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까지 활동기간이 연장된 국회 헌정특위도 이날 첫 회의를 갖는 등 정치권의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지방선거 뒤 연내 개헌' 방침을 고수하는 자유한국당의 반발로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기자회견에서 정 의장은 "이번 개헌은 국민, 국회, 정부 3주체가 함께하는 민주적 개헌이 되어야 한다"며 "밥값 하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개헌은 20대 국회의 최대 과제"라고 그는 강조했다.
정 의장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민의 뜻과 정부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 개헌안을 만드는 것이 순리이며 도리"라며 "이제 여야 합의로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새로이 구성돼 오늘 첫 걸음을 내디뎠다. 의장으로서 헌정특위 활동과 운영은 당초 개헌특위가 국민께 말씀드린 일정표를 준수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 의장은 특히 "지난해 개헌특위가 약속한 대로, 6월 지방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3월 중순에는 개헌안이 발의되어야 한다"며 "시간은 마냥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구체적 시점까지 못박았다. 그는 "지난 1년간의 개헌특위 운영에도 불구하고 속시원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점에 대해 의장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 의장은 개헌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낡고 퇴색한 구체제를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고 새로운 100년의 토대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포괄적 개헌'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국민의 기본권과 지방분권 강화는 기본이고, 권력구조 문제가 반드시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를 돌아보면 시민혁명 이후에는 반드시 개헌이 이뤄졌다. 4.19 혁명은 3차 개헌을 통해 제2공화국 시대를 열었고, 6월 민주항쟁은 대통령 5년 단임, 직선제를 골자로 한 9차 개헌으로 이어졌다"며 "21세기 첫 개헌이 될 이번 10차 개헌 또한 '촛불 시민혁명'의 정신을 담아내고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내다보는 미래지향적 개헌이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정 의장은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졸속개헌 주장은 국회의 활동과 역할을 부정하는 자가당착"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제1야당이자 원내 2당인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계기로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문재인 개헌', '졸속 개헌', '벼락치기'라고 비난하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 개헌 저지' 결의대회를 예정하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늘 광화문 거리에 나가 국민개헌 선포식을 갖는다"면서 "(여권은) 6월 지방선거 곁다리 개헌을 밀어붙이려고 3월까지 발의하려고 하지만, 발의 시점은 국민적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통해 숙성시간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국회 차원에서 개헌안 합의가 이뤄진다면 올해 12월 이전에도 개헌투표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연말 개헌 투표 주장에서 한 발 물러선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그는 "여야간 개헌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고 올해 안에 개헌을 반드시 마무리한다는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 여권이 추진하는 개헌안에는 반대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정세균 의장은 "국회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개헌특위를 구성, 지난 1년간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국회가 개헌을 위해 이렇게 오랜 기간 준비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과거 3차 개헌은 4.19 혁명이 발발한 지 채 2달도 되지 않은 6월 15일에 국민투표에 부쳐졌고, 9차 개헌 또한 6.29 선언이 나온 지 넉 달 만인 그해 10월 말에 국민투표가 시행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의 미래를 결정하는 지방선거일에 지방분권의 청사진을 담은 헌법을 채택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며 "지난 연말 국회의장실이 전문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82.5%가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제 더 이상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헌정질서를 수호해온 국회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헌법개정안조차 발의하지 못한다면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 의장은 신년회견에 앞서 이날 오전 열린 헌정특위 1차 회의에 참석해서도 기존의 개헌특위와 정개특위를 통합해 헌정특위를 새로이 구성한 것은 "보다 효율적 운영을 통해 구체적 성과를 도출해 내자는 취지"였다며 "옥동자를 순산할 수 있기 바란다. 원만·신속하게 의사일정이 진행되기 바란다"고 특위 위원들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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