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개헌 협상 시작...文대통령 노력에 달렸다

'사회주의 개헌' 등 한국당 반발 변수…文, 국회 어떻게 설득할까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공식 발의로 국회의 '개헌 시계'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여야는 대통령의 개헌 발의안이 전자결재를 거쳐 국회로 전달된 26일 오후,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 회동을 통해 '국회 개헌안' 마련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다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청와대 개헌안을 '관제 개헌', '사회주의 개헌'이라고 비난하고 있는 만큼, 청와대·여당 차원에서 야당을 설득하는 노력이 없는 한 국회 차원의 단일안 마련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야 교섭단체 대표 "내일부터 개헌 협상 시작"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6일 오후 정세균 의장 주재 회동에서 "3개 교섭단체 대표가 개헌 협상에 들어가기로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의제는 △권력구조 개편 △선거제도 개편 △권력기관 개혁 △헌법 개정 투표일 4가지"라며 "내일부터 교섭단체 대표 간 본격적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평화당·정의당의 협상 참여에 대해서는 우원식 원내대표가 "나머지 두 정당은 교섭단체를 구성하면 바로 참여하면 되고, 필요한 경우 헌정특위 간사들을 (협상에) 참여하게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원내대표 회동의 결론은, 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을 협상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 발의안은 대통령 발의안대로 두고, 국회 차원의 개헌안을 병행적으로 마련하자는 방향에 가깝다. 앞서 청와대는 '국회 개헌안이 마련되면 대통령 발의안은 철회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회동을 주재한 정세균 의장은 앞서 "개헌안이 오늘 발의됐고, 헌법 절차에 따르면 5월 24일까지 국회가 (대통령 발의안에 대한) 입장을 결정해야 한다"며 "개헌의 공이 오늘부로 완전히 국회로 넘어왔다. 정치권에서 정부(개헌)안을 어떻게든 용광로 안에 녹여서 단일안을 만들면 될 일"이라고 여야 협상을 촉구했다.

정 의장은 특히 한국당이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 투표'에 반발하고 있는 데 대해 "지금부터 한 달 내로 국회가 단일안을 만들어낸다는 조건이 충족된다면 (개헌 투표) 시기는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지금부터 정부안과 각 당 안을 절충한 합의안을 만든다면 의장으로서 국민과 대통령께 (개헌 투표) 시기 조정을 말씀드릴 수 있다"고 설득을 시도했다.

결국 정 의장의 중재대로, 여야 원내대표가 나란히 손을 잡고 기자들 앞에 서서 '협상을 해보겠다'고 밝힘에 따라 국회는 5월 24일까지 협상의 시한을 벌게 됐다.

이날 오후 열린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위(헌정특위)에서도 여야 위원들이 국회 차원의 단일안을 마련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한국당 소속 김재경 위원장 등 야당 소속 헌정특위 위원들은 대통령의 일방적 개헌안 발의는 의회를 무시한 것이라는 취지의 비판을 하기도 했으나, 결론적으로는 이미 발의된 정부안은 정부안대로 두고 국회가 별도 개헌안 성안을 서두르자는 쪽으로 뜻이 모아졌다.

'사회주의 개헌'이라는 한국당을 어찌할꼬


다만 개헌에 대한 한국당의 입장을 보면 여야 합의안 도출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당은 단지 시기(6.13 지방선거 동시 투표)나 대통령 발의라는 형식뿐만이 아니라, 정부안의 내용에 대해서도 "사회주의 개헌안"이라며 비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당은 '사회주의 관제 개헌 저지 국민투쟁본부'를 중심으로 범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문 대통령의 관제 개헌안 발의 내용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훼손하는 심대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문 대통령 개헌안 저지 투쟁에 나설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며 "분권 대통령, 책임 총리제 완성을 위해 야4당과 개헌 협의체를 통해 국회 차원의 국민 개헌안을 완성시키겠다"고 했었다.

홍준표 대표 역시 이날 오전 확대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사회주의 헌법개정 쇼"라고 비난하며 "대한민국 체제 변혁을 위한 사회주의식 헌법 개정"이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결연한 각오로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고, 파탄 지경에 이른 중산층과 서민을 살리기 위해 중대한 결심을 해야 할 시점"이라며 "좌파 폭주를 막는 국민 저항운동을 검토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때문에 이미 여야 교섭단체 간 협상 의제가 된 △권력구조(정부 형태) △선거제도 개편 △권력기관 개혁 방안 등 외에도 토지공개념 도입이나 경제민주화 강화, 경제사회적 기본권 강화 등의 개헌 내용에 대해서는 범정부·여당 차원에서 한국당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전망이다.

중도 보수를 표방하는 바른미래당조차 '사회주의 개헌'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더라도, 한국당 단독(116석)으로도 개헌 저지선(국회 재적 293명의 3분의1, 98명 이상)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베트남·아랍에미리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후 한국당 지도부를 상대로 한 설득에 나설지 주목된다. 지난 22일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를 설득하기 위해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각 정당 지도부를 만나거나 초청해서 설득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날 정 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는 문 대통령이 4월 임시국회에서 개헌 관련 본회의장 연설을 하는 방안에 여야 합의가 이뤄진 만큼, 연설을 위해 문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하는 4월 초를 전후로 청와대의 대(對)야당 설득 작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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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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