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공단, 38명 사망 이천 참사 원인으로 용접 불똥 지목

박두용 이사장, 구조적 원인으로는 다단계 하도급과 무리한 공사기한 단축 지적

박두용 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이 서른여덟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한익스프레스 냉동창고 화재 참사의 원인으로 작업 중 튄 용접 불똥을 지목했다.

박 이사장은 9일 더불어민주당 노동안전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천냉동창고 사고화재 원인조사 경과와 제도개선 과제' 간담회에서 위와 같은 내용으로 공단의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용접 불똥이 화재로 이어졌을 가능성 있다"

공단은 한익스프레스 참사가 화기 작업에 의한 화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고 현장 3층에는 엘리베이터 문틀 용접 작업 흔적이 있었다. 공단은 해당 작업 중 튄 용접 불똥이 지하 2층의 비닐로 옮겨 붙어 화재가 났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이사장은 "사고현장과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 실험했더니 13.5m 높이에서 떨어진 용접 불똥이 우레탄폼이 묻은 비닐에 닿으면 불이 붙었다"고 밝혔다. 단, "이런 가정이 맞는지 확인하려면 사고 당일 실제 용접 작업이 있었는지 등 현장 검증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단은 페인트, 신나 등에서 발생한 유증기의 농도가 높아져 폭발로 이어졌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박 이사장은 "현장의 모든 유기용제에 대해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최대 유증기 농도는 71PPM(Parts Per Million, 백만분율)"이라며 "(화재 원인이) 유증기 폭발은 아니라는 것이 공단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 정도 농도로는 유증기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 9일 국회에서 열린 이천 냉동창고 화재참사 원인조사 경과와 제도개선 과제 간담회. ⓒ프레시안(최용락)

박 이사장은 참사의 구조적 원인으로 다단계 하도급과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을 지목했다. 박 이사장은 "시공사인 건우가 하도급을 준 회사가 다른 회사에 재하도급을 주는 등 하도급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며 "하도급 업체가 너무 많아 전체 일하는 인원도 제대로 파악이 안 될 정도"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또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와 발주처를 대신해 공사를 감리·감독한 CM건축사사무소의 계약서를 보면, 공사기한은 5월 31일로 되어 있지만 '발주처가 3월 30일까지 공사를 마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있다"며 "CM사가 공사기한을 단축하기 위해 애썼을 것"이라고 밝혔다.

"창고 건설 현장에 임시 소방시설 제대로 갖추게 해야"

박 이사장은 창고 건설 현장의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 모든 화기 작업 지점과 발화 가능 지점에 소화기 비치 △ 비상경보 장치 설치 △ 피난 유도선 설치 등을 강제하고 제대로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장은 "이 정도만 갖추어져 있었어도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런 대책에는 돈도 얼마 들지 않아 법만 강화하면 공단이 재정 지원을 통해 현장에 다 (갖추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공단은 내년 상반기까지 창고 건설 현장 사고 전반에 대한 조사를 수행해 사고 방지를 위한 본질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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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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