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소득, 연령 등과 무관한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의 효용성을 강조하며, 부천시를 빼고 지급하려고 했던데 대해 '갑질'이라 비판한 일부 언론의 논조에 반박했다. 경기도에서 벌어진 이같은 '논쟁'이 '보편 복지',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을 끌어 올리고 있다.
앞서 장덕천 부천시장은 경기도의 '보편적 재난소득' 개념에 반대하며 "소상공인 2만여명에게 400만원씩 주는 게 낫다"고 해 논란이 일었다. 부천시의 반대에 부딛힌 경기도가 부천시를 제외하고 나머지 지역에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정책을 시행하려 하자 일부 언론이 이를 '갑질'이라고 비난했다.
이는 '보편복지'와 '선별복지'의 논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부천시의 주장은 '소상공인'만을 대상으로 '핀셋 지원'을 하자는 것이다. 400만 원의 액수도 제시했다. 부천시민 87만 명을 기준으로 1인 10만 원씩 840억을 집행하게 된다면, 2만 명만 선별해 1인 400만 원(800억 원)을 지원하는 게 더 낫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재명 지사는, 행정 구조상 부천시에 강요할 수 없지만 집행의 '시급성'이 중요하며 실질적 '경제 효과'도 경기도 방식이 더 낫다고 반박한다.
경기도 방식의 기본소득은 '보편성'을 원칙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간 '기본소득 실험'의 첨단에 서게 됐다. 물론 코로나19로 발생한 위기에 투입하겠다는 '재난기본소득'은 일회성 '재난 긴급 지원금'에 가깝다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경기도의 이번 정책이 '기본소득' 관련 논쟁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리는 효과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다른 시도와 달리 '보편적 기본소득'에 가까운 형태여서 여러가지 시사점을 준다.
첫째, 각종 복잡한 서류를 준비하거나, 이를 심사해야 할 필요가 크게 줄어 시민들은 물론이고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의 업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둘째, 소득 수준이나 연령을 따지지 않고 집행하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는다. 셋째, 집행 금액이 크지 않고 지역 화폐 형태로 지급됨에 따라, 고스란히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것 등이다.
부천시의 주장에는 여러 우려가 해소될 수 없다. 먼저 소비 효과가 없다. 소상공인에 대한 직접 지원은 대부분 '건물주'에 월세 형태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소상공인 뿐 아니라 저소득층 노동자, 프리랜서 등 취약 계층에겐 당장 '생계'가 걸린 문제인데, 결국 사각지대를 방치할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인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논평을 통해 "최근 십 년 사이에 무상 급식에서 출발해서 기초연금과 아동수당까지 한국의 복지가 확대되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는 '선별적' 복지 관념이 지배적"이라며 "이번 경기도의 결정이 놀라운 것은 제한된 재원밖에 없는 지방자치단체가 보편적인 지급을 결정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트워크는 "일부를 선별해서 지원하거나, 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은 효과도 떨어지고 정당성도 없다"며 "경제가 계속 굴러가야 대다수의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오늘날의 사회가 속도를 늦추거나 멈추고 있는 지금 경제 활동과 상관없는 소득이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경험을 우리는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거부하는 승객 1명 버리고 99명 승객 신속 탈출...갑질이라 매도 말라"
이 지사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부천시 제외 방침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한명 때문에 99명이 같이 죽으라? 언론을 빙자한 최악의 정치"라며 "부천시가 반대를 철회한다니 다행"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침몰위기에서 신속하게 승객을 탈출시키는 것은 선장의 의무다. 구명정에 특실을 요구하며 거부하는 승객 한명 때문에 다른 승객들의 탈출을 계속 지연시킬 수는 없다. 탈출을 지휘하는 선장이 부당하게 거부하는 승객 1명을 버리고 99명을 신속하게 탈출시키는 최악의 상황을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왜 마지막 한명까지 포용하지 못했느냐는 비난은 99명의 안전을 왜 버리지 못하느냐는 것과 같다"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대처는 속도가 생명"이라며 "경제회복과 민생 안정을 위해 1,360만 도민에게 지급하는 1조 3,600억원의 재난기본소득은 한시라도 빨리 '병들어 죽기 전에 굶어 죽겠다'고 아우성인 도민들에게 지급하고 지역화폐로 소비시켜 중소상공인들과 기업의 매출을 늘려줘야 한다"고 했다.
이 지사는 "재난기본소득은 시군을 통해 집행해야 하는데, 도의 결정에 반해 87만 시민에게 지급하지 말고 소상공인 2만명만 골라 400만원씩 몰아주자며 반대하는 부천시가 동의할 때까지 다른 시군에 대한 집행을 지연시킬 수는 없다"며 "87만 시민 모두에게 10만원을 지급하는 도 정책과 달리 소상공인 2만 명을 골라 400만원씩 지급하고 싶으면, 이미 결정된 도 정책을 바꾸라는 불가능한 요구를 할 것이 아니라, 도 정책은 그대로 집행하고 선별지원은 부천시 예산으로 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부천시민을 대표하는 부천시장의 반대는 부천시의 반대이자 부천시민의 반대이며, 지방차지원리상 마땅히 존중해야 한다. 부천시장이 집행하지 않으면 부천시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할 수도 없습니다. 반대하는데 억지로 지급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 지사는 이어 "언론보도를 빙자해 '부천시장 말 한마디에 87만 부천시민을 왜 빼느냐', '감정적 처사다'라는 주장은 대의민주체제를 부인하는 망언이고 위기에 대응하는 경기도정에 대한 폄훼"라며 "도의 재난기본소득을 기대하다 혼란을 겪게 된 부천시민들께는 깊은 유감을 표하며, 부천시장께서 입장을 바꾸어 다른 승객들과 함께 가겠다니 당연히 함께 가겠다"고 했다.
이 지사는 "다만 구조를 두고 빚어진 혼란에 대해 구조 거부 승객이 아니라 다수 승객의 신속 구조를 위해 최악을 대비하는 선장의 노력을 감정적 갑질로 매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있는 사실을 전달하고 공정한 의견을 내는 것(정론직필)이 생명인 언론이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비판 아닌 비난을 하는 것은 언론을 빙자한 폭력이자 은폐된 정치"라고 일부 언론을 비판했다.
앞서 장덕천 부천시장은 지난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경기도의 '보편적 재난기본소득'을 비판하며 "부천 인구 87만명에게 10만원씩을 지급하면 870억원이 소요되는데, 이렇게 하는 것보다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2만여명에게 400만원씩 주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도는 부천시를 제외하고 다른 경기도내 시도에 재난기본소득 우선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장 시장은 "제 의견을 올리면서 파장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며 "내부적으로 사전에 개진했으면 좋을 제 의견을 외부로 표출함으로 인해 속도가 필요한 정책들이 영향을 받아 조치가 늦어질 우려가 생겼다. 이런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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