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동주' 안철수 vs 호남계, 갈라설까?

국민의당 내분, 호남계 '당내당'까지 등장

국민의당 내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연대 문제를 놓고 벌이던 내분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통합 반대파인 호남 중진 정동영 의원이 박지원·천정배 전 대표와 함께 가칭 '평화개혁연대'라는 일종의 당내당 조직 구상을 내놓으면서다.

최근 안철수 대표가 '빅 텐트'까지 언급하며 바른정당과의 연대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21일로 예정된 국민의당 '끝장토론' 결과가 주목된다. 국민의당 안팎에선 당장 분당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지만, 양측의 셈법이 크게 엇갈려 내홍이 장기화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평화개혁연대'로 뭉친 정동영·박지원·천정배

평화개혁연대 구성을 주도해온 정동영 의원은 20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일 끝장토론(의원총회)에서 당 의원 40명 전원의 참여를 제안할 것"이라며 "이것은 노선과 정체성에 대한 것이다. 중도보수정당으로 가면 소멸한다. 왜 중도개혁정당을 표방해 놓고 중도보수정당으로 가려 하느냐"고 말했다.

정 의원은 "(국민의당이) 선명한 개혁의 길을 가야 한다"며 "촛불과 헤어졌기 때문에 대선에 실패한 것이고 그래서 지지율이 바닥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당의 중심이 대표인데, 대표가 흔들리기 때문에 당의 중심을 잡기 위한 의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안철수 지도부에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정 의원은 다만 현재 단계에서는 평화개혁연대가 안 대표의 퇴진 요구나 분당으로 나아갈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당 내에서 정책 노선, 정체성과 관련해 치열한 토론을 하고 의견 그룹을 만드는 건 건강한 것 아니냐"며 "SNS 등에서 나오는 안 대표 퇴진 요구에 대해, 제가 많은 분들께 '진흙탕 싸움 하지 마라'고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안 대표가 '새 정치'로 복귀하기 바란다"며 "새 정치가 개혁일 때 안 대표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그 빛이 바래면서 어려워졌다. 안 대표가 해야 할 일은 새 정치로 복귀하는 것이고, 우리가 할 일은 당의 개혁 정체성을 분명히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정배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의 개혁적 정체성과 가치를 지키는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아직 조직을 만든 것은 아니고 의원들을 모아 논의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평화개혁연대 참여 사실을 확인하며 "우리 당 지역구 의원은 거의 전원 호남이니까 아무래도 호남 중심이 될 수밖에 없고, 비례대표 의원들도 상당수 참여해서 우선 한 20여 명이 참여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천 의원은 "(바른정당과) 통합은 우리 당도 소멸시키고 나라를 위해서도 극히 해로운 일"이라며 "다수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가 당장 통합을 밀어붙일 경우, 저지하는 데 최선의 힘을 모을 생각"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안 대표가 1차로 물러선 듯 하면서 정책연대-선거연대 이런 식으로 점진적으로 가려고 할 것인데, 저는 그것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냥 이대로 뭉개고 가자는 것"이라며 "어느 정도의 분란을 무릅쓰고라도 공개적·조직적으로 강력하게 노선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도 YTN 라디오에 나와, 최근 자신이 안 대표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것과 관련 "'안철수 흔들기'가 아니고 당 바로세우기다. 당을 흔드는 것은 안 대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의원은 "(안 대표가) 저희들하고 대화할 때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통합은 없다. 필요에 의해 연합·연대는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걸 빙자해서 자꾸 통합으로 가고 '보수대통합' 운운하며 제2의 YS의 길, 3당 통합 길로 가고 있다. 우리는 '정체성과 가치가 다른 그런 당과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 이것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자꾸 'DJP연합'을 말하는데, 자민련과 민주당이 통합했느냐"고 반문하며 "DJ는 JP화(化) 되지 않았다. 보수의 아이콘인 JP가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협력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계획과 관련해 "하지 않도록 (안 대표를) 설득해나가겠다"며 "지금 어떤 의원들은 '우리가 탈당이라도 해야 한다'는 분들도 있지만, 대개 전체적인 컨센서스는 '어떤 경우에도 정체성과 가치를 지켜야 하고 당이 분열돼선 안 된다'는 생각이고 저도 그런 생각"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지난 주말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평화개혁연대는 우리의 정체성과 가치를 지키자는 의원들의 자발적인 당내 서클이지 분당이나 신당 창당을 위한 모임이 아니다"라며 "평화개혁연대는 어떤 경우에도 정체성과 가치를 지키지, 애매모호한 중도보수대통합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평화개혁연대에는 각각 광주(천정배), 전남(박지원), 전북(정동영)을 대표하는 이들 3인방 외에 호남 중진인 유성엽·장병완·조배숙 의원과 초재선 김광수·김경진 의원 등이 참여할 뜻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례대표 의원들 가운데서는 천 대표와 가까운 박주현 최고위원과, 원래 안 대표 쪽이었지만 대선 전후로 멀어진 이상돈 의원 등이 평화개혁연대에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평화개혁연대 측에서는 20명 이상의 의원들을 모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대선 당시 안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비례대표 최경환 의원도 기자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정리한 글을 메일로 보내 "국민의당의 최근 모습을 보면 중도혁신 깃발은 사라지고 보수 회귀 본능만 꿈틀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최 의원은 "통합 논의로 혼란을 자초한 데 대해 지도부는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며 "통합 논의 중단을 선언하고 당을 지방선거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고위 또 설전…安측 의원총회 '우회 돌파'하나?

이날 국민의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도 또 파열음이 났다. 통합 반대파인 박주현 최고위원은 "중도보수 통합 여부를 둘러싸고 우리당 내에서 정체성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며 "불행히도 정체성 논란 이전에 리더십의 문제, 신뢰의 문제가 더 본질적인 당의 위기로 부각되고 있다"고 안 대표를 정면 겨냥했다. "창당하자마자 총선·대선을 치르면서 공당으로서의 절차보다 선거를 위해 과정을 희생하는 '선거 프로젝트 정당' 같았던 과오가 지방선거를 핑계로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박 최고위원은 경고했다.

박 최고위원은 "중차대한 예산 국회 기간 중에, 더구나 우리 기반 지역에서 극심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교섭단체와의 통합여부를 가지고 왜 이런 내홍을 자초해야 하는지 안타깝다"며 "내일 있을 통합 '끝장토론'에서 우리 당이 직면하고 있는 리더십과 신뢰, 정체성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장진영 최고위원은 "상대방이 전혀 생각지도 않은 내용을 가지고 상대방의 생각이라고 단정하고 공격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양 측에 자제를 호소했고, 박주원 최고위원은 "지금은 안철수의 결단에 반대할 것이 아니고, 박수를 보내도 모자랄 시국"이라고 안 대표 지지를 선언했다.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 논의에 대한 소속 의원들의 반대 기류가 강해지고 안 대표 측이 의원총회에서 소수파로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안 대표 측이 의원총회에서 밀리더라도 당원 다수의 여론을 바탕으로 연대·통합을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왔다. 안 대표 측으로 분류되는 김철근·이행자 대변인이 최고위 결과 브리핑에서 "끝장토론이라고 하지만, 어차피 의원들 의견을 수렴하고 또 원외위원장·당원들까지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결국 당원이 당의 주인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당원들 의견을 물어서 어떤 결정이든 이뤄져야 한다"고 하면서다. 특히 김 대변인은 "의원총회는 당헌당규상 원내 전략과 당론을 논의·결정하는 것이지 (통합 등) 결정 단위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안 대표가 임명한 대변인들이 '당원의 의견'을 언급한 것도 눈에 띄었다. 이날 <동아일보>에는 국민의당이 자체 시행한 당원 여론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42%가 통합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왔다는 보도가 실리기도 했다. 당원 1500명을 대상으로 물은 결과 '타 당과 연대가 필요하다면 어느 당과 우선 연대해야 하느냐'는 항목에 바른정당(49.9%), 더불어민주당(30.3%), 정의당(4.8%), 자유한국당(4.3%)이라는 답이, '그렇다면 바른정당과 연대나 통합을 한다면 어느 수준까지 해야 햐느냐'는 항목에는 통합(42.2%), 선거연대(27.5%), 정책연대(21.9%)이라는 답이 나왔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이 보도 내용에 대해 "2주에 1번씩 하는 정례 여론조사 중 하나가 공개된 것"이라고 확인했다.

여기에 통합·연대파인 의원들이 일부 강성 발언을 내놓은 것 역시 안 대표 측이 '마이 웨이'를 굳힌 게 아니냐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이언주 의원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에서 '평화개혁연대'를 겨냥해 "결국 그렇게 가시면 결국 미래 세력과 과거 세력의 대결처럼 갈 가능성이 많다"며 "과거 세력을 따라서 (당을) 나가실 분은 별로 없을 거다"라고 평가절하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도 "굳이 소신을 지켜야겠다,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보내드릴 수밖에 없지 않는가 하는 말도 일부 의원들이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수민 의원도 불교방송(BBS)에 나와 "천정배 의원도 지난 국민의당 대표 선거 때 '진보·보수의 양 날개를 활짝 펴서 지지층을 보수로 확장하자'라고 열변을 토하신 적 있지 않느냐"고 꼬집으며 "평화개혁연대는 반(反)안철수 조직도 아니고 그로 인해서 당이 깨질 일도 없을 것이다. 평화개혁연대는 당의 정체성과 가치를 지키자고 생각하는 의원들의 자발적 당내 소모임이고, 저는 바른정당과의 연대가 우리 국민의당 정체성과 가치와 부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한때 안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가 박지원·박주선·주승용 의원과 점심을 같이 하면서 일촉즉발이던 분위기가 다소 진정되는가 했으나, 안 대표는 이 자리에서 어떤 합의에 이른 게 아니라 "의견 수렴 과정"이라며 오찬 회동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오찬 자리에 배석한 송기석 당 대표 비서실장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당의 단합이다. 내일 의원총회도 그런 방향으로 마무리가 돼야 한다'는 데에 공감하고 "정책연대·입법연대는 강하게 추진하고, 선거연대 가능성은 좀 열어두고, 그 다음 통합에 대한 구체적 논의 자체는 다음 단계로 진행된다"는 합의점을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안 대표는 이날 오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체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다. 우선 전현직 대표와 먼저 말씀을 나누는 게 순서이고, 내일은 (의원총회에서) 의원들 말씀을 들을 것이고, 원외위원장들 말씀도 듣고 그렇게 의견 수렴을 할 것"이라며 "의견 수렴 과정이 시작됐다고 보시면 된다"고 했다. 그는 "내일 의원총회를 일부 언론에서 '끝장토론'이라고 하는데, 그게 사실 끝장이 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의견 수렴 과정에 돌입했다고 보면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안 대표는 이날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형태의 공개서한에서 "양당 기득권 정치를 깨고 다당제를 통해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은 국민의당의 꿈이자 비전"이라며 "연대와 통합은 당을 더 크고 강하게 만드는데 초점이 있다. 고질적 양당구도라는 파도를 넘지 못하면 우리 당은 소멸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창당 정신을 다시 새기면서 외연을 넓힐 계기와 전환점을 마련하지 않으면 그런 참혹한 상황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서한에서 "치열한 토론과 단합으로 중도개혁정당으로서의 당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25만 당원 모두가 새 정치의 꿈과 가치를 공유하며 한국정치 전반에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며 "당의 외연을 넓혀가기 위한 연대와 통합이 필요하다. 그래야 지긋지긋한 양당 정치로의 회귀를 막을 수 있다. 연대와 통합을 통해 국민의당은 3당에서 2당으로 나아갈 수 있고, 2당이 되면 집권당이 되는 것은 시간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편 바른정당에선…


바른정당 지도부에서는 국민의당을 향한 구애가 나왔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날 바른정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박지원 의원에게 공개적으로 "DJP연합의 지혜를 다시 한 번 발휘해 달라"며 "안철수 대표는 YS가 아닌 DJ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 최고위원은 "오늘날 거대 양당 체제를 고착화시킨 결정적 계기가 1990년 3당 합당"이라며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연대는 3당 합당이 만든 거대 양당 체제에 균열을 가하는 시도이고, 나아가 강력한 연대를 통해 수구 세력인 자유한국당을 대체하고 한국 정치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하 최고위원은 "따라서 바른-국민 연대는 3당 합당이 아니라 오히려 DJP연합에 그 정신이 닿아 있다"면서 "외교안보 노선에 차이는 있지만 객관적으로 DJ와 JP의 차이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차이가) 크지 않다. 상호 존중과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서생의 문제의식'으로 연대의 원칙을 세우고, '상인의 현실감각'으로 크게 힘을 합해서 정치를 바꾸고 국민을 살릴 수 있도록 박지원 의원의 경륜과 지혜를 보태 달라"고 당부했다. 보수 정당 지도부 회의에서는 드물게 '서생의 문제 의식, 상인의 현실 감각'이라는 DJ의 말이 인용된 것이 눈에 띄었다.

오신환 의원도 회의 자리에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정책·선거연대를 '반 개혁 연대'로 몰아가는 일부 발언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개혁 코드로 함께 뭉친다면 시너지 확장성을 기대할 수 있다. 바른-국민연합은 영호남 지역구도를 종식시키는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 세력의 개혁 연합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오 의원은 "바른-국민 개혁연합으로 낡은 기득권 양당질서를 무너뜨리고 부패한 한국당을 심판하는 정치 혁명과 야당 교체를 이루어 내는 것이 시대적 요구"라며 "유승민 대표와 홍준표 대표의 차이는 설명이 불필요하다. 차원이 다른 보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자신들은 한국당과는 "차원이 다른"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힘을 합해서 적폐 심판하자'는 개혁 연합을 적폐 연대로 폄하하는 것은 뺄셈 정치, 자해 정치"라며 "바른·국민 양당의 정책·선거연합을 위한 정치 협상을 즉각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오는 21일까지 닷새간 미국 출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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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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