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박원순 피해자 공감...위로의 말씀" 2주 만에 첫 입장

강민석 대변인 발표...'공식 입장' 표현은 꺼리는 靑

청와대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에 대해 "공감한다"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후 줄곧 침묵을 지켜온 지 2주 만에 나온 첫 입장 표명이다. 청와대는 그러나 이번 발표가 청와대의 '공식 입장'으로 비춰지는 데 대해선 매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관련기사 : 문재인 '페미니스트 대통령'에게 질문 있습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오후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어제 피해자 입장문이 발표됐다. 기자회견도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 대변인은 "피해자 입장문 가운데 '적법하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진실이 밝혀져야 하고 본질 아닌 문제에 대해 논점 흐리지 않고 밝혀진 진실에 집중해달라'는 대목이 있었다"면서 "내용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청와대는 고위 공직자의 성 비위에 단호한 입장이고 피해자 입장이 최우선이란 게 기존 입장"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앞서 박 전 시장 관련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중단할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 자체에 관해선 입장 표명은 자제해 왔고, 이날 처음으로 밝혔다. 지난번엔 '피해 호소인'이란 표현을 썼던 것과 달리 '피해자'라고도 했다.

靑 "'공식 입장'은 진상 규명 후에"

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 앞서 오전 <한국일보>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동일한 입장을 먼저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강 대변인의 브리핑이 끝난 후 춘추관 기자들과 만나 이날 언론 인터뷰와 브리핑 배경에 대해 "이 논란이 길어지고 있고, 2차 가해도 있었고 더군다나 피해자께서 입장도 내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주간 침묵하다가 이날 발표한 것은 사건에 대한 입장이 바뀌었기 때문이냐'는 질문엔 "원래 그런 마음을 갖고 있었다. 입장이 변한 게 아니"라고 부연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강 대변인의 발표가 '공식 입장'으로 굳어지는 데 대해선 극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강 대변인을 포함한 청와대 관계자들은 "공식 입장은 (국가인권위원회의)진상규명 작업이 끝난 후에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이날 청와대의 브리핑은 청와대의 공식 입장도, 강 대변인 개인 입장도 아닌 어정쩡한 모양새가 됐다.

청와대 대변인의 역할은 대통령과 청와대의 공식 소통 창구다.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이 곧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라고 보아도 무방한 셈이다. 그럼에도 강 대변인의 발표를 '공식 입장'으로 표현하는 것을 꺼린 이유는 가해자로 지목된 박 시장의 무고를 주장하는 상당수 여권 지지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또 청와대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강 대변인의 브리핑 직전 열린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설왕설래가 오간 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핵심 관계자는 한편, 이 사건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선 "모든 발언을 다 소개해드릴 순 없고 적절한 타이밍에 전해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진상 규명 결과가 나와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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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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