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면서, 공직선거법과 관련해 후보자들의 '자기 검열' 족쇄를 풀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대법원장 김명수)는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에 관한 최종심에서 2심의 유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 보냈다.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한 만큼, 고법에서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대법원이 이 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 판결을 함에 따라 당선 무효 위기에 처했던 이 지사는 경기도지사직을 유지하게 됐다. 아울러 유력 대권후보로서 입지를 이어가게 됐다.
대법원은 친형 강제입원 여부를 묻는 과거 선거 TV토론회에서 이를 부인한 이 지사의 답변을 공직선거법 제250조 1항의 적극적인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이를 허위사실 공표로 해석할 경우, 민주주의의 중요 원칙인 표현의 자유 보장을 법이 제한해,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대법원은 후보자 TV 토론회에서 후보자 간 공방이 오가는 과정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민주주의 보장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후보자 토론회에서 후보자 간 질문과 답변이 공격적으로 오가면서, 유권자는 각 후보자의 자질 및 식견과 개별 견해를 명확히 파악해 선거에 참여할 수 있"으며 이 같은 토론이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특성상 후보자들의 "표현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전제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같은 공방에서 "설령 (후보자 답변의) 부분 잘못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토론 과정에서 후보자 간 경쟁과 사후 검증을 통해 도태되도록 하는 것이 민주적"이라며 "일정 한계를 넘는 표현은 제재해야 하지만, 자유로운 표현과 민주주의를 위해 표현의 자유 넓게 보장하는 것이 (소극적인 허위사실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모든 허위사실에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를 사법이 구축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선거의 공정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부정확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표현 모두에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국가기관이 모든 정치적 표현에 대해 발언이 이뤄진 배경이나 맥락을 보지 않고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한다면, 후보자들은 사후적으로 법적 책임을 부담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즉, 적극적으로 허위사실 공표죄를 처벌한다면 활발한 토론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아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공적 관심사에 대한 치열한 공방과 검증을 심각히 위축"하고, 결국 이는 "토론의 장에서 후보자 사이의 공방을 통해 자질을 검증하고자 하는 토론회의 의미"를 위협하게 된다고 대법원은 밝혔다.
대법원은 또 허위사실 공표에 관한 고소와 고발이 남용된다면 결국 선거에 "수사권의 개입을 초래"하며 이는 "필연적으로 수사권 중립성 논란"으로 이어져 "선거 결과가 최종적으로 사법적 판단에 좌우될 위험에 처함으로서 대표자를 선출하는 민주주의 이념 훼손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결과적으로 "수단이나 방법 여하를 불문하고 모든 경우를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한다면 헌법상 정치적 표현의 자유 및 선거운동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된다"며 토론회 질문과 답변, 상대방 주장에 대한 반론에서 나타난 일부 허위사실 공표를 "토론회 주제나 맥락과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허위사실을 드러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표현한 것이 아닌 한,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논리에 따라 대법원은 이 지사의 사건을 유죄로 볼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지사)이 토론회에서 한 '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발언'은 상대 후보자가 제기한 의혹에 답변하거나 해명하는 과정, 선제적인 답변 과정에서 나왔"으며 해당 발언은 "의혹을 제기한 상대방 후보 질문에 대해 이를 부인하는 취지의 답변으로 평가할 수 있을 뿐, 적극적이고 일방적으로 드러내려 한 의도에 의한 공표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이 지사가 "상대방의 질문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피고인의 상대 후보자 공격적 질문에 대해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태도를 두고 적극적으로 반대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이 허위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대법원은 밝혔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이 지사에게 죄를 선고할 경우 "표현의 외연을 너무 확장해 책임의 명확성, 예측 가능성을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공직선거법 제250조 1항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대법원은 1, 2심 무죄 판결이 나온 데 대한 검사의 나머지 상고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재판관 7대 5로 결론났다. 전원합의체 중 박상옥·이기택·안철상·이동원·노태악 대법관이 소수 의견을 냈다.
이들 소수 의견 대법관은 △후보자 토론회의 강력한 파급력을 고려하면 △토론회 상 허위사실 공표가 대의 민주주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므로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토론회의 존재 의의를 소멸시켜 결과적으로 선진적인 선거운동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후보자 토론회에서 후보자의 답변은 즉흥적이지 않고 미리 준비된 답변으로 해석해야 하며 △이 지사가 일부 사실을 진술하지 않은 것을 허위사실의 공표로 볼 수 없다는 다수 의견은 대법원 판례에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대법관 13명 중 12명만 판결에 참여했다. 김선수 대법관이 과거 다른 사건에서 이 지사를 변호한 경력이 있어 회피 신청을 내고 상고심에 관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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