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현행법으로도 투기 부동산 몰수 가능"

당정, 고위정책협의 열어 LH 대책 논의…"전 공직자 재산등록 의무화"

정부와 여당이 일요일인 28일 오후 고위당정협의를 열고 부동산 투기 규제 방안 등을 추가 논의했다. 4.7 재보선을 앞두고 LH 사태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 국토교통위 입법 논의 과정에서의 '소급 입법' 무산 논란까지 불거진 점과 관련해 여당 당수로부터 의미심장한 언급이 나오기도 했다.

당정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과 정세균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변창흠 국토부 장관,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과 최재성·이호승 수석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었다.

김태년 대행은 회의 모두 발언에서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에 실망하고 계시는 국민들께 다시 한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이며 "(당정은) 근본적 개혁을 통해 부동산 투기와 적폐를 청산하고 부동산 정책의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행은 국회에서의 입법적 노력에 대해 "24일 본회의에서 공직자 부동산 투기 근절 3법을 처리했고, 4월 국회에서도 공직자 투기 근절 제도화 수준을 더 높이겠다"면서 "이해충돌 방지법과 부동산 거래 신고법 처리도 속도를 내겠다. 부동산거래분석원도 설치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행은 특히 "부동산 투기의 부당 이익을 몰수하는 입법도 보완하겠다"며 "(24일 본회의에서) 공공주택특별법을 개정해 내부정보를 이용해 투기한 공직자를 최대 무기징역에 처하고 투기 이익을 전부 추징하도록 했다"고 언급했다. 김 대행은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일부 언론에 부당이익 환수의 소급 적용이 안 되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현행법으로도 공직자 부동산 투기의 부당이익을 몰수할 수 있고, 이미 추진 중이다. 분명하게 말씀드리지만, 현행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 설치·운영법에서는 공직자의 투기이익만이 아니라 투기 부동산 자체를 반드시 몰수하게 돼 있다. 이미 합수본은 이 법을 적용해 공직자의 투기 부동산 몰수를 추진하고 있다.

(예컨대) 투기 의혹이 있는 포천시 공무원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몰수 대상이 되는 토지와 건물을 판결 전에 처분하지 못하도록 법원에서 '몰수보전' 처분도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부당이득을 몰수하기 위한 소급 적용 입법에 나서겠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

김 대행의 발언은 2가지 측면에서 눈길을 끌었다. 첫째,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소급 입법에 나서겠다'고 하면서도 '현행법으로도 LH 직원 투기를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점이다.

앞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심의해 지난 24일 본회의에서 가결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민주당 및 정의당 위원들이 '부당이익 추징 및 투기 공직자 처벌을 법 개정 이전 사건에도 적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다수 위원들이 헌법상 형벌 불소급 원칙을 들어 반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LH 사태에 분노한 여론이 '소급 입법이라도 했었어야 한다'며 국회, 특히 상임위원장·소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여당에 대해 비판적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김 대행이 "현행법으로도 몰수할 수 있다"고 변론에 나선 셈이다.

다만 김 대행도 "그럼에도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소급 적용 입법에 나서겠다"고 단서를 달았고,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고위당정 결과 브리핑에서 "당 최고위는 내부 정보, 공직자 지위를 활용해서 부당한 부동산 투기 이익을 얻는 자는 친일반민족행위자와 같은 반열로 규정해야 한다는 차원"이라며 "최고위원들은 여기에 모두 공감했다", "최고위에서는 강력한 의지를 모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대변인은 "최고위의 의지는 당정 간 협의에서도 충분히 반영될 것"이라며 "(소급 입법을) 반드시 관철시킬 것"이라고도 했다. "절대다수 국민들이 최근 (LH의) 부당이익에 대해 몰수하라는 요구와 의지가 강하고, 국회는 국민들의 뜻을 잘 받들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투기 부동산 몰수 추진"이 실제로 가능하냐는 점이다. 김 대행이 말한 법률의 근거 조항은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법'의 86조로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 "(그)로 인해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은 몰수 또는 추징한다"는 것이다.

시민사회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소급 입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행법으로는 LH 직원들의 투기 이익을 환수할 방법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5년 11월 판례에서 "부패방지법 86조의 규정에 의한 필요적 몰수 또는 추징은 범인 또는 그 사정을 아는 3자가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그들로부터 박탈해 범인 또는 그 사정을 아는 3자로 하여금 부정한 이익을 보유하지 못하게 함에 그 목적이 있다"고 판시하며 몰수·추징 범위는 "범죄행위로 취득한 재물 자체를 몰수하고, 몰수가 불가능하다면 그 가액 상당을 추징하는 것이며, 재물을 취득하기 위한 대가로 지급한 금원 등을 뺀 나머지를 추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부당이익이 실현돼야만 업무상 비밀이용죄가 성립하는 것도 아니라는 게 기존 판례의 취지다. 대법원은 동 판결에서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을 취득한 행위로서 그 물건을 매수한 때에 바로 업무상 비밀이용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2006년 1월 판례에도 "물건을 매수한 때에 바로 업무상 비밀이용죄가 성립하는 것이지, 시세가 상승한 다음 이를 다시 처분해 전매차익을 얻음으로써 범죄 이익을 현실화한 때 비로소 범죄가 성립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정세균 "재산 등록 대상, 전 공직자로 확대" 쐐기

정세균 총리는 "지금 특수본을 중심으로 부동산 투기 고강도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수사가 진행되는 중에도 투기 의심 사례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특수본은 모든 의혹에 대해 명운을 걸고 꼼꼼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정 총리는 "비리가 확인되면 가혹하리만큼 엄벌에 처하고 부당이득은 그 이상을 환수하겠다. 투기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경고하면서 "정부는 한걸음 더 나아가 공직자 부패 방지 차원에서 재산등록 대상을 전체 공직자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재강조했다.

재산 등록 대상을 고위공직자에서 전 공직자로 확대하는 방안은 지난 19일 고위당정에서 검토가 이뤄진 사안을 이날 정 총리가 확정 지어 말한 것이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고위당정 결과 브리핑에서 '9급 공무원 등을 포함해 전 공직자 대상 재산 공개는 너무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을 받고 "원칙적으로 전 공직자에 대해서 재산 등록을 추진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구체적 내용들은 내일 정부 발표 전에 심도 있는 논의할 것"이라고만 했다.

최 대변인은 LH 혁신 방안에 대해서는 "총체적 대책 마련 후 조속한 시일 내 발표될 것"이라고만 했다.

▲정부·여당 주요 인사들이 28일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정세균 국무총리,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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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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