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틀어막은 한국당 '김영철 몽니'

한국당 '김영철 공세' 속 국회 운영위·정보위 파행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이 북한 고위급 대표단 단장 김영철의 방한을 연일 문제삼으며 대여·대정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당은 김영철 관련 현안 질의를 위해 국회운영위원회에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정보위원회에 서훈 국정원장을 출석시켜 달라고 요구했으나 여당은 응하지 않았다. 결국 여야 간사 간 합의가 없는 가운데 임 실장과 서 원장 등이 출석하지 않았고 여당 위원들도 회의에 불참하면서 두 상임위 모두 파행을 빚었다.

국회 정보위, 야당 '일방 개의' 20분만에 산회


한국당 소속 강석호 국회 정보위원장은 27일 오후 전체회의를 소집, 김영철 방한 관련 현안 보고를 받겠다고 했으나 여당 위원들과 국정원 측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부 위원들만 참석한 회의는 20분 만에 종료됐다.

정보위원인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김영철 방한에 대해 "천안함 유족의 눈물"을 언급하며 공세를 편 뒤 "국정원장이 정보위(의) 소집에 응하지 않고 국회 권능을 원천봉쇄한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김영철을 체포·사살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도 "왜 하필이면 남북대화 상대방이 김영철이어야 하느냐.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 대화하기 전에 국민·야당과 대화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일방적으로 정부·여당에 대한 성토를 쏟아낸 야당 위원들은 내달 초 다시 전체회의를 열어 현안 보고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운영위도…김성태 "반드시 현안질의 있어야 속개"

이날 오전 예정됐던 운영위 전체회의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운영위 위원장은 관례에 따라 여당(2016년 20대 국회 상반기 원구성 당시 여당은 새누리당. 현 한국당) 원내대표가 겸임하게 돼 있다. 김성태 운영위원장과 한국당은 이날 운영위 회의에서 임종석 실장을 대상으로 김영철 방한 관련 현안 질의를 하겠다고 했으나, 여당에서는 '정치 공세'라며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김 위원장과 한국당 위원들은 이날 오전 10시 운영위 소집을 강행했으나, 여당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여야 합의로 출석 요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임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들도 불참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개의 5분 만에 바로 정회를 선언했고, 오후까지 회의는 재개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하면서 "어제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도 긴급 현안 질의가 있어야 한다고 요청도 했는데, 그럼에도 청와대가 반응이 없다는 것은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반드시 현안 질의가 뒷받침된 가운데 위원회를 속개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임 실장이 출석하지 않으면 법안 등 현안 처리도 할 수 없다고 제동을 건 것이다.

김 위원장과 한국당은 지난 23일에도 임 실장의 출석을 요구하며 "법안 처리부터 하자"는 여당의 요구를 거부하고 정회를 선언한 바 있다. 이날도 전체회의가 정회됨에 따라 여당이 요구하고 있는 법안 17건에 대한 심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당, 28일 본회의도 현안질의 요구…본회의 제대로 열릴까?

한국당은 부정적 여론이 일고 있는 김영철 방한을 기회로, 장회 집회를 통한 세 결집에 이어 원내에서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당은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조명균 통일장관, 송영무 국방장관, 박상기 법무장관을 대상으로 하는 긴급 대정부질문을 실시하자고 요구하기도 했다.

28일 본회의는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로, 27일 새벽 여야 간 타결을 본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중요 법안 처리가 예정돼 있다. 때문에 한국당이 긴급현안질의를 주장하며 법안 처리를 볼모로 삼을 경우 여당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된다. 실제로 김성태 원내대표는 전날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임종석 실장이 끝까지 국회의 긴급현안질의에 응하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긴급현안질의는 수용하기 어렵다"며 "계속 정치쟁점화 하겠다는 것 아니냐. 건수 하나 잡아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지방선거 전략 차원에서 여론을 호도하려는 것"이라고 한국당의 대정부질의 실시 요구를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게 긴급한 사안인지 서로 입장차가 있다. 이런 차이를 서로 존중해야 하는데 '이것 안 하면 친북좌파 정권이다'라고 몰아가면 안 된다"고 지적하며, 한국당의 요구를 정략적이라고 보는 배경에 대해 "우리로서는 긴급한 사안은 아니라고 보지만, 야당 교섭단체들이 요구하니 국회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 지난번 UAE 사태 때처럼 비공개로 원내교섭단체 대표들만 불러서 정부 관계자가 보고를 하게 하는 등의 방안을 제안했는데 (한국당이) 그것은 안 받고 상임위나 본회의 등 공개된 회의에서만 하자고 하고 있다. 이것은 정치 쟁점화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라고 설명했다.

단 민주당 측에서는 한국당이 국회 본회의를 보이콧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러기야 하겠느냐"며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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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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