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은 북한의 핵무장이 중국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우리는 과거에도 계속 실패했던 이른바 '동결 대 동결(freeze for freeze)' 합의를 수용할 수 없다는 점에 동의했다"
여기서 '동결 대 동결(freeze for freeze)'은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한미 양국은 군사훈련을 중단한다는 '쌍중단'을 의미한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쌍중단' 및 '쌍궤병행'을 한반도 문제 해결의 유력한 해법으로 내놓고 있다.
그래서 의아했다. 시진핑이 작년 2월부터 일관되게 주장해온 '쌍중단' 철회를 트럼프와 합의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문을 뒷받침하듯 중국 정부는 트럼프의 발표 내용을 사실상 부정하고 나섰다.
11월 16일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쌍중단이 현 상황에서 가장 실현 가능하고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중국은 각국이 적극적으로 중국의 제안을 고려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오히려 미국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 국가들이 쌍중단을 한반도 문제 해결의 시작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 셈이다.
그렇다면 불과 하루 사이에 불거진 미중 사이의 진위 공방의 진실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은 백악관 대변인이 내놓았다. 사라 샌더스 대변인은 16일(현지 시각) 브리핑에서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는 이렇게 답했다.
"양측은 (쌍중단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입장은 다르다. 하지만 우리는 양측의 입장이 계속 다르면 진전을 이룰 수 없다는 점에 동의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쌍중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트럼프의 입장과 쌍중단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시진핑의 입장 차이가 여전했음을 백악관 대변인이 공식 확인해준 셈이다.
문제는 쌍중단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더욱 위축되었다는 점에 있다. 트럼프 본인이 쌍중단 수용 불가를 시진핑과 합의했다고 말한 만큼, 이를 주워 담고 쌍중단을 수용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는 대북 제재 강화, 북한의 외교적 고립화, 무력시위 등으로 이뤄진 "최대의 압박"을 강화하면서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 할 것이다. 북한이 이에 굴복해 비핵화를 선택할 가능성도 희박한 상황이다.
안타깝게도 두 달 동안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부재'와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이 반전(反轉)의 계기를 만들어내지 못한 셈이다. 이에 따라 불안한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거나 극심한 전쟁 위기가 도래할 가능성마저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거듭 촉구한다. 조용하고도 자연스러운 쌍중단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이다. 북한은 두 달 넘게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 양국이 내년 상반기에 예정된 군사 훈련을 일시 중단할 의사를 표명하면, 북한의 "도발" 중단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군사 훈련 일시 중단의 사유로 굳이 북한을 거론할 필요도 없다. 세계인의 축제이자 평화를 정신으로 삼고 있는 평창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것이라고 하면 된다. 평창 행사를 앞두고 노심초사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반드시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해야 할 사안이다. 그래야 평창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도, 이를 전후한 한반도 정세의 국면 전환도 도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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