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분당' 앞으로…'안철수 로드맵' 가결

국민의당 '아수라장' 당무위, 찬반파 정면 충돌 속 가결 선포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를 놓고 자신의 대표직 재신임을 묻는 '전(全)당원 투표' 실시안 가결을 선포했다.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당무위원회에서, 통합 반대파가 여전히 반발하는 가운데였다.

국민의당은 이날 당무위에서 전당원투표 실시안을 의결했다고 김철근 당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김 대변인은 "재적 당무위원 75명 중 재석 48명, 찬성 45명으로 의결됐다"며 "중앙당 선관위 주관 하에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바른정당과의 통합 찬반과 관련한 안 대표 재신임을 묻는 전당원투표를 실시할 것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당초 당무위에는 반대파 당무위원들도 다수 참석했었으나, 이들은 반대 취지 발언을 한 후 의결이 되기 전에 자리를 떴다.

김 대변인은 전당원투표를 관리할 중앙당 선관위는 위원장에 이동섭 의원, 부위원장 신용현 의원, 위원에 김삼화·채이배 의원 등 11명으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친안(親안철수)파 일색의 구성이다. 안 대표는 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찬반 동수로 2시간 이상 (토론을) 듣고 표결했다"며 "이제 전당원투표를 시작한다. 어떤 결과에도 엄숙한 마음으로 당원 뜻을 받들겠다"고 했다.

안 대표는 전날 전격적인 전당원투표 추진 선언을 내놓은 데(☞관련 기사 : 안철수, 대표직 걸고 '전당원투표' 제안) 이어 이날도 반대파에 연신 강공을 폈다. 그는 당무위 모두발언에서 "취임 120일 만에 대표직 재신임을 물어야 하는 현실을 당무위원들에게 설명드리기 면구하다"며 "제가 확인한 당심(黨心)과 중진 의원 몇 분이 주장하는 당심이 너무도 판이해서 토론과 논쟁을 거듭해도 접점을 찾을 방도가 없다. 소모적이다 못해 파괴적인 논란을 끝내야 한다"고 했다.

안 대표는 이어 "통합하는 것이 당원의 요구라고 본 제 판단이 맞는지, 합리적 대안 제시 없이 '통합은 절대 안 된다'는 몇몇 호남 중진들의 극렬한 반대가 당원의 뜻인지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라며 "지금 전 당원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 당이 평화와 질서를 되찾을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당무위 의결로 저에 대한 재신임 투표가 이뤄지면 저는 그 결과를 100% 수용하겠다. 재신임을 받으면 바른정당과의 통합 절차를 새해 초부터 시작하겠다"면서 "전당원투표로 확인되는 당심은 당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당원을 부정하는 것이고 당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대파를 날카롭게 겨냥했다.

그는 또 "몇 주간 '당 대표 재신임'을 거론하던 분들이 지금 와서는 재신임 투표를 저지하고, 재신임을 묻겠다는 대표를 향해 불신임을 추진하겠다고 한다"며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반대파도 당무위 비공개 토론에서 회의 진행 절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통합 문제는 전당원투표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팽팽히 맞섰다. 당초 '통합 반대'보다는 중재파를 자임했던 박주선 국회부의장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이 건은 전당원투표 사안이 아니다"라며 "8.27 전당대회 당시 투표율이 24%인데, 예를 들어 (이번에) 투표율이 30%이고 그 중 60%가 찬성해도 전 당원의 18%밖에 통합에 찬성 안 한다. 이게 무슨 통합 절차냐"고 비판했다.

박 부의장은 또 "통합은 당내 컨센서스를 이뤄서 반대하는 사람은 설득하고 해서 전당대회는 축제의 장이 돼야 한다. 그래야 통합이 의미가 있지, 이미 당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 통합을 결사 반대하고 지지기반 이탈이 생기고 있는데, 기반이 무너진 상태에서 외연을 넓히는 것은 속빈 강정"이라고 통합 추진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그는 "안에서 통합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하는데, 이게 새 정치를 하자고 출범한 국민의당의 당무위의 모습이냐. 국민이 이 모습을 보게 되면 통합, 합당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혀를 찼다.

이상돈 의원도 국민의당 당원규정(당규 1호) 25조에 "당원투표에 부쳐진 사항은 당원 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수 과반수 득표로 확정된다"고 돼 있는 점을 들어 "(이 규정이) 모든 당원투표의 절차적 준칙"이라고 당무위 회의장에서 주장했다고 기자들과 만나 밝혔다. 전당대회 의장인 이 의원은 "(전당대회 개의에는) 의원총회 절차가 필요하다.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고, (통합은) 의원들 당적이 달린 문제 아니냐. 의원총회 동의 없이 전당대회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배준현 부산시당위원장도 "당 분열을 야기한 지도부는 책임지고 총사퇴하라"고 당무위장에서 주장했다. 일부 통합 반대파 당무위원들은 '대표 재신임 투표 문제를 논의하면서 대표가 사회를 보면 문제가 있다'며 안 대표가 당무위 의장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고 한다.

이날 당무위가 열린 회의장 앞에서는 통합 반대파 당원들과 안 대표의 지지자들이 서로 고함을 지르며 맞서는 등 전날 의원총회 장면(☞관련 기사 : 기자들 앞에서 지도부 티격태격…"국민의당 콩가루 됐다")에 이어 국민의당의 분열상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일부 안 대표 지지자들은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이상돈 의원에게 여러 차례 "정신 차리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당무위 시작 전에는 통합 반대파 당원들이 당무위원회 회의를 공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회의장에 입장하려다가 이를 막는 당직자들과 밀고 당기는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안 대표는 이 혼란의 한가운데서 당직자들과 국회 경위들이 만들어준 틈으로 간신히 입장했다. 반면 안 대표 지지자들은 입장하는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세 대결을 펼쳤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무위 회의에 일부 반대파 당원들의 항의를 뚫고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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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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