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개정 착수…'트럼프 청구서' 날아오나?

농업‧자동차‧철강 등 비상…"트럼프를 위한 협상 될 것"

한국과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 착수하기로 합의해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제2차 한-미 자유무역협정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열어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5일 전했다.

산업부는 "양측은 한미 FTA의 상호호혜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FTA의 개정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면서 "우리 측은 경제적 타당성 평가, 공청회, 국회보고 등 한·미 FTA의 개정협상 개시에 필요한 제반 절차를 착실히 진행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상은 지난 8월 22일 서울에서 열린 1차 공동위 이후 한 달 반 만에 우리 측 제안으로 이뤄졌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처음으로 대좌해 협상을 벌였다.

산업부는 이번 협상에서 우리 측은 한미 FTA의 상호 호혜성, 한미 FTA와 미 무역적자와의 관계 등을 중심으로 하는 FTA 효과분석 내용을 미국과 공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본부장이 1차 공동위 때부터 줄곧 강조한 '개정 협상 전 공동조사'라는 표현이 빠진 대신 "한미 FTA 관련 양국의 관심사항을 균형 있게 논의했다"라고만 언급했다.

이는 개정 협상에 앞서 한미 FTA의 효과부터 먼저 분석하자는 기존 입장에서 우리 측이 한 발 물러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 서한까지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다방면으로 압박해 온 미국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김현종 본부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폐기 서한까지 작성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폐기 위협이 실제적이고 임박해 있다. 블러핑(엄포)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북핵 위기가 다시 고조돼 한미 공조가 주목되는 시점에서 FTA를 둘러싼 양국 간 이견이 드러나는 상황을 피하려는 우리 측의 판단도 수세적 태도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한미 FTA 개정 협상은 미국이 국내 절차에 속도를 내면 이르면 내년 초에 개시될 전망이다. 미 무역촉진권한법(TPA)에 따라 FTA 개정협상은 개시 90일 전에 행정부가 의회에 통보하도록 되어 있다.

이처럼 한미 FTA가 사실상 개정 협상 절차에 돌입한 이상, 우리 측이 '이익의 균형'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협상 결과에 따라선 그동안 대미 무역 흑자의 요인으로 지적됐던 철강, 자동차 뿐 아니라 농업도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에서 우리 측이 양국 교역 및 투자 확대, 시장 점유율 증가 등 효과 분석 자료를 제시했음에도 미국 측은 농산물 수입관세 철폐와 함께 자동차, 철강, IT 분야의 교역 불균형 문제 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미 FTA 재협상으로 가장 큰 타격이 우려되는 업종은 자동차 분야다. 무관세 원칙이 관세 부과 원칙으로 변경된다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철강 업계도 미국이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철강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게 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 측이 법률 등 서비스 시장의 추가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상품 무역 적자를 미국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서비스 시장 추가 개방을 통해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이 우려된다. 미국은 1차 한미 FTA 공동위에서 우리 정부에 한미 FTA 공동위 특별회기에서 농산물 수입관세 즉시 철폐를 요구했다. 한미 FTA 발효 5년이 지난 현재 아직까지 관세가 남은 농산물은 545개 품목으로 추정된다.

한미 FTA 개정 협상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농민회총연명(전농)은 성명을 내고 "우려했던 대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 준 것으로 이는 추가 개방을 약속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한미 FTA 개정 협상은 트럼프가 자신의 보수세력을 규합하고 정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다"면서 "트럼프의, 트럼프에 의한, 트럼프를 위한 한미FTA 개정협상"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김현종 본부장은 1차 협상 때와는 달리 미국의 요구를 무조건 받아 준 것"이라며 "촛불혁명이 만든 새 정부에 애초부터 김현종은 어울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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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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