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파나 반(反)통합파나, 다음 전장(戰場)은 전국당원대표자대회(전당대회)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먼저 반통합파의 계산은 이렇다. 전당원투표는 어차피 당 대표 재신임에 대한 것이지, 정당의 합당과 해산은 전당대회의 고유 권한인 만큼 전당대회 가결만 저지하면 통합은 무산된다는 게 이들의 셈법이다. 따라서 반통합파는 통합으로 가는 '길목'인 전당대회를 미리 차단하고 저지선을 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의장은 이상돈 의원, 부의장은 윤영일·이용호 의원으로 이들 3명은 모두 반통합파로 분류된다.
반통합파 좌장 격인 박지원 전 대표는 지난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당 역사상 안건이 합의되지 않은 전당대회가 성사된 경우는 전당대회 의장이 날치기(를 했을 때)뿐"이라며 "지금 우리 당 상황을 보면 합당은 전대의장이 '친안'일 때만 가능하다. 전당대회에서 통합 안건을 상정 의결하려면 의장이 '이의 있습니까?' 외치고 '이의 없으니 만장일치로 통과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땅땅땅'해야 합당 안건은 상정·통과된다. 이것이 현 상황에서 가능하겠느냐"고 자신감을 보였다.
박 전 대표는 "전당대회 의장이 '이의가 있다'는 대표당원들에게 발언권을 주면 절대 통과될 수 없다"며 "안 대표 측은 의장 교체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의장은 전당대회에서만 선출 가능하다"고 원천 차단을 시도했다. 그는 "정당사상 날치기 전당대회는 '용팔이 각목 전대'와 YS를 제명한 '정운갑 전당대회'뿐이다. 합당 전대를 강행하면 안 대표가 제2의 용팔이, 정운갑이 된다"고 쏘아붙였다.
반면 통합파에서는 '현장 전당대회'를 우회해서 통합으로 직행할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당헌상 전당대회 소집 권한은 당무위에 있고, 당무위는 현재 안 대표 측인 통합파가 과반을 점하고 있는 만큼 전당대회 소집 자체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성원(成員)이다. 또 설사 안 대표 측 대표당원만으로 과반을 모을 수 있다 한들, 반대파와 물리적 충돌이라도 발생한다면 통합 시너지는 기대하기 어렵고 비난만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안 대표 측에서는 '이런 불리한 전장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안 대표는 지난 27일 기자회견 당시 '전당원투표 이후에 1.15 전당대회 때처럼 대표당원 과반이 모인 현장 전당대회를 열 것이냐, 8.27 전당대회 때처럼 당헌 부칙 개정을 통해 현장에 과반 대표당원이 모이지 않는 방식을 택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지금은 투표 결과를 지켜보겠다. 만약 당원들이 재신임해 준다면 1월부터 당헌·당규에 의거해 차근차근 절차들을 밟겠다"고만 했다.
국민의당 대표당원 수는 1만 명 선이다. 박지원 대표가 당선된 올해 1.15 전당대회 때는 대표당원 9877명 중 6517명이 참석, 과반 참석으로 성원을 이뤘다. 반면 안 대표가 당선된 8.27 전당대회 때는 전대를 한 달 앞두고 당헌 부칙을 개정해 과반 대표당원이 참석하지 않아도 전대 성립이 가능하도록 했었다. 당헌 개정은 당 중앙위원회의 권한으로, 지난 7월 27일 국민의당 중앙위는 "8월 27일 개최되는 임시전당대회 안건은 (당헌) 제16조 1항(전당대회 의결정족수 규정)에도 불구하고 출석 대표당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부칙 개정안을 통과시켰었다.
안 대표 측에서는 "이번에는 중앙위(를 통한 당헌개정) 방식으로는 어렵다고 본다"면서도 "전당원투표가 성사된 이후의 정치 상황은 예단할 수 없고, 흐름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여 왔다. 하지만 반통합파의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전당원투표 이후에도 별다른 당내 여론 지형의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앞서 통합파에 속하는 국민의당 관계자들은 전당원투표가 개시된 이후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체육관 전당대회는 어느 정당도 힘들다", "전당원투표가 가장 많은 당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법 아니냐", "대표당원 의사를 묻는 방식이 꼭 현장 출석이어야 하느냐? ARS나 온라인으로도 의사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당헌 16조 3항은 전당대회 안건의 의결과 관련해 "정당법 제32조 제2항에 따라 공인전자서명을 이용할 수 있으며 그 구체적인 방법은 당규로 정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9일 <연합뉴스>는 "물리적으로 체육관에서 전대를 열면 참석이 많이 어렵지 않나. 전자투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친안(親안철수)계 관계자의 발언을 익명 보도하기도 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대를 전자투표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맞다. 전준위가 구성되면 거기에서 시행세칙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안 대표가 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첫째, 충돌을 각오하고 전대 현장에 과반 대표당원을 모아 정면승부를 걸거나, 둘째, 중앙위에서 당헌 부칙 개정 등의 방법으로 과반이 출석하지 않아도 전대 의결이 효력을 갖게 하거나, 셋째, 현장출석이 아닌 전자서명을 통해 대표당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전대 시행세칙(당규)을 제정하는 방법 등이다. 당헌상 당규 제·개정권이나 전준위 구성권은 모두 당무위에 있다.
다만 대표·최고위원 선거가 아닌 전당대회 일반 안건을 전자서명 방식으로 처리한 예는 아직 우리나라 정당사(史)에 없었다. 만약 안 대표 측에서 전자투표 방식을 도입하려 할 경우, 반통합파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된다. '체육관 전당대회'나 중앙위를 열 경우에도 반대파의 조직적 저항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안 대표가 어떤 방안을 택하든, 국민의당의 갈등은 한동안 더 이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당장 박지원 전 대표는 30일 페이스북 글에서 "전당대회 소집이 어려우니 당헌당규를 개정, 전자투표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온다"며 "꼼수"라고 비난했다. 그는 29일에도 "전자투표로 꾀를 낸다는 보도도 나오지만 누가 개회를 선언하고 누가 투표 개시를 선언하느냐"며 "꾀를 내도 죽을 꾀를 낸다. 안 대표 주위에는 그 정도 꾀보들만 있나"라고 비꼬았다. 전자투표를 도입한다 해도 어차피 전대 의장은 반통합파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안 대표는 31일 전당원투표가 발표된 후 한 회견에서도 "전당대회는 당연히 거쳐야 한다"면서도 구체적 방법론에 대해서는 "정식 절차를 거쳐서 하나씩 하나씩 설득하며 추진해 나가겠다"며 "(전자투표 도입 등은) 사실 이제 구체적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단계"라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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