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가해 해놓고 되레 저를 '남성혐오'로 몰아가는 거예요"

[이변의 예민한 상담소 2] 열일곱 번째 이야기

"한 복학생이 수업 중 발표를 하는 제게 계속 시비를 걸며 모욕적인 발언을 하더니, 수업에서 끌려나가면서까지 욕설을 했습니다. 이후 학교 '블라인드 앱'에 제가 발표하면서 남성혐오 발언을 했고 자기는 욕설을 하지 않았다며 평소에도 제 옷차림이나 자세가 불량했다는 등 자기가 피해자라는 식의 글을 계속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이미 입은 피해도 있는데, 이런 글로 사람들에게 오해도 받아야 하다니 참기 어렵습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물리력에 정확히 반비례한다. 자기보다 체격이 큰 사람, 처분 권한을 가진 사람, 다수에 의해 보호받는 사람처럼 가해를 했을 때 성공에 이르지 못하거나 불이익이 초래될 것이 예상되는 사람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당장의 폭력에 대항할 힘이 없다고 보여질수록 폭력은 쉽게 일어난다. 아동학대, 노인학대, 가정폭력, 교제폭력 등 물리적 약자에게 일어나는 범죄들은 모두 이 단순한 원리에 바탕한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직장에서, 혹은 업무를 보는 공간에서 폭력을 정당화할 아무런 이유 없이 폭력을 경험하는 여성, 하급자, 연령이 상대적으로 어린 피해자들의 이런 종류의 사건들이 왕왕 일어난다. 피해자를 직접 때리거나 피해자를 향해 물건을 직접 던지거나 한 것이 아니니 고소나 신고를 하는 것도 애매하다고 느껴지는데, 정작 그런 일이 벌어진 공간에서 일 처리도 흐지부지되기 일쑤고, 종래에는 피해자가 문제가 있어서 이런 일이 생겼다는 식의 억측에 내몰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애매하다고 생각하지만 속상하게 만든 일상의 피해는 폭력이고 범죄다. 우선 수업이든 회의든 무언가 발표하고 있었다면 그 자리에는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었을 경우가 대부분이다. 타인이 보는 앞에서 모욕적인 발언을 하였다면, 특히 그 발언에 욕설, 비속어, 음담패설, 성적수치심을 줄만한 내용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면 이는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한다. 더구나 이 일이 학업이나 업무 관련하여 발표하는 것과 같이 업무를 훼방하였다면, 업무방해에도 해당한다. 가해자가 한 말이 위협하는 것이거나 거짓말로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면 별도로 협박죄나 명예훼손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폭력을, 성폭력을, 학교폭력을 가해놓고, 적반하장 식으로 나오는 가해자들도 적지 않다. 피해를 고소하거나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기도 하고, 먼저 가해한 후 이를 정당화하며 온라인상에서 또는 주변인들에게 피해자보다도 먼저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이런 경우 역시 피해자가 입고 있는 피해는 범죄 피해가 맞다. 별도로 명예훼손죄 또는 모욕죄 등에 해당하는 피해를 당하고 있는 동시에, 게시 내용에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노출되거나 하였다면 별도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의 소지도 있는 것이다. 같은 내용의 글이어도 올린 게시물마다 별개의 범죄 개수에 해당한다.

일상에서 자질구레하게 펼쳐지는 모든 폭력에 대해 법의 심판을 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일어난 일이 범죄 피해라면, 동일한 피해를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같은 가해자로부터 추가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합법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응징만이 아니라 예방차원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이때 중요한 사실은 피해자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범죄 피해임을 인식하는 것과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다. 피해자가 예상에 없던 폭력 등 언동을 당했을 때 직접 증거를 바로 채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CCTV가 있는지 확인한다거나 주변인들이 그 직후 전한 위로 등 말을 기록한다거나, 회의나 수업의 주관자에게 발생한 일에 대하여 문언으로 문제제기를 남겨두는 등의 대응을 해야 한다. 이후 추가로 명예훼손 등의 피해를 입었다면 감정을 가라앉히고 올라온 글들이 삭제될 경우를 대비하여 캡쳐해두어야 한다. 가해자와 나눈 SNS 대화 등이 있는 경우 이를 함부로 지우지 말아야 한다.

폭력을 당한 것은 부당한 일이지 창피한 일이 아니다. 물리적으로 약하다는 것은 그저 상태일 뿐, 폭력적인 일을 감수해야 하는 이유도 아니다. 범죄에 해당하는 폭력에 노출되었다면, 이에 대해 속상해하거나 무기력해하지 말고 찬찬히 살펴보고 대응하면 된다. 외부의 폭력에 대한 스스로의 체급은 그 과정을 통해 강화된다. 동시에 응징은 가장 적확한 예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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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의

이은의 변호사(ppjasmine@nate.com)는 이은의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위 글의 내용에 대한 추가적인 문의 사항이나 법률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메일이나 아래 전화로 연락을 주십시오. (평일 오전 9시 30분~오후 6시 : 02-597-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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