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안철수 재신임 투표율 23%, 초라한 결과"

"좌고우면 않고 통합 길로 전진"…통합 반대파 "실패", "초라한 결과"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해 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오전 발표된 국민의당 전당원투표에 대해 "압도적"이라며 승리 선언을 했다. (☞관련 기사 : '통합 찬성-안철수 재신임' 75%, 1차관문 통과)

안 대표는 "당원들이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하고자 하는 대표의 재신임을 묻는 전당원투표에서 74.6%라는 압도적 지지를 보내줬다"며 "제가 당 대표 경선에 나선 8.27 전당대회 때보다 더 많은 분이 투표에 참여했다. 그때 저를 당 대표로 선택한 2만9000여 명보다 월등히 많은 4만5000여 명이 저를 재신임해줬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일치단결해 분명하게 드러내 보인 당원들의 마음을 국민의 뜻으로 알고 철저히 실천하겠다"며 "투표로 표출한 의지를 변화의 열망으로 받아들여, 좌고우면하지 않고 통합의 길로 전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겠다)"를 자신의 신년 화두로 제시하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안 대표는 통합 반대파를 겨냥해 거센 공세를 폈다. 그는 "75% 찬성을 두고 더 이상 논란을 벌이는 것은 명분이 없다"며 "민심을 받들어 정치를 한다면서 이 정도 명백한 의사표시를 두고 계속 논란을 벌이는 것은 스스로 심판받는 길을 택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안 대표는 "당원의 뜻과는 달리 통합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 특히 중진의원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직접 반대파를 호명하며 "통합의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제가 너무 급하게 밀어붙인다며 반대하는 분도 있다. 그 분들은 더 낮은 자세로 만나 대화하며 진심을 전달하겠다. 또 통합의 절차와 목적에 모두 반대하는 분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열심히 설명드렸지만 제 한계를 느낀다. 전당원투표의 의미를 다시 살펴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릴 뿐이다"라고 했다.

그는 반대파의 논리를 겨냥해 "호남의 민주주의 가치를 전국에 확신시켜야 한다"며 통합이 곧 호남 민심이라는 반론을 전개했다. 또 "꼭 바른정당과 손을 잡아야 그 일(새 정치)을 할 수 있느냐는 반론도 있지만, 통합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민주당과 한국당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을 보면 답이 있다. 통합은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에게 위협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대파에서는 투표율이 23%에 그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는 질문에 안 대표는 "그렇게 따진다면 지난번 박지원 전 대표가 당선된 (1.15) 전당대회 때는 투표율이 19%였고 찬성이 50% 전후였다"며 "그러면 10%도 못 받은 분이 대표 역할을 잘 수행했지 않느냐. 저도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박 전 대표의 대표 선거 투표율과 득표율을 거론한 것은 전례 없이 높은 수위의 반격이다.

안 대표는 통합의 다음 절차인 전당대회를 반대파에서 무산시키거나 의장 사회권을 이용해 가결을 막는 등의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는 데 대해 "압도적 다수의 당원이 통합에 찬성하고, 국민 여론상으로도 기대가 높다면 정치인과 정당은 당연히 그 길로 가야 한다"고 간접 비판했다.

反통합파 "전당원투표 실패, 명백한 불신임"

반(反)통합파에서는 당장 이번 전당원투표 결과에 대해 "실패", "초라한 결과"라며 일축하고 있다. 정동영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통합 반대파 모임 '평화개혁연대'도 이날 안 대표 간담회에 앞서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안 대표가 강행처리한 전당원투표가 끝내 실패로 끝났다"며 "77% 이상 당원들이 사실상 반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 등 반대파 의원 18명은 "이번 투표는 안 대표에 대한 명백한 불신임의 표시"라며 "바른정당과의 합당 추진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의당이 가야 할 길은 보수 우경화 합당의 길이 아니다"라며 "안 대표의 무리한 선택은 결국 국민의당을 사지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회견에서 "안 대표는 보수야합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즉각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평화개혁연대 회견에 동참한 국민의당 의원은 김경진, 김광수, 김종회, 박주선, 박주현, 박준영, 박지원, 유성엽, 윤영일, 이상돈, 이용주, 장정숙, 장병완, 정동영, 정인화, 조배숙, 천정배, 최경환 의원(가나다순) 등 18명이다. 최경환 의원은 김동철 원내대표와 이용호 정책위의장도 반대 뜻은 같으나 당직을 맡고 있어 연명에서 빠졌다고 전했다.

박지원 전 대표도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호언장담하던 안 대표 (재)신임 투표율이 23%. 초라한 결과"라며 "나쁜 투표에 대한 당원들의 분노와 행동하는 양심의 결과"라고 했다. 박 전 대표는 "23% 투표율이면 77% 당원 의사를 존중해서 당연히 개표도 하지 말고 통합 포기 선언을 하라"며 "합당을 위한 전대는 못 한다. 전자투표 꼼수 생각도 말고 합당 포기를 선언하라. 그러면 당은 화합된다"고 안 대표를 거세게 압박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도 "신임투표 승리 선언과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기자회견은 한마디로 후안무치의 극치"라고 안 대표를 비난하면서 "법적으로 1/3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오세훈 무상급식 패배 관례도 무시하고 23% 투표율을 합법화하는 것은 안철수 구정치의 극치, 코미디"라고 했다. 그는 "훌륭한 당과 의원들을 팽개치고, 정체성도 가치관도 다른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매달리는 안철수 대표"라며 "한심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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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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