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에서 물품 분류작업을 하는 무기계약직 이중원 씨는 추석 상여금으로 25만 원을 받았다. 같이 일하는 정규직이 받는 명절상여금은 150~200만 원 정도다. 이 씨는 명절 기간 힘든 업무는 자신과 같은 비정규직들에게 몰리는데도 상여금에서까지 차별받는다는 점 때문에 서럽다.
인천항만공사의 자회사인 인천항보안공사 무기계약직 중 '무기직2'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정규직과 달리 명절상여금을 받지 못한다. 이들은 올해 초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 시정을 청구해 지난 6월 명절상여금 미지급은 차별이 맞다는 판단을 받았다. 하지만 무기직2 노동자들은 이번 명절에도 상여금을 받지 못했다. 인천항보안공사가 모회사가 예산을 주지 않아 돈이 없다고 말하는 동시에 사건을 중앙노동위원회로 가져가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운수노조가 2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한 명절 상여금 차별을 철폐할 것을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평소에도 정규직의 50~60% 수준의 저임금을 받으며 차별받고 있는데 비정규직이 받는 몇 안 되는 수당 중 하나인 명절상여금조차 차별 받는다"며 "공공부문에서부터 명절에 더 서러운 노동자가 없도록 정부가 책임을 다하고 민간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전했다.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일하는 공무원과 무기계약직 노동자 사이에는 명절상여금에 차별이 있다.
공무원은 기본급의 60%를 명절상여금으로 받는다. 9급 3호봉 기준 102만 1860원, 7급 15호봉 기준 189만 3300원이다. 반면 무기계약직에게 지급되는 명절상여금은 연 2회 총 80만 원이다. 기획재정부의 2021년도 예산안 지침에 따른 것이다.
우정사업본부, 한국철도공사 등 공공기관의 명절상여금 지급기준은 기관별로 다 다르다. 하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이 있다는 점은 같다.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1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4137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공공기관 명절상여금 설문조사를 보면, 정규직 노동자와 비교할 때 무기계약직 노동자는 36.7%, 기간제 노동자는 29.1%, 간접고용 노동자는 27.2% 수준의 명절상여금을 받는다. 무기계약직 노동자의 9.6%, 기간제 노동자의 23.4%, 간접고용 노동자의 48.6%는 명절상여금을 아예 받지 못한다.
공공운수노조는 "보통 정규직이 명절상여금으로 150만 원, 200만 원을 받을 때, 무기계약직은 40만 원, 기간제는 20만 원을 받고 용역노동자는 한 푼도 못받는 경우가 많다"며 "정규직은 차례상에 조기를 놓고 비정규직은 멸치를 놓으라는 말인가. 정규직은 갈비세트를 비정규직은 식용유세트를 사들고 고향에 내려가라는 뜻인가"라고 물었다.
공공운수노조는 "근로기준법은 정규직, 비정규직과 같이 사회적 신분이 달라도 균등한 처우를 하라고 규정하고 있고, 법원도 무기계약직이나 기간제 노동자라는 이유로 명절상여금과 같은 직무와 무관한 수당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문재인 정부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약속한대로 복리후생 금품에서의 차별을 즉각 철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비정규직도 정성 들여 차례상을 차리고 부모님께 용돈을 쥐어드리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며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차별을 철폐하는 내용이 들어가 이런 기자회견을 하지 않아도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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