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청와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처 설치,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이 직접 나서 개혁안을 브리핑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권력기관 개혁에 청와대가 힘을 싣고 있다는 메시지로 보인다.
개혁안은 먼저 국가정보원의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고,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양해 대북, 해외 업무에 전념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국가정보원이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검찰의 수사권은 경제, 금융 등 '특수 사건'에만 한정해 대폭 축소한다. 또 대통령 직속 독립기구로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처'를 두어 고위 공직자와 관련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한다. (☞관련 기사 : 문재인 '검찰 개혁 1호 공약' 과연 실현될까?)
국정원과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넘겨받아 권한이 비대해진 경찰의 경우, 수사 전담 경찰과 행정 전담 경찰을 분리해 권력을 분산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국정원으로부터 넘겨받은 대공수사권 경찰 내 안보수사처(가칭)를 신설해 다룬다. 이렇게 되면, 대공수사권을 담당하던 국정원 직원들이 대거 경찰청 소속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수사권 전반은 국가수사본부(가칭)을 신설해 수사 전담 경찰들이 다루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일반 경찰은 치안, 경비, 정보 분야를 담당하도록 한다.
또 광역지방자지단체에 '자치경찰제'를 도입해 중앙에 집중됐던 경찰 지휘 권한을 지방으로 일부 이양한다는 방침이다. 제주도에서 2006년부터 도입된 '자치경찰제'가 모델이다. 다른 개혁안과 달리 '자치경찰제'는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하다는 것이 청와대 입장이다. 자치경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규정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현행 '지방분권특별법'이 그 근거다.
마지막으로 청와대는 "과거 적폐에 대한 철저한 단절과 청산을 하겠다"며 국정원, 검찰, 경찰 적폐 청산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경우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활동이 사실상 종료됐지만, 검찰과 경찰에 대해서도 적폐 청산 페달을 가속화하겠다고 했다. 특히 경찰의 경우, 민간 조사단을 임용해 △백남기 농민 △밀양 송전탑 △제주 강정마을 △평택 쌍용자동차 △용산 화재 참사 등에 대한 '경찰 적폐'를 우선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 권력기관 개혁 입법 협조할까?
문제는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등이 모두 입법 사항이라는 점이다. 국정원법, 경찰법, 검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면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장악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권력기관 개혁안이 무산될 여지가 크다.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설치,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에 반대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에는 찬성하고 있다. '적폐 청산' 움직임이 전 정권을 향해 가므로 검찰의 권력을 약화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는 찬성하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수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공수처 설치는 꺼리고 있다.
청와대가 개혁안을 발표한 만큼, 관련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에는 법원, 검찰, 경찰 개혁을 위한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가동 중이다.
청와대는 사개특위 논의를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조국 민정수석은 "그동안이 개혁위원회와 각 부처의 시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국회의 시간"이라며 국회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했다.
특히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금 문 대통령 지지율 70% 정도인데, 공수처 지지율이 80%를 유지한다"며 "현재 야당에서 공수처에 반대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만, 국민의 마음은 다르다고 확인된다"며 자유한국당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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