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11일 각 지역구 당협위원회별 SNS 담당자 워크숍을 열고 온라인 홍보 역량 강화를 다짐했다. 선거제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이 홍보에 주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날은 검찰이 '십알단'의 2012년 대선 불법 선거운동 혐의 재조사 방침을 발표한 다음날이어서 묘한 모양새가 연출됐다.
실제로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워크숍 축사에서 검찰을 비난하며 "대선이 댓글에 좌우됐다? 댓글 위력이 그렇게 강력하다고 하니 우리도 한번 해 보자"라고 맞불을 놓기도 했다.
홍 대표는 "이 정권에서 적폐 청산을 한다는 명목으로 국정원 댓글 조사를, 2012년 것도 조사하고 있다"며 "나는 대통령 선거가 댓글에 의해서 좌우됐다, 이런 식으로 주장하는 것을 보니까 '참 정치 보복도 그렇게 하는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2012년에도 자기가 대선 떨어진 게 댓글 때문에 떨어졌다는 것이다"라고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하며 "댓글의 위력이 그렇게 국민의 마음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고 하니 우리도 한번 SNS 통해서 해보자는 것이다. 과연 그게 영향력이 있는지"라고 말했다. 워크숍 참석자들은 이 발언에 박수를 보냈다.
홍 대표는 이어 "지난 대선 때 소위 '달빛 기사단'이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문자 폭탄을 날리고 댓글 쓰고 했나. 그것은 왜 조사 안 하나?"라고 화살을 문 대통령 지지층에 돌렸다. 그는 "그 댓글 쓸 때 무슨 돈으로 운용을 하고, 어떻게 조직적으로 댓글로 협박하고, 왜 그것은 조사를 안 하느냐"고 주장했다. 대선 전후 문 대통령 지지층이 온라인에서 벌인 활동에 대해서는 정치 문화 차원에서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적어도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등 국가 권력기관이 인력과 돈을 동원해 벌인 '댓글 공작'을 온라인상의 자발적 지지활동에 비긴 것은 당치 않다는 지적이 예상된다. 홍 대표도 "무슨 돈으로 운용을 했느냐"고 한 마디 의혹을 제기했을 뿐, 문 대통령 선거캠프나 더불어민주당이 온라인 지지자들에게 금품이나 편의를 제공했다는 증거나 정황을 내놓지는 못했다.
홍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드라이브에 대해 "요즘 하는 일 보라. 전 대통령(박근혜) 잡았고, 전 전 대통령(이명박)을 잡아야 된다(는 것이다). 자기 지지하는 사람들의 악성 댓글 활동은 전혀 조사를 안 하고 쏙 빼고, 6년 전 일을 다시 조사한다고 연일 전 전 대통령을 소환할 듯 난리를 친다"며 "저거 한참 하다 보면 박정희로 올라가고 이승만이까지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요즘 검찰은 사건을 수사하는 게 아니라 정권의 요구에 따라서 사건을 만드는 것"이라며 "정권의 충견처럼 발표를 했다"고 검찰도 비난했다.
홍 대표는 "우리가 정치보복대책특위도 만들어서 본격적으로 대응을 할 것"이라며 "그래, 당신들이 적폐라고 주장하는 것 DJ·노무현 시절에는 없었나 보자. 다 해 보자 이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당은 이날 '정치보복대책특위'(위원장 김성태 의원) 구성을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의하고, 위원회 관계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워크숍 축사에서 "정치 보복을 적폐 청산으로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대단히 들고 있다"며 "전임, 전전임 정권에 대해서만 혁신 칼날을 대겠다는 것은 표적 사정, 정치 보복으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그 사람들(정부·여당)이 규정하는 적폐에 대해 근원적 적폐, 원조 적폐도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예를 들어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가 받은 640만 달러의 전모, 그 640만 달러의 행방이 어떻게 된 건지, 어떻게 지켜낸 NLL인데 북한과 어떤 협상을 했는지, 유엔 인권결의안 할 때 어떻게 '저쪽'과 협의해서 기권한 건지, '바다이야기'는 어떻게 된 건지, 문준용이라는 분이 어떻게 해서 특혜 취업을 하게 됐는지 스스로 이것을 다 조사하라. 그러면 우리도 MB·박근혜 정부 때 문제된 게 있으면 조사하겠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각 지역구별 SNS 담당자들에게 "여러분도 아는 것을 당에 정보 제공해 주고 활동해 달라"며 "SNS부터 선거 혁명을 이뤄가자. 이런 것을 당에서 점수를 매겨서 등수도 나올지 모르겠다"고 온라인 '홍보' 활동을 독려했다.
박성중 한국당 홍보위원장은 이어진 교육에서 한국당에 불리한 온라인 환경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명명하며 "한 번으로 안 되면 세 번, 네 번, 열 번을 하면 충분히 다 할 수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지만 엎을 수 있다. 기존의 방송·신문은 우리 편이 아니지만 남아 있는 운동장에서 노력하면 얼마든지 엎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며 연이어 독려에 나섰다. 박 위원장은 교육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SNS 활용 사례를 비교하며, 민주당 의원들에 비해 한국당 의원들이 SNS 활용에 능숙하지 못하다고 지적하고 분발을 당부했다. 박 위원장은 한국당 소속 의원의 '우수 사례'로 김진태 의원 페이스북을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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