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항체 검사(중화항체 검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 전국적으로 확인되는 확진자 규모와 실제 감염 규모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역 사회에 확인되지 않은 감염이 이미 만연했다'는 일각의 주장과 달리, 일선의 방역 체계가 잘 작동했음을 추정 가능한 대목이라는 평가다.
9일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국민건강영양조사 잔여 혈청 1차분 1555건과 서울 서남권(구로구, 양천구, 관악구, 금천구, 영등포구) 의료기관을 내원한 환자 1500건 등 총 3055건의 항체가(抗體價, 혈청반응 시 항체량 측정값)를 조사한 결과, 서울 서남권에서만 1건의 양성 반응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즉, 무작위로 일반인 3055명의 항체를 확인한 결과, 1명에게서만 코로나19 양성을 확인했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는 국민건강영양조사 1차 검사 결과가 포함된 중간 조사 결과다. 중간 분석 결과 항체양성률이 0.03%로 추정된 셈이다. 현재 실제 코로나19 양성 환자 비율은 약 0.02%로 평가된다. 실제 확진 비율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값이 나왔다.
국민건강영양조사는 질본이 매년 192개 지역별로 각각 25가구를 확률표본으로 추출해 만 1세 이상 가구원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조사다.
이번 조사는 중화항체 시험법(PRNT, 체내에 형성된 항체 중 병원체를 무력화(중화)하는 항체만 정량적으로 검출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아울러 서울 서남권 표본은 표본 대상자의 연령을 군별로 250명씩, 총 6개 군으로 나눠 정리했다. 해당 표본에서 남녀 성별 비율은 남성이 48.7%, 여성이 51.3%였다.
질본은 전날(8일) 해당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 회의를 개최한 결과, 일부 전문가로부터 한국의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현재 확인되는 수준을 크게 넘지는 않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권준욱 질본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이날 방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비록 제한적인 결과이긴 하지만, 현재 전국적으로 확인되는 확진자 규모와 실제 감염 규모에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는 의견이 일부 전문가로부터 나왔다"며 "국민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어려움 속에서도 감염 확산의 차단을 위해 생활방역체계에 참여하셨고, 특히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조기 대응하고 검사 체계를 대폭 가동한 결과"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특히 이태원 집단 감염 이후 감염 상황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감염원을 알 수 없는 감염자 비율이 증가하자 '방역체계에 드러나지 않은 감염자군이 매우 클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무증상 등의 이유로 실제로는 감염자임에도 확인되지 않은 감염자 규모가 실제의 몇 배에 달할 정도로 커, 방역 체계 바깥에서 코로나19가 조용히 전파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는 비록 매우 소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일반인의 코로나19 감염 상황은 우려한 만큼 크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의견이 일부 전문가로부터 제기된 셈이다.
권 부본부장은 아울러 이번 항체 검사를 통해 "한국 사회의 코로나19 면역력이 극히 낮을 것"이라고도 전했다.
코로나19 항체를 가진 이의 비율이 극히 미미해, 항체가 이미 상당 수준 형성된 것으로 평가된 외국의 경우와 한국의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권 부본부장은 "이번 항체검사 결과를 보면, 한국에서 집단 면역을 통한 코로나19 대응은 불가능함을 확인할 수 있다"며 "백신이 개발되고 접종이 완료돼 지역 사회가 충분한 방어수준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지금껏 이어온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생활 방역 수칙 준수로 유행을 억제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경우 런던에서는 시민의 17%가 항체를 가졌을 수 있다는 항체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스페인에서는 5%, 집단 면역 실험을 가장 적극적으로 행한 스웨덴의 경우 스톡홀름에서 7.3%의 시민에게서 항체가 확인됐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일본 도쿄의 경우 항체형성율이 0.1% 수준으로 추정됐다.
질본은 이번 항체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한국의 항체형성율은 0.03%'라는 식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표본 수가 극히 작은 데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컸던 대구와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권 부본부장은 강조했다.
권 부본부장은 아울러 "표본에서 중화항체가 형성되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감염이었을 가능성, 항체가 형성된 후 조기에 소실된 가능성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번 검사를 통한 중요한 시사점은 거리두기의 방역 효과가 있었음을 되새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질본은 앞으로 2개월 단위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실시하고, 이달에는 대구와 경북 등의 일반인 3300건으로 대상자를 확대해 항체가 조사를 추가 진행하기로 했다.
질본은 "이를 통해 조금 더 자세한 집단 면역 수준, 무증상 감염 규모를 파악해 방역 대책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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