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순의 눈물 "젠더 이슈, 당 우선 의제로 이끌기 어려웠다"

"통절한 반성, 자책감·죄책감 겹쳐"…박원순 사건 구체 언급은 안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최고위원이 당 지도부 회의에서 돌연 눈물을 보였다. 자신이 지도부에 속해 있지만 성평등 의제를 당의 중심 의제로 제기하지 못했다는 점을 "통절히 반성"한다면서 "자책감과 죄책감이 겹쳤다"고 했다. 남 최고위원은 다만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및 그에 대한 당의 대처와 관련해 구체적 인명·사건을 언급하거나 자신이 받고 있는 의혹에 대해 추가 해명을 하지는 않았다.

남 최고위원은 27일 민주당 최고위 회의에서 "여성 최고위원으로서 당 지도부에 있었으나, 젠더(gender) 이슈를 당의 중심 이슈로 이끌어 가는 데에 많은 장애와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8.29 전당대회를 앞두고 차기 당권 레이스가 본격화됐고, 현 지도부 임기는 종료를 앞두고 있다.

남 최고위원은 자신이 겪은 '장애와 어려움'에 대해 "젠더폭력상담신고센터 설치 규정을 만들었으나 전담 인력을 보장 받지 못해 외부 전문가를 쓸 수밖에 없었다"거나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조사심의위원회를 거쳐 공천 배제가 된 성폭력 가해 지목인들이 선거 이후 피해자들을 무고로 고소할 때도 제대로 막아내기 어려웠다"는 사례를 들었다.

남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저부터 통절한 반성을 한다. 자책감과 죄책감이 겹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하고 눈물을 보였다.

남 최고위원은 당 젠더폭력TF 단장으로서, 또 여성계를 대표하는 최고위원으로서 박원순 시장 사건 관련 입장을 요구받았으나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아 왔다. 다만 그는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지난 14일 입장문을 내는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입장문은 '피해 호소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점이 오히려 문제가 됐다.

또 그는 박 전 시장 사망 당일 오전에 고인과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고, 자신의 보좌관 출신인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가 박 전 시장에게 성추행 피소 사실을 사전에 알렸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24일 최고위에서 신상 발언을 통해 "저는 박 시장에 대한 피소 사실을 몰랐다. (제가 박 시장에게) 피소 상황을 알려줬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남 최고위원이 이날 밝힌 "통절한 반성"의 입장은, 문언대로만 보자면 지난 2년간 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민주당이 성평등 이슈를 더 적극적으로 제기하지 못한 데 대한 자성이다. 다만 박 전 시장 건과 관련해 그가 여러 논란의 가운데 있었던 점이나 발언 도중 눈물까지 보인 점은 그의 '반성'이 박 전 시장 문제에 대한 당의 대응 문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남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세상은 달라지고 있다. 국민 눈높이도 달라지고 있다"면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연이은 성폭력 사건에 여성 유권자들의 분노가 높아지고 있고 (이들은) 웬만하면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직자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 문제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권력관계의 성 불평등을 균형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편 "당 차기 최고위 구성에 있어서 30%를 여성으로 하자는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차기 지도부에 지명직 최고이원 2명을 여성으로 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공약인 '여성 국무위원 30%'를 지키고 있고, 이것이 대통령 인사권을 제약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당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성인지감수성 강화 교육도 실시할 것”이라며 "선출직 공직자와 당직자는 연 1회 이상 교육을 의무화하겠다"고 그는 밝혔다. 그는 "성폭력 가해자는 공천에서 원천 배제할 것을 다시 한 번 천명하고, 국회의원도 보좌진 채용시 하위직에 여성을 집중해서 선발하는 게 아니라 직급별로 골고루 채용할 것을 권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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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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