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 날. 또 한 명의 산재 사망자 유가족이 국회 앞에서 사고 원인 규명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지난 23일 오토바이로 출근 중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도로에서 25톤 덤프트럭에 깔려 사망한 고 정성수 씨 유족이다.
금속노조는 정 씨 유족과 함께 3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족들이 9일째 장례도 미루고 진상 규명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 씨 죽음에 책임이 있는 포스코는 장례식장 한 번 찾지 않았다"며 "포스코는 즉각 유족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하기 위해 포항에서 올라온 정 씨 아들 A씨는 "저희 아버지는 포스코의 하청업체인 한진 소속으로 17년을 일했지만 사고가 난 후 유족들은 원인에 대한 설명 한 번 듣지 못했다"며 "유족들이 포스코를 찾았을 당시에도 회사는 사고를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었다"고 비통해했다.
A씨는 "유족의 요구는 간단하다. 명확한 사고 원인을 알고 싶고 책임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평생 가족을 위해 일해온 아버지의 죽음이 억울한 죽음이 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정 씨 사망사고의 책임이 포스코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정 씨 사고가 발생한 포항제철소 내 도로에는 가로등과 신호등이 없었다. 해당 장소는 출퇴근 시간 대형트럭과 오토바이 등이 뒤엉키는 탓에 평소 사고 위험이 높다고 지적되어온 곳이기도 하다.
금속노조는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이 정 씨 사고 이후 포항제철소에 '부분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 뒤에야 포스코가 해당 도로에 가로등을 설치하고 반사경을 추가로 세웠다고 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저는 현대자동차에 다니는데 현대자동차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출퇴근할 때 안전을 위해 화물차의 출입이 정지된다"며 "현대자동차에서도 출퇴근 시 대형 화물차량에 치어 죽어간 노동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노사가 산업안전보건위에서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포스코에서 산업안전보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정성수 노동자를 비롯해 지난 두 달 간 포스코에서 일어난 5명의 산재사망도 없었을 것"이라며 "포스코는 자신들의 잘못으로 일어난 노동자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4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는 폭발로 노동자 3명이 숨지는 사고 있었다. 이어 지난 9일에는 광양제철소에서 일하던 하청 노동자 1명이 추락사했다.
연이은 노동자의 산재사망을 막기 위해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6월 폐기물 처리 업체 '조선우드'에서 일하다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사망한 고 김재순 노동자의 아버지 김선양 씨는 "더이상 노동자가 산업현장에서 죽어가서는 안 된다"며 "국회는 국민청원으로 입법발의한 중대재해법을 기필코 원안대로 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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