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해자 측 "사건 은폐·축소한 서울시 믿을 수 없어"

피해자 측, 인권위 진정 예정..."서울시 조사에 참여 안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여성단체와 법률대리인이 서울시의 진상조사단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다음 주 국가인권위 진정 조사 준비를 마쳐 진정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지원단체와 법률대리인은 22일 서울 모처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조사 대상"이라며 이같이 밝히며 "모든 것은 피해자와 상의한 뒤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시는 진상조사단을 구성하며 피해자 지원단체에 4차례 참여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서울시 구성 조사단에서는 조사 대상이 되는 공무원이 명명백백히 사실을 말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피해자는 4년 넘게 고충을 호소하고 전보요청을 여러 명의 전·현직 비서관에게 말했으나 시장을 정점으로 한 업무체계는 침묵을 유지하게 하는 위력적인 구조였다"며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서울시 공무원으로 근무하게 될 조사 대상자들이 진실되게 말할 리 없다"고 짚었다.

역대 비서실장 등이 언론을 통해 "성추행 의혹을 전혀 몰랐다"고 말한 부분도 지적했다. 이 소장은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역대 비서실장들이 언론에 나서 전혀 몰랐다고 나서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서울시조사에서 성폭력 발생 구조와 책임이 어느 선 이하로 다뤄지고 마무리 될 건지 기관 내부에서 암시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전 시장이 지난 9일 직원과 주고받은 문제 메시지에서 '문제가 생겼다. 감당하기 어렵다'라고 이야기했다"며 "서울시 직원이 시장에 의한 성폭력을 문제제기했고 이를 심각하게 여겼다는 걸 비서실장도 인지한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기관과 여당으로부터 가해진 2차 피해도 짚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특별시장이 결정 진행되고 장례위는 지난 11일 성추행 피소 사실과 관련해 '고인에 대한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은 명예훼손'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며 "공동장례위원장인 여당 대표는 성폭력 의혹 질문하는 기자에게 호통을 쳤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 15일 진상조사계획을 발표하면서 피해자를 '피해 호소 직원'으로 명명한 것도 '2차 피해'로 봤다. 이 소장은 "성폭력 인지 초기 피해자 보호 등의 조치는커녕 피해자를 향한 2차 피해가 크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에 의한 성폭력 문제제기 과정과 그 이후에도 시장중심구조와 체계가 우선되는 현 서울시의 상황을 보건대 서울시 자체조사보다 국가인권위원회 등 외부기관이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피해자를 고통스럽게 하는 건 피해자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댓글이 아니라 4년간 헌신적으로 일했던 조직과 피해 사실을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던 20여명의 동료들이 축소 은폐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은폐 왜곡 행태를 지켜보며 이건 박원순 전 시장의 개인적 문제를 넘어 권력에 의해 은폐 비호된 조직된 범죄라는 점이 명확해진다"고 했다.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화는 "당초 위력 추행 사건은 피고소인이 사망해 절차적인 문제로 '공소권 없음'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그렇지만 그 행위를 한 사람은 처벌을 하지 못하는거지 이를 방조한 사람이 현존하는 상황에서 혐의가 밝혀지면 법적으로 처벌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이 처음 경찰이 아닌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할 계획이었다는 점도 밝혔다. 김 변호사는 "처음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하기 위해 면담을 요청하고 피고소인에 대해 말했다"며 "8일 오후 3시에 부장검사와 면담을 하기로 했는데 전날인 7일 부장검사가 본인 일정으로 면담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해 피해자와 상의 후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연락했다. 그게 8일 오후 2시 28분경"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고위공직자 사건에 대해 고소장 접수할 예정이고 접수 즉시 바로 조사를 진행해 달라 요청했다"며 "이에 따라 피해자와 함께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그 다음날 새벽까지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둘러싸고 현재 4건의 고소·고발이 진행 중이다. 지난 8일 피해자 측이 고소한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통신매체 이용 음란 등의 혐의다. 피해자 측이 아닌 제 3자가 고발한 서울시를 상대로 한 △강제추행 방조 혐의가 있다. 또 지난 13일자로 피해자 측이 추가 고소한 △2차 피해 사건이 있으며, 피해자의 사건이 모종의 경로를 통해 피고소인에 전달된 △공무상 비밀누설에 대한 제3자 고발이 있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기자회견장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을 앞두고 참석자들이 착석해 있다. 왼쪽부터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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