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해서 뭐라도 하고 싶다고?...니 '브랜드'는 뭔데?"

[프레시안 리프레시 데이]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의 김키미 작가 북토크

SNS의 발달로 누구나 1인 미디어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시대. 평범한 사람도 나를 잘 알릴 수 있게 된 시대. 이를 잘 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달 30일, <프레시안> 리프레시 데이 세 번째 시간에 강연자로 출연한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웨일북)의 작가 김키미 씨는 '퍼스널 브랜딩'이 첫번째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강연의 서두, 직장인들이 갖고 있는 불안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개인의 열정, 개성, 창의성을 생계수단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뜻하는 '패션 이코노미(passion economy)'와 온라인 플랫폼 등을 바탕으로 한 임시직이 일상화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라는 말이 도는 시대, 직장인들이 '빨리 퇴사해서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하는 불안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그 자신 이 같은 감정을 여러 번 느끼면서 김 작가는 여기에 "불안감" 대신 "시대에 반응하는 올바른 감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단,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면 단순히 시대를 감각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행동이 필요하다. 이 같은 진단 하에 김키미가 행동 전략으로 제시하는 개념이 바로 '퍼스널 브랜딩'이다.

문제는 '퍼스널 브랜딩'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알겠는데 어떻게 할지는 몰랐다는 것. 김키미는 퍼스널 브랜딩에서 퍼스널을 떼고 브랜딩에 대해 공부하기로 했다. 기업의 브랜딩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연구와 원리가 있었다. 이 같은 생각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무 개 기업 브랜드의 브랜딩 전략을 살피고 퍼스널 브랜딩에 관한 함의를 정리한 책이 바로 <오나브>다.

강연에서 김 작가는 책을 쓰는 과정에서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퍼스널 브랜딩에 대해 설명했다. 자신이 직접 퍼스널 브랜딩을 수행한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도 했다>를 쓴 김키미 작. ⓒ프레시안(정경아)

"먼저 '고정관념으로 굳혀져도 좋을 나'를 찾자"

김 작가는 먼저 마케팅(marketing)과 브랜딩(branding)의 차이를 설명했다. 마케팅은 내가 타인에게 '나는 일을 잘 해'라고 말하는 것이다. 브랜딩은 다른 사람이 나를 보고 '당신은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마케팅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우리가 "나는 일을 잘 해"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날 때 갖는 이미지는 '일을 잘 한다'가 아닌 '자랑을 잘 한다'이기 쉽기 때문이다. 나만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브랜드라는 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나를 보면 떠오르는 생각이라는 의미에서 "브랜드는 고정관념"이다. 즉, 퍼스널 브랜드는 '고정관념으로 굳혀져도 좋을 나'를 뜻한다.

퍼스널 브랜드를 만들 때 고려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인플루언서와 브랜드는 다르다. 세상에는 나만 아는 브랜드도 있는 법이다.

선택과 집중도 중요하다.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전달하려면 실패하기 쉽다. '김키미라는 사람, 브랜딩 하나는 잘하지'가 '김키미라는 사람, '브랜딩 잘하는데 사진도 잘 찍지. 사진 수업도 하고 사진집도 냈잖아'보다 전달하기 쉽다. 이미지의 확장성을 고려해 어떤 이미지를 먼저 알릴지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 작가는 위와 같은 원칙에 따라 자신이 수행한 '퍼스널 브랜딩' 과정을 설명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의 정체성을 나열하고 이를 몇 가지 그룹으로 나눠 정리한 것이었다.

'여성, 30대 후반', '조손가정, 고졸, 페미니스트', '사진, 여행, 드라마, 요리', '일잘러, 신뢰', '워커홀릭, 브랜드 마케터, 퍼스널 브랜딩', '브런치, 콘텐츠, IT, 수평 문화', '미래지향적, 성장캐'

그런 뒤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정체성, 즉 '고정관념으로 굳혀져도 좋을 나'를 찾았다. 김키미에게 그건 '일과 관련된 나'였다. 나머지는 일단 배제했다. 그렇게 골라낸 열쇳말이 '워커홀릭, 브랜드 마케터, 퍼스널 브랜딩', '일잘러, 신뢰', '미래지향적, 성장캐' 등이었다. 김키미는 이를 다시로 '브랜딩 잘 하는 사람',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 '자발적 자기계발러'로 요약했다.

이미지의 확장성도 고려했다. 자신은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요리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저 사람은 브랜딩을 잘하는데 요리도 잘 해'가 '저 사람은 요리를 잘하는데 브랜딩도 잘해'보다 사람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 김키미 작가가 퍼스널 브랜딩을 정의하던 과정에서 중요한 힌트가 된 김하나 작가의 말. ⓒ김키미

"퍼스널 브랜드를 알리고 싶다면, 기획, 마감, 공개"

알리고 싶은 정체성을 택했다면 이를 실제로 알려야 한다. 김 작가에게 이를 위한 2020년의 목표는 바로 <오나브>의 출간이었다.

출간 과정은 '기획, 마감, 공개'의 과정으로 이뤄졌다. 기획 단계에서는 책의 제목, 주제, 타깃, 형식, 분량, 분야 등을 구체적으로 정했다. 예컨대, 분량에 대해서는 총 300쪽 내외로 하되 A4 4~6장씩 20개의 글을 쓴다고 정했다.

이후 스스로 '마감'을 부여해 일을 완성했다. 같이 글을 쓰는 동료를 구해 매일 아침 줌으로 만나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고 글 한 편을 붙들고 있는 시간은 일주일로 제한했다. 일주일이 지나면 글이 완성되지 않았어도 다음 글로 넘어갔다. 부족한 부분은 나중에 다듬었다. 그래야 글의 진도를 뺄 수 있었다.

마지막은 '공개'다. 퍼스널 브랜딩을 위한 작업이 완료됐다면 이를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김 작가에게 이는 책의 출간이었다. 책 한 권을 쓰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예비 독자를 모으고 싶다는 마음에 자신의 출간일지를 인스타그램에 공개하기도 했다.

김키미는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오나브>를 출간하고 '브랜딩을 잘 하는 사람'이라는 '퍼스널 브랜드'를 얻었다. 책이 출간된 뒤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겼다. 두 달 만에 7쇄를 찍었고, 여기저기에서 강연 요청도 왔다.

▲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김키미 지음) ⓒ웨일북

"퍼스널 브랜딩,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지만 누구나 할 수 있다"

강연 중 김 작가는 자신의 퍼스널 브랜딩 주요 도구였던 '글쓰기'와 관련한 조언을 남겼다. 대부분의 사람이 퍼스널 브랜딩을 생각할 때 글쓰기를 염두에 둘 것이지만, 글쓰기 실력이 하루아침에 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김 작가는 <오나브>를 쓰기 전 브런치에 여행기 <돌아올 집이 있어 더 값진 여행>, 사진집 <이런 쿠바세끼>, 주변인을 인터뷰한 뒤 쓴 짧은 에세이 <인터뷰라는 핑계>를 연재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이런 경험을 합하면 <오나브>를 쓰기 위한 글쓰기 능력을 얻기까지 4년이 걸린 셈이다.

<오나브>를 쓰며 '내가 뭐라고 책을 쓰나 괴로워한 날이 많았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작가들이 모인 공간인 카카오 브런치의 브랜드 마케터가 쓰는 글은 얼마나 잘 썼을까, 얼마나 전문적일까'하는 시선도 두려웠다.

김 작가는 이런 두려움을 '브런치에서 일하며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나는 왜 안 돼'라는 생각으로 극복했다고 말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는 대단한 지식인이 아닌 나보다 조금 더 아는 사람, 먼저 해본 사람의 이야기일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강연의 말미, 글쓰기에 대한 조언과 두려움에 대한 고백을 합해 김 작가는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자신 같은 작업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사회의 다양성에 기여한다는 생각에서 많은 사람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경험을 하기 바라요. 그런데 '그 목소리를 당장 오늘 내세요'라는 건 아니에요. 그런 부담은 안 가지면 좋겠어요. 저도 자기계발 목적의 강연이나 책을 볼 때 '고민하지 말고 시작해봐'라는 말이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한테는 그 말이 폭력적이었어요.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자신을 어떻게 알릴지 고민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조금 더 시간이 걸려도 방향이 옳다면 의심하지 말고 자신을 응원했으면 좋겠어요. 나에게는 나만의 속도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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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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