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을 방조한 혐의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박 전 시장의 비서실 관계자들이 언론에 '피해자의 피해 호소나 전보 요청을 들은 적이 없다'고 밝힌 데 대해 피해자 측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론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자 지원 단체와 변호인단은 17일 입장문을 통해 서울시 인사 담당 과장과 피해자가 인사 전보와 관련해 주고 받은 텔레그램 대화를 공개하며 위와 같이 주장했다.
피해자 측의 자료를 보면, 피해자는 2017년 6월 15일 인사 담당 과장에게 인사 전보를 요청하는 면담을 한 뒤 자신의 당시 상사에게 "줌(주임)님 과장님과 말씀 나눴는데 1월까지는 있게 될 것 같아요. 그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시장님 설득시켜주시고 꼭 인력개발과 보내주신다세요"라고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상사는 "저는 대환영입니다만 1월엔 원하는 곳 꼭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2019년 6월에는 서울시 관계자 중 한 명이 피해자에게 "이번엔 꼭 탈출하실 수 있기를"이라고 적은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피해자 측은 위와 같은 내용의 텔레그램과 문자 등을 비서실 관계자들이 피해자의 인사 전보 요청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로 제시하며 "(비서실 관계자들이) 기본적 사실관계조차 인정하지 않는 행태를 개탄한다"고 밝혔다.
"수많은 비서실 근무자가 피해자의 피해 호소와 전보 요청 대화에 연결돼 있다"
앞서 강용석 변호사 등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지난 달 10일 박 전 시장의 전 비서실장 4명과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등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 13일, 박 전 시장의 비서실장이었던 김주명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장은 강제추행 방조 혐의 피고발인 조사를 마치고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2017년 3월부터 2018년 5월까지 근무하는 기간 중에 성추행에 대한 피해 호소를 들은 바 없다. 전보 요청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같은 혐의로 고발당해 이날 경찰 조사를 받은 오성규 전 서울시장도 입장문을 통해 "성추행 방조 혐의자로 지목당해 최근까지 경찰 참고인 조사를 받은 20명에 달하는 비서실 직원들 누구도 이러한 피해 호소를 전달받은 사례가 있다는 것을 들은 바 없다"고 발표했다.
피해자 측은 "수많은 비서실 근무자들이 피해자의 성고충 관련 호소와 전보 요청 관련 대화에 연결되어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비서실장이 나서서 '몰랐다'며 이(성추행)를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몰랐다는 것은 책임을 방조한 것이며, 몰랐다 하더라도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이) 사실이 아니라고 단언해서 주장할 수 없다"며 "이는 서울시가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협조 및 자체 재발방지 노력을 앞두고 직원들을 입단속하는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은 "피해자는 지금까지 사실 및 증거에 기초해 피해사실을 성실히 진술해왔다"며 "문제 해결의 책임자인 비서실장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입막음을 주도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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