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으로 4600명 사망 푸에르토리코, 석유기업 상대 기후소송 제기

"석유기업, 기후위기 영향 축소·은폐"…미국 전역서 기후소송 움직임도 이어져

카리브해의 섬나라 푸에르토리코(미국 자치령) 내 16개 지방자치단체가 거대 석유기업을 상대로 2017년 허리케인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기후소송'을 제기했다. 푸에르토리코는 2017년 허리케인 '어마'와 '마리아'로 인해 4600명이 넘는 주민이 사망하고, 940억 달러(한화 약 122조)의 경제적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로이터> 등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푸에르토리코 내 16개 지자체 그룹은 지난달 22일(현지 시각) 액손모빌, 쉘, 셰브론 등 석유화학 기업 12개를 대상으로 2017년 허리케인 피해에 대한 재정적 책임이 있다며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화석 연료 기업들의 기업활동과 제품 판매로 인해 푸에르토리코가 허리케인으로부터 더 취약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근거다.

지자체는 특히 "석유화학 기업들은 공모를 통해 판매 제품들의 기후위기 영향에 대해 숨겨왔다"라며 "대중들로 하여금 제품이 기후에 끼치는 영향을 의도적으로 잘못 전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자체는 12개의 석유 회사가 푸에르토리코에게 교육, 보건, 관광 수입 등을 포함해서 허리케인으로부터 얻은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에르토리코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 마크 그로스만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발표한 성명에서 "기업들은 1970년대부터 온실가스 배출이 폭풍의 강도를 강화시킬 것을 알았음에도 잘못된 상식의 과학 캠페인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의심을 줄이고, 화석연료 생산을 이어왔다"라며 "이러한 기업들의 행태가 2017년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한 허리케인의 재앙적 결과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기업의 책임을 물었다.

▲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는 46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역대 최악의 허리케인으로 기록됐다. 940억 달러(한화 약 122조)의 경제적 피해를 입은 푸에르토리코는 석유기업들을 대상으로 배상하라는 기후소송을 제기했다. ⓒFlicker

푸에르토리코는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 피해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꼽혀왔다. 국제기후위기지표(Global Climate Risk Index)는 매년 홍수,폭염,허리케인 등의 영향으로 인해 국가가 얼마나 큰 피해를 입는지 정도를 파악해 발표하는데 푸에르토리코는 1999~2018년까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 중 하나로 꼽혔다. 올해 9월도 허리케인 '피오나'가 카리브해를 강타하면서 푸에르토리코 섬 전체가 정전이 되기도 했다.

특히 소송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제시된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는 46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역대 최악의 허리케인으로 기록됐다. 2019년 미국 지구물리학회(AGU)에 발표된 논문은 인류가 초래한 기후위기로 인해 허리케인 '마리아'의 파괴력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푸에르토리코 지자체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기업들의 책임을 묻는다는 입장이다. 소송 대리 변호사 마크 그로스만은 "푸에르토리코는 기후변화의 궁극적인 희생자"였다며 "이번 소송은 2017년 푸에르토리코의 희생한 것들에 대한 정의를 얻을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한편 푸에르토리코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는 화석연료 기업들에 대한 지자체의 기후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뉴저지, 메사츄세츠, 하와이 등 미국 약 24개 주 및 지방정부는 석유회사가 화석연료의 기후위기 영향을 은폐하고, 허위진술을 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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