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미가입 비정규직의 코로나19 이후 실직 경험 비율이 정규직의 8.5배라는 조사가 나왔다. 실직에 대비한 사회안전망인 고용보험이 실직을 가장 많이 당하는 이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역설이 드러난 셈이다.
갑질을 당한 직장인을 돕는 민간공익단체인 직장갑질119는 21일 서울 종로 스페이스노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와 직장생활 변화 3차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수행됐다.
실직과 소득감소, 비정규직에서 많은데 고용보험 미가입 비정규직에서는 더 많아
조사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비정규직의 실직 경험 비율은 31.3%로 정규직 4.3%의 7.9배가량이다.
비정규직 중 고용보험 미가입자를 따로 추리면, 정규직과의 실직 경험 차이는 더 벌어진다. 고용보험 미가입 비정규직의 실직 경험 비율은 34.2%로 정규직의 8.5배 정도다. 고용보험 가입 비정규직의 실직 경험 비율은 28.3%로 정규직의 6.6배 수준이다.
코로나19 피해가 비정규직에게 집중되고 그중에서도 고용보험 미가입자의 피해가 더 큰 경향은 소득 감소에서도 확인된다. 고용보험 미가입 비정규직의 코로나19 이후 개인소득 감소 경험 비율은 66.3%로 정규직 19.3%에 비해 3.4배 정도 높다. 고용보험 가입 비정규직의 개인소득 감소 경험 비율은 45.5%로 정규직의 2.4배 수준이다.
정부의 코로나19 소득보전 정책도 고용보험 미가입 비정규직의 편이 아니었다. 코로나19 이후 실직을 경험한 직장인 중 '실업급여, 고용안정지원금, 휴업수당 중 한 가지라도 혜택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정규직 53.9%, 고용보험 가입 비정규직 39.3%, 고용보험 미가입 비정규직 29%순이다.
조돈문 가톨릭대학교 사회과학부 명예교수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불이익을 당한 고용보험 미가입 비정규직은 소득 지원 정책에서도 배제되어 있다"며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을 온몸으로 감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민고용보험 도입 시급, 임시 재난실업수당 도입도 고려해야
참가자들은 고용보험 미가입 비정규직에게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전국민고용보험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 교수는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통령이 선언한 전국민고용보험제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며 "영세사업장이나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등의 대책도 같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는 "전국민고용보험법 통과와 제도 안착에 시간이 걸린다면, 임시로라도 고용보험 제도 바깥에 있는 이들을 끌어들여야 한다"며 "실직이나 소득이 감소한 이들에게 6개월 정도 고용유지지원금(휴업수당의 90%, 즉 평소 임금의 63%) 수준의 '재난실업수당'을 주면 전국민고용보험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을 수도 있고, 제도 시행의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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