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협상은 지지부진…정부는 공권력 투입 준비하나

하청 노조 "사측 협상 지연 이해 안 돼" 민주노총 "공권력 투입하면 정권 퇴진 운동"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 합의가 손해배상 소송 문제로 인해 진통을 겪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는 21일 오전 10시부터 협상을 재개했다. 하지만 협상이 이어진 지 1시간도 안되어 사측의 요청으로 정회했다. 양자는 오후 3시에 다시 만났지만 또 다시 10분 만에 협상이 중단되는 등 속행과 정회를 반복하고 있다.

쟁점은 파업으로 인한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다. 노조는 여러 사업장에서 쟁의 이후 민형사 면책 합의가 있던 전례가 많았고, 사측이 손배소 문제는 거론하지 않기로 구두로 합의했으나 막판 입장을 바꿨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원·하청 피해 규모가 워낙 커 노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기사 : 대우조선 하청 노사 합의 결렬 배경엔 '원청의 금속노조 탈퇴'?)

▲21일 오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에서 대우조선해양 협력 업체와 하청지회가 비공개 협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청노조인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임금 인상에 대해 사측의 제안을 수용하며 양보했는데, 갑자기 사측이 손해배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청지회 관계자는 "손해배상 지점에서 넘어가지 못해서 회의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사측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협상을 뒤집었고 스스로도 명분이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협상이) 진행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휴정이 계속 반복되니 제대로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며 "우리가 전향적으로 사측 안(임금인상안)을 받았으니 공권력을 투입할 명분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뚜렷한 명분도 없이 갑자기 사측이 입장을 바꾼 배경으로 22일까지 이어지는 대우조선해양 원청 노조의 금속노조 탈퇴 찬반 투표가 꼽힌다. 

하청지회 관계자는 "대우조선 원청으로서는 금속노조 탈퇴 총회까지 (하청 노사) 협상이 안 되는 그림을 만들어야 하는데, 자신들이 직접 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있으니 하청업체 사측이 시간을 끌게 하는 것 같다"며 "그게 아니고서는 도저히 누가 생각해도 협상을 지연시킬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하청업체 사측은 이 같은 추정을 인정하지 않았다. 권수오 사내협력업체협의회 회장은 전날 "민·형사상 문제는 최대한 협의해보겠다고 구두로 한 것이지 문서로 작성하는 등 합의된 것은 전혀 없다"며 "50일째 파업하고 비조합원 작업을 방해했는데 민형사상 고소·고발도, 징계도 없이 넘어갈 수는 없다고 (노조측에) 전했다. 이번 일을 반성하고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최소한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이 50일째인 21일 오후 경남이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내부를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협상이 진행중인 조선소 주변으로는 경찰이 집결해 공권력 투입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은 협상 결렬 시 공권력을 투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미 세부적인 작전 계획 및 투입 시기 등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관해 민주노총 중앙 지도부는 "윤석열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하면 정권 퇴진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대우조선 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공권력 투입을 준비하는 건 절박한 생존 위기에 몰린 노동자를 적대하고 생존권을 짓밟겠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의 투쟁을 폭력으로 짓밟는다면 이는 정부와 노동자의 전면 대결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투쟁이 장기화한 것은 전적으로 정부 책임"이라며 "대우조선과 산업은행이 책임을 방기하여 사태가 장기화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21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앞에서 열린 '대우조선하청투쟁 강제진압 반대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긴급기자회견'에서 투쟁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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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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