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더 참패' 정의당의 앞길은 '시계 제로'

검수완박 등 고비마다 '고심 끝 악수'…쇄신론 분출 전망, 그러나 어떻게?

정의당이 지난 대선에 이어 6.1 지방선거에서 또 한 차례 참패를 기록하며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됐다. 당초 이번 선거가 '대선 연장전'으로 불린 만큼 당 내에서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결과는 그 전망보다도 더 나빴다. 선거 이후 치러질 차기 동시당직선거에서 당의 노선과 존재 의미를 놓고 전면적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이번 선거에서 광역단체장 7곳, 기초단체장 9곳에 후보를 냈으나 단체장 선거에서 1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다. 광역·기초의원 선거에서도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37명)보다 당선자 수가 더 적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당의 간판급 인사들도 여야 양당 후보 사이에 끼어 제대로 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1일 밤 당선자 윤곽이 드러난 시점까지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여영국 현직 정의당 대표는 4.2% 안팎, 인천시장 후보로 나선 이정미 전 대표는 2.4% 전후의 득표율만 얻었다. 2곳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5%대 득표율을 올렸던 4년 전과 비교해도 초라한 성적표다. 

선거 전략 면에서는 진보4당(정의당·노동당·녹색당·진보당) 후보 단일화로 돌파구를 찾았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고, 이번 선거에서 시범 실시된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도 거대 양당의 벽을 넘지 못하며 효과가 미미했다.

▲정의당 배진교 상임선대위원장 등 지도부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난 1일 저녁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부터 권수정 서울시장 후보, 이은주 원내대표, 배진교 상임선대위원장, 박인숙 계양구청장 후보. ⓒ연합뉴스

정의당이 선거 기간 내내 "민생을 위해 양당 아닌 다당제로 정치교체"를 내세우며 읍소했지만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유는 뭘까. 정의당의 전통적인 강점이 잘 발휘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일단 나온다. 

정의당은 그간 노동자와 여성·장애인·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진보정당으로 진보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아왔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굳건한 거대 양당 구조에서의 대안으로, 다당제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선택지로 기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앞두고는 정의당이 과거 보여준 진보적 정체성이 퇴색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내 성폭력 사건 대응이 부실했다는 논란과 함께 '갑질' 논란이 재조명되며 지지층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특히 올해 초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국면에서는 정의당이 보인 정치적 타협의 태도가 제3당으로서 '다당제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행보에 반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과거 '조국 사태' 때와 유사한 구도가 재현된 것이다.

당 내부적으로도 당의 노선을 두고 정의당의 뿌리인 노동 중심 정당의 무게중심을 유지할 것인지, 여성·성소수자·장애인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의 정당으로 변화를 꾀할지 정체성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번 선거 참패에 따라, 정의당 내부 노선 논쟁에는 더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여영국 대표의 임기는 오는 10월까지로, 9월께 정기 동시당직선거가 예정됐으나 지방선거 참패에 따라 당직선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배진교 정의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출구조사 결과 발표 뒤 "향후 대선과 지방선거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고 진보정당이 가야 할 길, 국민의 마음을 얻을 길에 대해 제대로 성찰해야 할 시간이 저희들에게 다가왔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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