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친환경건축 인증' 공무원 "엄중 문책"

인증 평가도 부실, 건축자재 업체 소개·알선행위까지…"부적절 인증"

환경부 산하기관인 한국환경기술원 고위 간부가, 소관 업무인 '친환경 건축 인증' 사업 대상으로 자신의 집을 올려 최우수 등급 인증을 받은 사건과 관련해 환경부가 '엄중 문책' 조치를 내렸다.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상돈 의원(국민의당)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녹색건축인증 비위의혹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부 감사관실은 자체 감사에서 해당 주택의 소유주 김모 전 인증평가단장과 인증평가단 직원 김모 씨 2명에 대해 "엄중 문책"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엄중 문책'의 수위는 징계까지 처분 대상에 포함해 기술원 내부 처분심의위원회를 개최, 심의·결정"할 예정이라며 김 전 단장 등 2인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환경기술원 인증평가단도 '부서 경고' 처분을 받았다. "제출된 서류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채 신청자가 제출한 자체 평가서를 그대로 인정하고, 심의위원들에게 인증 대상 건축물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부적절 인증"을 했다는 이유다.

이 의원은 지난 8월 23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김은경 환경부 장관을 상대로 이 사건을 언급하며 문제를 제기했고, 김 장관은 "합당하지 않다"며 지적 사항을 정밀히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환경부 감사관실의 이번 감사는 김 장관이 약속했던 일종의 후속 조치 성격이다. (☞관련 기사 : 환경부 산하단체 간부, 자택 '셀프 녹색건축 인증?')

환경부는 보고서에서 이번 사건을 "기술원 환경인증단장이 자신의 주택을 최우수 등급으로 자가 인증"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주택 건축에 사용된 친환경 자재 등을 업체가 무상 또는 저가로 납품함 의혹, 해당 인증 업무를 담당한 계약직 직원 정모 씨를 정규직으로 특혜 전환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감사를 실시했다. 김 전 인증평가단장은 지난해 11월 본인 소유의 3층 단독택을 자신의 부서에 녹색건축 인증 신청했고, 기술원은 이 주택을 최우수등급(그린1등급)으로 이듬해 1월 인증했다.

그러나 인증 과정에서의 평가가 엄밀하지 않았고, 공사 업체 선정이나 자재 납품 등 과정에서도 일부 비위가 있었다는 게 환경부의 결론이다. 환경부는 김 전 단장의 집에 대한 인증 평가에서, 총 2개 항목에서 잘못된 평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평가 항목 중 '유지관리' 항목에서는 건축물 사용자 매뉴얼을 보유하면 5점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으나, 김 전 단장의 집은 단독주택인데 보유한 매뉴얼은 공동주택용이었다는 것. 그런데도 김 전 단장 집은 5점 만점을 받았다.

'생태면적률' 항목에서도 생태면적 비율이 55% 이상인 경우 만점을 주도록 했으나, 김 전 단장의 집은 건축허가 면적만으로는 이 비율을 만족하지 못해 본인 소유의 인접 필지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비율을 산정, 56.69%로 면적률을 계산했다. 집이 세워진 건축허가 필지는 149제곱미터, 인접 필지는 202 제곱미터였다. 환경부는 "인접 대지를 제외할 경우 생태면적률 30% 미만으로 1점만 취득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단 환경부는 "인접필지를 포함한 생태면적률 산정은, 다른 건축물에서도 일부 인정한 사례도 있는 점을 감안해 재심의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친환경 자재 납품 관련 비위 의혹에 대해 환경부는 "기술원 직원(김모 씨)이 주택 공사 대리인에게 친환경인증 자재 제조업체를 알선했다"며 "일부 친환경업체 제조업체는 시중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자재를 공급했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공사 업체 소개도 기술원 직원을 통해 이뤄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녹색건축 인증 및 친환경 건축자재 관련 업무를 하던 기술원 직원 김모 씨는 김 전 단장의 지시를 받고, 친환경 자재업체 등을 공사 대리인에게 알선하는 등 주택 건축에 적극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단장의 집 공사를 맡은 업체를 소개한 것도 김 씨였다고 한다.

환경부는 '알선 경위'에 대해 "김 전 단장은 건축기술사 자격을 갖고 있는 직원 김 씨에게 주택 공사 대행자를 소개해 줄 것을 요청했고, 김 씨는 기술사 연구모임 회원들의 소개로 A씨를 적임자로 추천했다"면서 "김 씨는 기본적인 업체 정보 외에 창호, 내부마감, 바닥 난방 등을 하는 친환경 업체 관련 특정 업자를 A씨에게 알선"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김 씨가 "친환경 인증 업무로 알고 있던 K기업 영업 담당자를 통해 K기업 창호 담당 직원의 이름과 휴대폰 번호 등을 A씨에게 제공"하거나, 역시 "업무로 알고 있던 바닥 난방 자재 제조업체 대표를 A씨에게 알선"하는 일도 있었다. 공공기관의 공적 업무 목적으로 취득한 정보를 공무 외 목적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 과정에서 김 전 단장에게 특혜가 있었는지에 대해 "난방 자재 제조업체 등은 시중 가격보다 낮은 가격(감액 금액 260여 만 원)으로 납품·시공을 했고, K기업은 공사비 일부(324만 원)를 미지급했다"고 지적했다. 단 난방 자재 업체에서는 "200만 원 정도 견적을 낮춘 것은 사실이나, 현금 지급시는 가격을 낮춰 주는 게 관례이고 기술원 간부 주택에 회사 제품이 시공됐다는 홍보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라며 "기술원 직원의 압력이나 청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환경부는 "직원 김 씨는 주택 친환경 인증 자재 시공을 위한 사적인 거래가 목적임을 알고 있음에도 김 전 단장 또는 A씨의 요청에 따라 직무 관련 업체의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동 업체를 직접 알선한 책임이 있다"며 "김 전 단장은 김 씨로 하여금 A씨에게 직무 관련 업체를 적극 소개해 주라고 하는 등 부당한 지시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단 환경부는 "공사비 혜택 규모가 총 공사비의 100분의 1 정도로, 현금 지급에 따른 감액이 업계 관행이라는 점, 해당 업자가 홍보 효과가 감액 비용을 상쇄할 정도로 높다고 주장하는 점, 공사비 감액을 김 전 단장 또는 김 씨가 강요하거나 청탁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공사비 혜택과 관련해서는 책임을 묻기 곤란"하다고 결론내렸다.

환경부는 김 전 단장 주택의 친환경 인증을 맡았던 직원 정모 씨가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이 고위 간부의 주택 인증을 해준 데 대한 특혜인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비위 미발견"이라며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정 씨는 이번 사건과는 무관한 다른 사건으로 이미 파면된 상태다. 환경부는 "환경 신기술 평가 과정에서 금품·향응 수수 혐의로 고발(7월) 및 파면(9월 14일)"됐다고 적시했다.

환경부는 문제가 된 김 전 단장의 주택에 대해서는 "인증 취소 검토" 행정처분을 검토 중이라며 "최우수 등급으로 인증한 건축물에 대해 감사 지적 사항을 포함해 재검토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인증 취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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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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