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1당 된다' 전망에 반대파 "거짓말 정치"

국민의당 '끝장 의총' 날선 충돌…갈등 수습불가 국면으로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를 놓고 의원총회 '끝장 토론'을 벌였지만 통합 찬성파와 반대파 간의 입장 차이만 더 드러났다. 특히 안철수 대표는 "통합이 최선"이라며 앞장서 통합론을 설파했고, 통합 반대파 의원들의 주장을 일일이 반박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정동영 의원 등 통합 반대파에서도 "거짓말 정치", "음모" 등 날선 언사를 동원해 안 대표에 대한 비판에 나서면서 통합론을 둘러싼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안 대표는 21일 오후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자신이 직접 써온 글을 읽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안 대표의 연설은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높이고 있고 △차기(2020년)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원내 1~2당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담고 있었다고 한다.

안 대표는 특히 "바른정당과 선거연대, 정책연대를 거쳐 통합이 최선"이라며 "바른정당이 줄어들어서 오히려 통합이 더 쉬워졌다. 우리가 연대하면 바른정당 의원들이 한국당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동영 "거짓말 정치", 박지원 "통합은 음모"

이에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안 대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유성엽, 황주홍 의원이 안 대표 바로 다음으로 연이어 발언을 신청해 통합론을 비판했다. 황 의원은 자신의 발언 취지에 대해 "이런 문제를 야기한 데 대해 안 대표의 책임이 적지 않다. 이런 문제는 당연히 대화, 소통, 공식 논의가 있어야 했는데 유감스럽다. 차후에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민주당이나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모두 바람직하지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선거연대도 있을 것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황 의원 다음으로 발언대에 오른 이용주 의원도 나중에 기자들과 만나 "이미 언론에 밝힌 것과 비슷한 취지로 말했다"며 통합 반대론을 폈음을 시사했다. 호남 초선인 김광수 의원도 "지금 시대적 과제는 개헉과 적폐 청산"이라며 "시대정신이 개혁인데 그것을 버리고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 등 국민들이 별로 관심 없는 부분이 자꾸 얘기되니 당 지지율이 폭락하고 (당이)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윤영일 의원도 "통합 논의는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못 받는다"며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당내당 격인 '평화개혁연대(가)'를 준비 중인 정동영 의원은 안 대표를 겨냥해 "거짓말을 했다"고 직격탄을 쐈다. 정 의원은 "진실의 힘으로 정치를 하자.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왜 어제는 이 말을 하고, 오늘은 다른 말을 하느냐. 안 대표가 일련의 '거짓말 시리즈'를 인정하고 사과하고 책임지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또 "안 대표가 '통합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했고 자유한국당을 쪼그라트려 2당으로 올라설 기회라고 했는데, 40석으로 어떻게 2당이 되느냐. 바른정당 다음의 수순은 뭐냐. 정직하게 얘기해 달라"라고 안 대표가 결국 한국당과도 손을 잡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시사했다. 정 의원은 의총에서 자신이 "나는 당을 깨는 것을 원치 않는다. 통합을 밀어붙이지 말고, 밀어붙이면서 '나갈 사람 나가라'고 하는 것은 지도자의 말이 아니니 다시는 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안 대표가 계속 통합을 추진하면 어떡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평화개혁연대나 국민통합포럼 등 (국민의당 내) 의견 그룹이 있다"며 "안 대표가 통합읋 하려 하면 우리는 평화개혁연대를 통해 당을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도 "안 대표가 신뢰를 잃었다"며 최근 통합 추진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일들을 겨냥해 "음모가 진행 중"이라고 주장하며 안 대표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제2창당위원회 설립, 당 부설 정책연구소인 '국민정책연구원' 원장 교체, 당에서 한 여론조사 결과가 언론에 유출된 것, 당무감사 실시 등을 통합 추진의 배경으로 거론하며 "(당이) 대표 마음대로", "강압적"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를 앞두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어제 분명코 안 대표는 전현직 지도부 오찬 회동에서 참석자 전원의 요구대로 통합·연합·연대를 거론치 않기로 약속했으나 선거연대에 대해서는 여운을 남겼다"며 "(그러나) 회동 후 안 대표는 기자들에게 통합을 또 거론했다. 안 한다고 말하고 다시 한다고(하는 태도)를 반복하고 있다. 지도자가 신뢰를 상실하면 지도자가 아니다"라고 안 대표를 비판했다.

호남 중진인 조배숙 의원은 자신이 안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통합이 최선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취지 같았다"면서도 "통합을 해야 2당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안 대표의) 얘기에 동의할 수 없다. 저는 당내 부정적 기류가 강하기 때문에 통합이 어렵다고 보고, (통합을) 가정한다고 해도 효과가 크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란 출장으로 의원총회에 불참한 천정배 의원은 공개 입장문을 내어 "바른정당은 국가 대개혁을 저지하려는 기득권 정당"이라며 "더구나 그 당의 유승민 대표는 한국당까지 아우르는 이른바 '중도보수 대통합'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는 '적폐 대통합'이다. 국민의당이 반개혁, 반민심, 반문재인의 적폐연대 퇴행의 길을 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통합파 반격 "선거연대 필요…전당원투표 하자"

바른정당과의 통합·연대에 찬성하는 의원들도 반격에 나섰다. 전북 재선인 김관영 의원과 이언주, 김중로, 이동섭, 최명길 의원 등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연대·통합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섭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저는 호남과는 달리 수도권에서는 바른정당과 선거연대를 해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안 대표는 연대를 넘어 통합까지 (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은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는 의견을 조율할 뿐, 합당이나 통합은 전당대회 의결 사항이다. 그것을 안 대표가 하자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최 의원 등도 "통합은 결국 당원이 결정할 일"이라며 통합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전당원 투표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을 끝내는 방법은 그 길뿐"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태규 의원은 "객관적으로 여론 지평 등을 보면, '통합'에 호남을 비롯해 일관되게 다 찬성하고 있지 않느냐. 객관적인 자료를 다 주겠다"며 "오히려 다른 지역보다 호남이 (통합 찬성 여론이) 더 높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안 대표 본인도 정동영·박지원 의원 등의 발언 중간에 나서 직접 질문에 답을 하거나 해명을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는 의원총회 시작 전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전반적으로 의견을 듣는 자리"라며 "논의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의원총회는 결정권을 갖는 자리가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안 대표는 "오늘은 의원들 말씀을 듣는 자리고, 이틀 후 원외 지역위원장들과 간담회가 마련돼 있다. 그런 순서로 여러 생각을 들어보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을 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안 대표는 전날 박지원·박주선·주승용 의원 등 전직 당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 대해서도 "의견 수렴 과정"이라고 표현했었다. (☞관련 기사 : '오월동주' 안철수 vs 호남계, 갈라설까?)

통합 관련 찬반 양론이 격렬하게 전개되자, 일각에서는 중재론이 나오기도 했다. 주승용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통합에 찬성하는 분들이나 통합을 반대하는 분들이나 다 당이 잘되길 원하는 것인데, 그보다 시급한 게 당내 단합이고 화합"이라며 "정기국회 정책연대를 제안하고, 선거연대는 내년 2~3월이 돼서 정책연대가 잘 되면 나오는 것이고 (정책연대가) 잘 안 되면 선거연대도 통합도 안 나올 것이니 지금 얘기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했다고 밝혔다.

주 의원은 "지금 7개월 후 지방선거를 놓고 '통합하자', '하지 말자'고 하는 것은 그 때 가서 허망한 얘기가 될 수 있다. 일단 눈 앞에 보이는 것부터 하나씩 하자. 안 대표도 '정책연대, 선거연대를 거쳐 통합으로 간다'고 했으니 정책연대부터 우선 몰방(沒放)을 하면 좋겠다. 그것을 바른정당에 제안하자"고 자신의 의총에서 주장했다면서 "'평화개혁연대'도 나는 하지 말자고 했다. 편을 가르지 말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의총을 통해 안 대표 측과 호남 중진들 간의 입장차는 더 뚜렷이 드러났다.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을 반대하는 호남 중진 측에서는 "통합은 물론 연대도 불가능하다"(황주홍), "바른정당과 연대나 통합을 하는 것은 국민의당에게 실리를 가져다주기는커녕 국민의당을 패망으로 몰아넣을 것"(천정배) 등 반대 입장을 더 강경하게 굳혔다. "거짓말"(정동영), "신뢰 상실"(박지원) 등 안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공격도 최고 수위에 다다랐다. 안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도 나왔다고 한다.

반면 연대·통합 추진파 역시, 호남 지역구 의원들이 다수인 의원총회에서는 밀리더라도 전당원 투표라는 '우회 돌파로'를 통해 계속 연대·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 쪽인 김철근 대변인은 전날 "결국 당원이 당의 주인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당원들 의견을 물어서 어떤 결정이든 이뤄져야 한다"며 "의원총회는 당헌당규상 원내 전략과 당론을 논의·결정하는 것이지 (통합 등) 결정 단위가 아니다"라고 했었다. 특히 전날 한 신문에는 국민의당이 자체 시행한 당원 여론조사에서 통합 찬성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가 실리기도 했다.

한 국민의당 의원은 "결국 (대치 상황이) 연말까지는 갈 것으로 보인다"며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취임한 지 한 달이 되고 바른정당 소속 의원·지자체장들의 거취가 정리되는 12월 중순이 지나야 어느 쪽이든 결론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의총 결과 브리핑에서 "바른정당과 정책연대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책연대 등을 통해 바른정당과 신뢰를 구축해 가고, 신뢰를 기반으로 선거연대 등 진전된 논의를 이어 가겠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지난달 25일 의총 당시의 결론을 재확인한 수준이다. 찬반 양측이 자신의 입장을 계속 관철하려 노력하는 현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 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저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 "통합을 하는 것이 가장 시너지가 많이 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직접적으로 밝히며 "(오늘) 우선 제 입장을 말씀드렸고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앞으로 계속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고, 곧이어 지역위원장, 당원들과 만남을 가질 것"이라며 향후 통합 추진 작업을 계속해갈 뜻을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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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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