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방영 예정 드라마를 제작하다 지난 1월 30일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고 이힘찬 PD의 유족이 SBS에 '노사공동조사위원회(이하 공동조사위)'를 구성해 사망사건 조사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유족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과 함께 꾸린 '스튜디오S 고 이힘찬 드라마 프로듀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명의로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고인은 2012년 SBS 제작운영팀에 입사했고, 2020년 4월 SBS 드라마본부가 분사할 당시 SBS의 드라마 제작 자회사 '스튜디오 S'로 전적했다. 사망 전에는 올 상반기 SBS에서 방영할 예정인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의 PD로 일하고 있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연 배경에 대해 "지난 2월 21일 동료들의 증언, 업무 자료 등을 토대로 고인의 사망에 업무 압박 등 업무 관련성이 있음을 파악했고, 노조를 통해 SBS와 스튜디오S에 공동조사위 구성을 요청했으나 이틀 뒤 두 회사가 참여 거부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SBS는 별도 법인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이유로, 스튜디오S는 유족과 이야기하면 될 뿐 노사 공동조사는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각각 노조의 제안을 거부했다.
대책위는 "고인의 이름과 고인이 목숨처럼 소중하게 여겼을 드라마가 알려질 것이라는 점과 현장에서 일하는 동료를 고려해야 했기에 공개 대응 여부를 숙고했다"며 "안타까운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고 재발방지 대책을 만드는 것이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고 건강한 일터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힘들지만 올바른 길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밝혀서 뜯어 고쳐야 한다. 양 사측이 적극적으로 협조하면 보다 신속한 조사와 대책 수립이 가능하다"며 "3월 8일까지 노조에 (조사위 참여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유족 대표인 고인의 동생 이희 씨는 "형은 과중한 업무를 버티지 못해 '모든 것이 버겁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며 "그런데 사측은 지난달 18일 유족과 만난 자리에서 '힘들다고 토로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라며 유족에게 상처를 남겼다"고 토로했다.
이어 "공식적이고 책임있는 사과를 해 회사에 헌신한 형의 명예를 회복해달라. 이 땅에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남아있는 자의 도리를 다 해 달라"고 당부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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