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파더스 재개 예고 일주일만에 300여 건의 신상공개 요청 쏟아졌다"

[인터뷰] 구본창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대표 "피해자들은 신상 공개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사진, 이름, 주소 등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웹사이트 '배드파더스(현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가 다시 열린다. 대법원이 배드파더스 활동을 사적 제재로 보고 유죄 판결을 내린 지 2년 만이다.

2018년 7월 운영을 시작한 배드파더스는 양육비 지급 의무가 있음에도 수년간 회피해 온 '나쁜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해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야구선수 출신 스포츠 해설가 최희섭 씨,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출신 김동성 씨 등 유명인들이 줄줄이 등재되면서 배드파더스의 영향력은 점점 커졌다.

어떤 목적이건 사적 제재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들에게 이보다 빠르고 확실한 수단은 없었다. 2024년 사이트 문을 닫기까지 배드파더스를 통해 해결된 양육비 미지급 사례는 1200여 건에 달한다. 법과 제도를 비웃던 나쁜 부모들이 신상 공개를 피하려 수년 치 양육비를 한 번에 납부했기 때문이다.

배드파더스의 등장은 양육비 이행 제도 강화로 이어졌다. 2021년 여성가족부는 양육비 이행법 개정에 따라 여성가족부(현 성평등가족부)는 이름과 주소 등 양육비 미지급자의 일부 신상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또한 출국 금지와 운전면허 정지, 징역 1년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 등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해 각종 제재와 처벌을 내릴 수 있는 제도도 마련됐다.

▲양육비해결총연회 관계자들이 2020년 11월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를 비공개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접수된 것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양육비 미지급 피해는 여전하다.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양육비 이행률은 47.5%, 두 명 중 한 명꼴로 양육비를 받지 못했다. 뿐만아니라 배드파더스 폐쇄 이후 양육비 지급을 중단한 사례, 수년 동안 법적 절차를 진행했음에도 양육비를 받지 못한 양육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졌다.

결국 배드파더스 운영진은 2024년 1월 대법원의 유죄 판결 이후 2년 만에 사이트를 다시 열기로 결정했다. 배드파더스 운영으로 받을 처벌보다 양육비 미지급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권리가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말 배드파더스 재개 예고 이후 일주일 동안 받은 신상공개 요청은 300여 건, 운영진은 사실확인 절차를 거친 뒤 이달 중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기 시작할 예정이다.

배드파더스는 정부가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 다시 문을 닫을 예정이다. 구본창 배드파더스(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대표는 8일 경기도 화성시 한 카페에서 <프레시안>과 만나 △성평등가족부의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 공개 제도 강화 △양육비 미지급자 형사처벌 형량 강화 등을 촉구했다.

구 대표는 "아이도 키우고 직장도 다녀야 하는 양육자들이 소송에만 5~7년 매달리고 있다. 또한 형량이 너무 낮아 유죄 선고를 받아내도 양육비 지급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라며 "피해자들이 제도를 통해 양육비 받기가 너무 어려우니 신상 공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태어나서 자라고 자라는 아이들의 생존권이 지켜지지 않는데 어떻게 출생율이 높아지나. 아이들 권리가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출산 장려가 어떤 설득력이 있겠느냐"라며 양육비 제도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구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구본창 배드파더스(현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대표ⓒ프레시안(박상혁)

프레시안 : 1월 중 배드파더스(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운영을 재개한다고 예고했다. 재개 이유가 무엇인가.

구본창 :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대법원이 배드파더스 운영은 사적 제재라는 판결을 내린 뒤로 웹사이트 운영을 중단하고 있었다. 비슷한 시기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해져 '이제는 배드파더스가 아니더라도 양육비를 받아낼 수 있겠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와 소통하는 양육자들 중에 형사고소로 양육비를 받아낸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사이트를 운영할 때에는 신상 공개를 피하려 양육비를 지급하던 이들이 문을 닫자 다시 회피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이에 다시 배드파더스를 열고 신상 공개 활동을 하기로 했다.

프레시안 : 사이트는 언제 재개되고, 몇 명이 등재될 예정인가.

구본창 : 1월 중 재개는 확정했지만 정확한 일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해 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 등을 통해 배드파더스 재개를 예고한 이후 현재까지 300여 명이 신상 공개를 요청했다. 현재 이들을 대상으로 사실확인 절차를 거치고 있다. 절차가 마무리되면 순차적으로 배드파더스에 미지급자들의 신상을 공개할 예정이다.

프레시안 : 성평등가족부가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 공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도 배드파더스가 필요한가.

구본창 : 우리도 정부가 신상 공개 제도를 시행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에는 더 이상 배드파더스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이트 문을 잠시 닫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성평등가족부가 시행하고 있는 제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름과 나이, 주소와 직업 등을 공개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진은 공개하지 않는다. 직업도 '회사원' 식으로 뭉뚱그리고 주소도 구체적이지 않다. 사실상 특정성이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배드파더스의 경우 사진을 포함해 인물을 특정할 수 있을 정도의 신상을 공개한다. 양육비 미지급자가 성평등가족부보다 배드파더스의 신상 공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프레시안 : 이미 대법원이 배드파더스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또다시 처벌받을 수 있는데도 나서는 이유가 있나.

구본창 : 민망하기 싫어서 나서는 것이다. 2024년 배드파더스 폐쇄 전까지 신상 공개 등 실질적인 웹사이트 운영은 정체를 밝히지 않은 활동가 두 명이 전담하고, 나는 이들 대신 고소 위협을 받는 역할과 외부 활동을 맡아 왔다. 그런데 최근 활동가들이 내게 '여전히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심각하다'라며 배드파더스를 다시 열자고 제안했다. 내가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차마 '사이트를 열지 말자'고 할 수 없었다. 지난해 수년 동안 소송을 진행하던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들어 안타까운 마음도 컸다. 그래서 미지급자들에게 고소를 당하더라도 사이트를 다시 열기로 했다.

▲지난해 양육비 미지급 소송 중 사망한 피해자와 구본창 대표의 대화ⓒ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카페 갈무리

프레시안 : 처음 양육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배드파더스 활동을 시작한 이유도 궁금하다.

구본창 : 1991년부터 2009년까지 입시학원 영어 강사, 원장 일을 했다. 매일 14시간씩, 1년 중 추석 하루만 쉬고 일하는 삶이었다. 그러다 보니 '번 아웃'이 와서 2010년 48세 나이로 일찍 은퇴했다. 휴양 차원에서 유학 보낸 자녀와 배우자를 만나러 필리핀에 갔고, 우연한 기회로 코피노(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응원하는 마음에 잠시 도우려고만 했다. WLK(We Love Kopino) 단체를 만들어 '코피노맘' 대신 양육비를 추심하고 '코피노 아빠 찾기' 사이트를 운영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지금 함께 활동하고 있는 배드파더스 운영진들이 코피노 아빠 찾기 사이트를 보고 "한국에서 비슷한 형식의 사이트를 운영할 건데 바람막이 역할을 해 줄 수 있느냐"고 부탁했다. 잠깐만 돕는다는 게 이어져 지금까지 15년 넘게 활동하게 됐다.

프레시안 : 장기간 활동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 텐데 어떻게 충당하나. 후원을 받거나 별도의 수익 구조가 있나.

구본창 : 강사 일을 하는 동안 평생 먹고 살 만큼 벌어 놓았다. 그 돈으로 생활비와 서버비, 임대료, 인건비를 내고 있다. 시민들에게 후원받고 있지만 금액이 크지 않다. 필리핀에 있을 땐 코피노맘을 대신해 양육비를 추심하고 일부 수수료를 받았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WLK 활동가들의 인건비를 충당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민다나오섬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슬람 반군에게 납치된 사람들을 구하는 용병 사업을 겸해 인건비를 메꿨다.

▲필리핀 코피노맘을 돕는 WLK 사업비 충당을 위해 용병 사업에 뛰어든 당시의 구본창 대표ⓒX 갈무리

프레시안 : '나쁜 부모'들이 양육비를 주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구본창 : 양육비를 주지 않아도 이렇다 할 처벌이 없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양육비를 주지 않으니까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지출의 우선순위 문제다. 그들은 1순위어야 하는 양육비 지급을 10순위쯤으로 매겨 놓는다. 생활비 쓰고, 빚 갚고, 적금 들고, 노후대비 하고, 애인과 데이트도 하고, 부모님 용돈도 드려야 하니 양육비 줄 형편이 안 된다는 식이다.

프레시안 : 양육비 제도와 관련해 어떤 변화가 생기면 배드파더스 운영을 중단할 것인가.

구본창 : 성평등가족부가 사진을 포함해 양육비 미지급자의 정확한 신상을 공개하면 된다. 우리가 하는 일을 성평등가족부가 한다면 굳이 배드파더스가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신상 공개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도록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 양육비 미지급자가 받을 수 있는 형량은 징역 1년 또는 벌금 1000만 원 이하다. 이는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의 생존권 문제가 아니라 아주 가볍고 사소한 사건으로 취급하는 거다. 양육비 이행명령부터 형사소송까지 평균 5~7년이 걸리는데, 절차가 너무 오래 걸릴뿐더러 소송으로 유죄를 받아내고 대다수가 집행유예 내지 벌금형이다. 이런 제도로는 양육비를 받아내기가 너무 어렵다. 그래서 신상 공개에 의존하게 되는 거다. 이미 국회에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형량을 높이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이를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프레시안 : 양육비 문제와 관련해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구본창 : 양육비 미지급은 지금 태어나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의 생존권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미 태어난 아이들의 생존권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출산율이 높아질 리가 없다. 아이들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데 아이 낳으라고 출산 장려하는 게 어떤 설득력이 있겠나. 저출생 현상을 걱정하기 전에 양육비 미지급 문제부터 하루빨리 해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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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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