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 'DJ 정신' 칭송, 해석은 제각각?

이재명 "종전선언 넘어 평화선언으로"…윤석열 "정치보복 않고 국민통합 이룩"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2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여야 대선 후보들이 모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9일 오후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노벨상 수상 21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 참석해 각각 축사를 했다.

이들은 모두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며 그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김 전 대통령의 어떤 점을 주목했는지는 후보마다 달랐다. 민주당은 '햇볕정책'으로 상징되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여를, 국민의힘은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면모와 사회 통합 및 IMF 외환위기 극복에 대한 기여, 한미일 외교 공조 등에 상대적으로 더 주목했다.

이재명 "종전선언 넘어 평화협정으로"

먼저 마이크를 잡은 이재명 후보는 "국가의 존재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공동체를 전쟁으로부터 지키는 것"이라며 "평화가 곧 경제다. 안정적 경제협력이 평화를 찾아줄 것이고, 평화가 경제협력을 확대시켜 줄 것"이라고 햇볕정책의 계승을 주장했다.

이 후보는 "김 전 대통령께서는 평생 탄압받으면서도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의 안정을 위해 일생을 바치셨고 그 위대한 결과로 노벨상을 수상하셨다"고 고인을 기렸다.

이 후보는 "가장 확실한 안보 정책은 싸울 필요를 안 만드는 것, 바로 평화"라며 "김 전 대통령께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고, 그 결과 한반도가 나름 안정되고 평화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앞으로 가야 할 길 중 하나가 한반도 비핵화 문제"라며 "비핵화를 위해 많은 해법 제시되고 있지만, 안보 문제가 정쟁의 대상이 되면서 정치적으로 수단이 결정되는 경우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그러지 말아야 한다. 국가 안보 문제는 결코 정쟁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며 "북핵 문제가 해결 안 된다고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하자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정치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술핵을) 재배치하면 북핵을 용인하는 결과가 되고, 동북아 지역에서 핵 군비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당시 홍준표 의원 등 일부 후보들이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 후보는 "최근 종전선언을 두고 논란이 많다"며 "전쟁상태를 끝내야 하고, 종전선언을 넘어 평화협정으로 가야 한다. 남북이 공존하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야당을 겨냥해 "국민적 합의가 없어서 시기상조란 말을 하는데, 국민 67%가 종전선언을 지지한다. 전향적 재검토를 요청한다"고 요구했다.

윤석열 "행동하는 양심, 국민통합, 사회안전망, IMF 극복"

윤석열 후보는 "제가 검사 생활을 할 때도 김 전 대통령을 존경했고 그 분의 자서전도 꼼꼼히 읽었다"며 "(김 전 대통령은) 평생 민주주의, 인권, 평화를 위해 헌신했다. 다섯 번 죽을 고비를 넘고, 6년간 감옥생활을 하고, 오랜 망명과 감시라는 탄압을 받았지만 한 번도 불의의 세력과 타협하지 않은 그야말로 '행동하는 양심'이셨다"고 강조했다. '정권에 의해 탄압받은 정치 지도자'의 이미지를 자신에게 투영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 후보는 "대통령이 된 후에는 그 어떤 정치 보복도 하지 않고 모든 정적들을 용서하고 화해하는 정치인으로 국민 통합을 이룩하셨다"고 언급했다.

윤 후보는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경제 선진국으로 발전한 데에는 누구보다 김 전 대통령의 공헌이 매우 크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는 구체적으로 "국민기초생활 보장제를 실시하고, 4대 보험을 전 국민에 시행하는 국민 생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우리 사회를 선진 복지 국가가 되게 했다"며 "인권법과 양성평등법을 제정하고 국가인권위를 설립해 모든 국민이 억압과 차별을 당하지 않는 자유와 평등 인권 국가가 되게 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또 "정보화 문명의 도래를 예견하고 IT를 적극 추진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IT 정보화 선두 국가가 됐다"면서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임을 통찰하고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문화정책으로 전 세계에 한류 문화를 꽃피게 했다"고 했다.

윤 후보는 "이런 제반 정책을 통해 국가 부도사태에 직면한 IMF 외환 위기를 3년 반 만에 조기 극복하고 세계 10위권 경제 선진국이 되게 했다"며 "대통령 후보로서 이러한 김 전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업적을 되새기면서 앞으로 더 발전시켜 공정과 상식의 기반 위에 골고루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회와 희망의 나라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김 전 대통령의 외교안보적 업적에 대해서는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고 한미일 공조를 강화했다. 튼튼한 외교안보 기반 위에서 우리 민족이 국제사회에서 자주적으로 평화 번영하도록 화해와 협력의 햇볕정책으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우리 민족 평화통일의 길을 열어놓으셨다"고 대북정책 성과를 언급하면서도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역사의식으로, 일본과 불행했던 과거 역사를 넘어 미래 파트너로 함께하는 화해 외교정책을 폈다 "는 점, "한중일 정상회담, '아세안+3' 정상회담을 정례화시켜 동아시아 평화안보와 경제협력 공동체의 토대를 형성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심상정 "항구적 평화체제의 한반도, DJ의 꿈"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는 같은 자리에서 "오슬로에서의 환희를 기억한다"며 "6.15 공동선언이라는 위업을 쌓은 김 전 대통령은 전 세계에 민주주의, 인권, 평화를 전파한 지도자였다. 그의 햇볕정책은 20세기 마지막 평화 정책이고 21세기 첫 평화정책"이라고 기렸다.

심 후보는 "지금 한반도는 불안한 평화를 이어가고 있다"며 "밀레니엄의 순간에 다가왔던 평화를 기억하고, 멀지만 가야 할 평화의 길에 굳건히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야말로 남북한 국민에 대한 최고의 복지이며, 펜데믹 시기에 세계 평화와 공존으로 나아가는 리더십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후보는 "온 힘을 모아 김대중의 길을 가겠다"며 "차기 정부에서는 종전 선언을 넘어 한반도 그랜드 바겐, 대타협을 이룰 기회의 창을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전쟁의 위협을 제거한 영구적 평화체제의 한반도는 김대중의 꿈이자 심상정의 소명"이라며 "김대중의 길을 이어 인권 선진국, 문화 선진국, 시민 삶이 선진국인 나라를 꼭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9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21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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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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