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참사 한 달... 유가족 "사람 목숨값 50만 원이냐" 성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재발 방지 대책 법제화 필요"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어디서부터 불이 시작됐는지가 아닙니다. 왜 이번에도 똑같은 화재로 인해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는지, 왜 노동자들이 똑같은 참사를 당해야 했는지를 알고 싶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총리님께서 분향소를 다녀간 후 다시는 대형사고가 반복하지 않도록 실질적 처방이 절실하다며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합니다. 그 특단의 대책이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이천에서 화재가 발생해 38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중대재해가 일어난지 한 달이 되는 29일, 청와대 앞에 선 박강재 한익스프레스물류창고중대재해유가족 공동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박 대표의 옆에는 "'노동 존중 사회'를 약속한 대통령은 이행하라", "한익스프레스가 책임자다 중대재해 사망 책임져라"라고 적힌 검은 현수막이 세워졌다. 현수막 뒤로 검은 옷을 입고 희생자의 사진을 목에 건 100여 명의 유가족이 섰다. 그들의 손에는 이천 사고를 '노동자에게 일어난 산업재해'로 규정하는 내용의 피켓이 들려 있었다.

유가족 등 이날 청와대 앞에 모인 이들은 "사고 원인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사고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두 번 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 위한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가족들은 한익스프레스 책임자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유가족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우리와 같은 아픔과 슬픔이 없도록 노동자가 존중 받는 사회, 노동자가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안전한 일터를 꼭 만들어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들은 한익스프레스 중대재해 희생자 38인 합동 영결식에 문 대통령을 초대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29일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유가족이 청와대 앞에서 고인들의 영정을 들고 사고 한 달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최형락)

"기본적인 안전조치 있었다면 이렇게 많이 죽지 않았다"

기자회견 발언자들은 한익스프레스 중대재해가 '인재'이며,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대재해 당일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에서 일했던 생존자 민경원 씨는 '회사가 기본적인 안전 조치도 지키지 않아 중재대해로 이어졌다'고 증언했다.

민 씨는 "화재 감시자 및 안전 관리자를 못 본지 40여일이었다"며 "화재가 발생한 시점에 그들이 존재하기는 했는지, 존재했다면 어디에 있었는지 붇고 싶다"고 말했다.

민 씨는 "비상벨, 피난유도선, 피난유도등, 비상구와 같은 기본적인 것들만 준비되어 있었다면, 적어도 지상층에서 일하셨던 30여 명의 희생은 없었을 거라고 저는 확신한다"고 전했다.

민 씨의 동생도 사고 당일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에서 일하다 유명을 달리했다. 민 씨가 자신이 목격한 현장을 증언한 뒤 동생에게 '못난 형이 너를 대신해야 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읽자 유족들 사이에서는 울음이 터져나왔다.

"회사 임원들은 사실관계 왜곡 조작 중, 구속수사 들어가야"

유가족을 대리하는 김용준 법무법인 마중 변호사는 "한익스프레스와 시공사 건우, 협력업체 임원들이 모여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조작하고 있다"며 이들을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한익스프레스 상무와 건우 사장, 협력업체 임원은 평소 함께 모여 공정회의를 했다"며 "사고 당일은 공정회의가 있던 날이었고 사건 현장에 이들도 와 있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폭발이 일어난 층에서 노동자는 모두 사망하고 한익스프레스, 건우, 협력업체 운영진만 살아남았다"며 "이 사람들이 지금 매일 같이 모여서 모의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부적절한 대응을 막기 위해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김 변호사는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때는 사고 발생 일주일 안에 수사 결과가 발표되고 관계자가 구속됐다"며 "지금은 한 달이 되도록 수사기관에서 아무것도 들은 게 없고, 2주 전에 요청한 구속수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재발 방지 대책 법제화 필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제도 정비 목소리도 나왔다. 이상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12년 전 이천에서 냉동창고 화재로 40명의 노동자가 죽었을 때 기업은 벌금 2000만 원을 냈다"며 "사람 목숨값이 50만 원인데 어떤 기업이 안전에 투자하겠나"라고 성토했다.

이 위원장은 "산재 사망은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이 안전을 외면해 생긴 살인"이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 안전조치를 위반한 기업에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강재 유가족 공동대표는 "21대 국회가 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만들어주기 바란다"며 "중대재해 반복을 막겠다는 선거 때 약속이 이번에는 꼭 법제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유가족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촉구하며 문 대통령을 희생자 38인의 합동 영결식에 초대한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유가족은 이날 오후 한익스프레스 본사 앞에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집회를 연 뒤 이천 물류창고 화재 현장으로 이동해 시공사 건우의 사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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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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