나왔다. 인권위 차원에서 기후위기와 인권에 대한 의견 표명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위는 기후위기가 "생명권, 건강권, 주거권 등 사실상 인간의 모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2022년 태풍과 폭우로 반지하 주택과 지하 주차장이 침수되어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인권위는 정부에 "기후위기를 인권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및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취약한 이들에게 더 가혹하게 다가오는 기후 불평등 문제도 언급됐다. 인권위는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사회적 차별구조인 성별, 인종, 사회적 지위, 장애, 직업, 거주지역 및 세대 등에 따라 피해 대상과 정도가 다르게 나타나며, 기후위기가 심화할수록 이와 같은 차별적 피해가 교차적으로 악화되고 재생산되는 과정이 반복된다"는 점을 결정문에 명시했다.

인권위는 "사회·문화·정치·경제·제도적으로 한계 상황에 있는 소외된 사람들이 기후변화 취약계층"이 될 수 있지만 현 기후위기 적응 대책은 "기후위기 취약계층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책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기후위기 취약계층을 정의·분류하고, 계층별로 적합한 정책을 통해 기후 불평등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

▲ 인권위는 "사회·문화·정치·경제·제도적으로 한계 상황에 있는 소외된 사람들이 기후변화 취약계층"이 될 수 있지만 현 기후위기 적응 대책은 "기후위기 취약계층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책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기후위기 취약계층을 정의·분류하고, 계층별로 적합한 정책을 통해 기후 불평등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 ⓒ연합뉴스

인권위는 현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설정 방식은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관련 목표를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한국은 탄소중립기본법과 시행령을 통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입장을 국제 사회에 밝혔다. 인권위는 "국제기준을 고려하여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해야 한다"라고 의견을 냈다.

정부가 203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지 않은 것도 미래세대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이라는 판단도 제시됐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세웠음에도 203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명시하지 않은 것은 "감축량에 대한 세대 간 불평등을 초래"한다고 인권위는 지적했다. 이는 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이 위헌이라며 환경단체들이 낸 헌법소원 기후소송에도 중요한 쟁점으로 다뤄지는 사안이다. 

인권위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과정에서 농어민, 노동자, 이주민, 장애인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참여를 통한 공론화 및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인권위는 온실가스를 주로 배출하는 기업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서에 명시했다. 인권위는 "에너지 및 산업공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국내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95.7%를 차지하고, 2020년 자산총액 기준 상위 11대 그룹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국내 총배출량의 약 64%를 차지한다"라며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의무화 등 온실가스 대량 배출 기업에 대한 감축 유도 정책이 필요하다고도 제안했다.

인권위가 이례적으로 기후위기와 인권 간 관계에 의견을 표명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지속적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취약계층 인권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인권위에 따르면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금까지 기후변화와 인권에 관한 12개 결의를 채택했으며, 2022년에는 인권이사회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취약계층의 인권 보호를 골자로 한 유엔 사무총장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올해에는 기후위기를 유발한 국가들에 대한 법적 의무와 피해에 대한 결의안에 대한 유엔 표결이 있을 예정이다. 해당 표결이 통과되면 국제사법재판소는 국제법에 따라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배출국의 책임 및 미래세대 권리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한 조언을 표명해야 한다. 해당 작업은 해수면 상승으로 취약한 섬 국가인 바누아투가 주도하고 있다.

▲ 인권위는 정부가 203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지 않은 것도 미래세대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세웠음에도 203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명시하지 않은 것은 "감축량에 대한 세대 간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이 위헌이라며 환경단체들이 낸 헌법소원 기후소송에도 중요한 쟁점으로 다뤄지는 사안이다.ⓒ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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