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반 훈련에 새벽 3시에 자고, 심사위원에 금품까지...

대책위 "교육부는 직업계고 기능반 폐지하고 기능경기대회 전면 재검토해야"

시민사회단체가 직업계 고등학교 기능반에서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3 학생의 죽음에 대한 교육부의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나아가 기능반 폐지와 기능경기대회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고 이준서 학생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이준서 학생 사망사건 진상조사단'의 중간보고서를 발표하며 위와 같이 주장했다.

기능반 학생이었던 이 씨는 지난 4월 8일 신라공고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대책위가 교육부에 이 씨 죽음의 진상조사뿐 아니라 기능반과 기능경기대회에 대한 전면재검토까지 촉구한 것은 이 씨의 죽음이 기능반과 기능경기대회가 품고 있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신라공고 기능반 이준서 학생 진상조사 중간보고서 발표 기자회견. ⓒ이준서학생사망공동대책위

진상조사단의 중간보고서를 보면, 기능반에서는 선배가 후배를 지도하는 도제식 교육이 이뤄지는 가운데 학교 폭력이 일상적으로 대물림되고 있었다. 학생 간 언어 폭력과 폭행은 물론 성희롱도 있었다. 신라공고 학생 중 한 명은 조사단에 선배의 강압 때문에 친구의 정액을 마셔야 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또, 기능반 학생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기능경기대회 준비를 위한 과도한 훈련을 받아야 했다. 신라공고 학생들은 기능반 학생들이 훈련 때문에 새벽 3시에 자기도 하고 밤을 새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심지어 코로나19 확산으로 대구 경북 지역 학교에 등교 금지 권유가 내려졌을 때도 학교는 기능반 학생들에게 합숙 훈련을 받게 했다.

이밖에 진상조사단은 '학교로부터 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 포섭용 금품을 요구받았다'는 이 씨 아버지의 증언, '비공개채점에서 점수가 말도 안 되게 깎이는 등 누가 봐도 의심할만한 수상결과가 있었다'는 기능경기대회 출전 학생의 증언 등도 중간보고서에 담았다.

요컨대, 이 씨는 선배들의 폭력과 장시간 훈련을 견디며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지만, 심사위원에게 금품을 주지 않으면 대회에서 입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숨지기 전 이 씨는 기능반에서 나가기 위해 수차에 걸쳐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권영국 정의당 노동본부장은 "조사 결과 이준서 학생의 사망은 학교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가정 문제나 개인적 사유 때문이 아니라 수차에 걸쳐 기능반에서 나가려 했으나 좌절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교육부는 이준서 학생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진상조사는 물론 기능반 폐지 검토와 기능경기대회 전면 재검토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씨의 아버지인 이진섭 씨는 "(준서가) 1년에 300일 이상을 선생님과 함께 했는데도 학교가 (준서의 죽음을) 가정사로 개인사 비관 자살로 몰고 있는 행태에 치가 떨린다"며 "기능반과 기능경기대회의 부조리에 대해 많은 사람이 알게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