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끝까지 찾아가겠다"는 김광호 서울청장에게 전장연이 보낸 답신

"청장님도 경찰도,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좋은 세상 위해 함께해 달라"

"전장연 때문에 '지구 끝까지' 찾아갈 필요가 없습니다. 전장연은 서울시 종로구 동숭길 25, 5층에 있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언급하며 "불법 행위는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반드시 처벌"하겠다 공언한 김광호 신임 서울경찰청장에게 전장연이 답신을 보냈다.

전장연은 김 청장의 해당 발언이 있었던 20일 저녁 성명을 내고 "전장연이 외치는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은 청장님도 경찰도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모두에게 좋은 세상"이라며 "함께해 달라"는 뜻을 김 청장에게 전달했다.

앞서 같은 날 김 청장은 취임 후 처음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장연 시위처럼 국민 발을 묶어서 의사를 관철하려하는 상황 등"을 언급하며 "불법 행위는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반드시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예고했다. 당일 오전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탑니다' 시위로 서울 지하철 4호선 운행이 30~40분가량 지연된 일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이에 답신 성명을 낸 전장연은 "다양한 민생 현장에서 고생하시는 경찰들의 노고 덕분에 치안이 유지되는 것에 감사드린다"면서도 "그러나 (집회 현장의 불법 여부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경찰들이 자의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는 바람에 기본적인 결사의 자유도 무너지고 있다는 것도 잘 명심해 주시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22년에도 5월 ~ 6월 2개월 동안 발달·중증장애인과 그 가족의 비극적 선택으로 6명이 세상을 떠났다"며 13일부터 재개된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 맥락을 설명했다. 전장연은 지난 3월 경기도 시흥시에서 벌어진 발달장애인 양육인의 자녀 살해 및 극단적 선택 사건 등 "장애인과 가족이 세상을 등지는 비극적인 사건"에 문제를 제기하며 지난 13일부터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재개해왔다.

특히 이번 성명에서 전장연은 지난 2019년 3월 장애인 아들을 살해한 부모에게 징역 3년 및 집행유예 5년을 판결한 수원지방법원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의무가 단지 선언적인 것에 그치지 아니함은 명백하다"고 판결문에 명시한 예를 들며 "법적 권리가 있음에도 법과 제도가 보장하지 않아 철저히 외면받아 온 장애인의 목소리를 어떻게든 사회 곳곳에 알리고 이 차별과 배제의 사회를 바꾸기 위해 계속 외칠 것"이라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헌법과 장애인관련 법률과 UN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된 장애인권리를 어느 곳이나, 누구에게나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그 권리를 반드시 쟁취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전장연은 김 청장이 구체적으로 '엄정대응'을 예고한 지하철 출근길 시위에 대해서도 "누차 밝혔듯이 기획재정부와 실무협의가 진행이 된다면, 다음주 월요일(6월27일) 7시30분 '제31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는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장연은 지하철 시위를 재개한 지난 13일부터 '기획재정부가 ‘23년 장애인권리예산 및 발달·중증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 예산협의에 나선다면 출근길 시위를 유보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장애인 권리 예산에 대한 기재부 차원의 실질적인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출근길 지하철탑니다' 시위의 핵심 쟁점이었다.

이에 전장연은 김 청장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쓰인 이번 성명에서도 "시급한 문제는 기획재정부가 ‘23년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에 실무협의를 할 수 있도록 주선 해주시는 것"이라며 기재부를 움직이기 위한 힘을 보태 달라는 부탁을 김 청장에게 전하기도 했다.

한편 전장연은 21일 오전 8시 30분에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는 삭발 투쟁과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했다.

▲21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기획재정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촉구 삭발 투쟁'에 참여해 삭발자로 나선 김재민 질라라비야학 학생회장이 지하철에 탑승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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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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