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회찬 전 의원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노회찬 6411>(감독 민환기, 제작 명필름, 시네마 6411, 노회찬재단)이 오는 14일 전국 각지 메가박스 상영관에서 개봉한다. 노 전 의원의 3주기를 맞아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제작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으로 완성된 영화를 봤을까.
<노회찬 6411>의 제작진 5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인터뷰했다. 첫째는 20대 중반의 나이로 처음 장편 다큐 영화 제작에 참여한 김지수 조감독과 조유경 조감독이다. 이들에게 영화 제작 과정은 이름 정도만 알던 노 전 의원의 삶을 알아가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둘째는 영화의 제작자인 이은 명필름 대표이사와 최낙용 시네마 6411 대표다. 이들은 노 전 의원과 동시대를 살았고 진보정당 운동을 지지했던 사람으로서 노 전 의원의 삶을 반추하며 든 소회를 말했다.
셋째는 영화를 공동 제작한 노회찬재단의 김형탁 사무총장이다. 김 총장은 <노회찬 6411>을 보며 노 전 의원이 끊임없이 진보정당 집권을 위해 고민했다는 점과 그가 바라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더 깊이 새겼다.
<노회찬 6411>의 개봉을 앞두고 세 편에 걸쳐 영화는 물론 노 전 의원의 삶에 대한 3색의 이야기가 담긴 인터뷰를 싣는다.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은 한국 진보정치의 산 증인 중 한 명이다. 2002년 민주노총 부위원장으로 일할 당시 노조 내 정치위원회를 맡아 민주노동당 창당에 참여했다. 이후 민주노동당 대변인, 진보신당 사무총장, 정의당 부대표 등을 맡기도 했다. 고 노회찬 전 의원의 당적과도 대체로 일치하는 궤적이다.
비슷한 일을 했고, 비슷한 꿈을 꿨기 때문일까. 영화를 반복적으로 보던 김 총장의 생각은 자연스레 노 의원의 속내로 향했다. 그렇게 짐작한 속내 중에서도 가장 강렬하게 남은 것은 노 의원의 '집권 의지'와 '진보정당을 사람들의 삶 속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이었다.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 노회찬재단 사무실에서 김 총장을 만나 <노회찬 6411>과 노 의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노회찬은 진보정당을 대중 속으로 가져가려 했던 사람”
김 총장이 기억하는 노 의원은 말이 많지 않은 사람이었다. 공식적인 회의를 할 때 곤란한 질문을 받으면 기지 있게 답변하는 모습을 종종 보곤 했지만, 방송 토론회에 나가기 전까지는 그가 '촌철살인의 언어'로 진보 정치를 대표하는 스타가 될 거라고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성정으로 볼 때 노 의원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 타인을 존중하고 타인의 상황을 이해하는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이런 성정은 사회적 약자와 함께할 때 더 빛났다. 영화에 나오는 인터뷰이들은 노 의원이 용접공으로 일하며 노동운동을 하던 때에 대해 '보통은 티가 나는데 학생운동 출신(학출)이라는 티가 안 났다. 가르치려고 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2012년 노 의원이 진보정의당 당대표직을 수락하며 남긴 '6411번 버스 연설'에 대해서도 김 총장은 타인의 삶을 보는 감수성과 진보정당 집권에 대한 의지가 함께 작용해 나온 결과라고 이야기했다.
진보정당을 대중 속으로 가져가 집권을 이뤄내고 이를 통해 한국사회를 바꾸고자 했던 노 의원의 삶은 안타깝게도 슬픈 결말을 맞았다.
김 총장에게는 진보정당에 끝까지 남아 노 의원과 함께 여러 난국을 돌파하지 못한 데 대한 '마음의 빚'이 있다. 영화의 말미 박갑주 변호사가 노 의원의 죽음에 대해 말하며 '전날 선배들이 노 의원에게 무조건 따라붙으라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은 여전히 김 총장의 마음을 친다.
"죽음보다 삶에 주목하면 좋겠다”
김 총장에게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물었다. 영화 제작에 대한 시민의 호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영화 제작에 대한 시민의 열기는 노 의원의 삶이 한국사회에 여전히 유효한 울림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 총장 역시 완성된 영화를 보며 노 의원의 문제의식이 "현재진행형”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를 위한 재단의 역할이 무엇일지 생각하기도 했다.
재단은 앞으로 6411번 버스로 상징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세우고 이를 위한 활동을 하려 해요. 예컨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노회찬 유튜브 방송국 설립, 전국 각지에서 새벽 첫차에 타는 노동자의 삶 연구와 같은 일을 구상하고 있어요."
끝으로, 김 총장에게 <노회찬 6411>을 보려는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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