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독성물질 포함된 식기소독제를 가습기살균제로 썼다"

사회적참사 특조위 "비슷한 사례 더 없는지 보건복지부가 전면 조사해야"

한 대학병원이 흡입독성 물질이 포함된 식기소독제를 4년여 간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했다는 조사가 발표됐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아래 사참위)는 29일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7년 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4년 4개월 간 A 대학병원이 식기살균소독제 하이크로정을 가습기살균제로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비슷한 사례가 더 없는지 보건복지부가 전면 재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A 대학병원이 가습기살균제로 사용한 하이크로정에는 NaDCC(이염화이소시아뉼사나트륨)라는 흡입독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2019년 국립환경과학원 연구를 보면, NaDCC는 흡입 시 폐포와 연결된 폐포관의 벽을 두껍게 만들어 폐포의 기능을 악화시킨다. 폐포는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기능을 한다.

2003년 제품 출시 당시 하이크로정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식재료 살균소독제로 등록됐다. 2009년 4월에는 기구 살균소독제로 변경됐다. NaDCC에서 발생하는 시아뉼산이 주방용 플라스틱 등에서 검출되는 멜라민과 결합하면 생식장애, 방광 및 신장 결석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특조위 조사 결과, 의약품 도매업체 C는 가습기살균제 사용 허가를 받은 적 없는 하이크로정을 가습기살균제로 써도 되는 물질인 것처럼 설명하는 허위 설명서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A 대학병원에 제품을 영업했다. A 대학병원은 병원의 공식 납품업체인 B를 거쳐 2007년 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C 업체의 하이크로정 3만 7400정을 가습기살균제 용도로 납품받았다.

또, A 대학병원은 소독제관리위원회 회의를 거친 뒤 병원 공식문서인 '감염관리지침서'에 가습기 물 1통에 하이크로정 1개를 넣으라고 명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에서 쓰이는 물질의 위험성을 관리하는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최예용 가습기살균제사건진상규명소위원회 위원장은 "가습기살균제가 아닌 것을 가습기살균제로 광고한 업체, 이를 감염관리지침서에 넣어 사용한 대학병원, 이 과정을 관리감독하지 못한 정부에 모두 책임 소지가 있을 것"이라며 "다른 병원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해당 물질의 사용 여부, 피해자 여부, 사법적 책임 여부 등에 대해 일괄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29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병원 등 가습기살균제 이용실태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최예용 가습기살균제사건진상규명소위원회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피해자 100명 중 6명, 병원에서 가습기살균제 노출 경험

위와 같은 사실은 사참위가 가천의과대학에 용역을 발주해 23개 병원 및 요양원의 가습기살균제 사용실태를 조사한 과정에서 드러났다. 해당 조사는 2018년 1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수행됐다.

가습기살균제 사용실태 조사를 보면,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신고자 6159명 중 병원에서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사람은 360명(5.8%)이다. 이 중 '가정이나 다른 시설이 아닌 병원에서만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됐다'고 답한 사람의 수는 142명(39.44%)이다.

병원 및 요양원에서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됐다고 응답한 480개 답변(여러 병원에서 노출된 경우 복수응답 가능) 중 '환자나 보호자가 아닌 병원 등 시설이 가습기살균제를 제공했다'고 한 응답 수는 167개(34.79%)였다.

병원 및 요양원의 가습기살균제 사용실태 조사 보고서 전문과 더 자세한 내용은 향후 특조위의 보고서 심의·의결 절차를 거쳐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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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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