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북핵 동결 대 한미훈련 축소 교환" 거듭 촉구

"한국 핵무장·전술핵 보유 불가능…경제 초토화, 한미동맹 해체돼"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가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을 강조하며, 그 시작점으로 변형된 형태의 '쌍중단'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쌍중단'은 중국의 북핵 해법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동결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맞교환하자는 것이다. 지난 6월 문 특보는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이 같은 주장을 했으나 문재인 정부는 이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문 교수의 제안은 이 가운데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을 '축소'로 변경한 것이다.

문 교수는 14일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국회 한반도평화포럼' 초청으로 국회 의원식당에서 가진 강연에서, 청와대 특보 자격이 아닌 연구자(교수) 개인 자격의 의견임을 전제로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문 교수는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볼 거냐 안 볼 거냐 하는 문제가 있지만, 솔직히 (정부 특보 입장이 아닌) 학자로서는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며 "그런데 '비핵화를 해야 대화에 나선다'고 하면 북한이 받지 않을 것"이라고 "'동결'을 전제로 한 대화" 정도가 가능한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현실적 판단'의 근거로 △북한이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을 모두 상당 분량 보유하고 있고, △최근의 미사일 실험을 통해 운반능력도 입증한 데다가, △"완전한 형태는 아니"지만 핵무기와 운반수단의 결합을 위한 소형·경량·표준화도 "거의" 달성했다는 점을 들었다.

문 교수는 이어 "유연하고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연계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주장하는 '쌍궤병행'이 이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보수적인 분들은 '평화체제를 하면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해체 아니냐'고 하는데 그럴 필요 없다. 북한이 원하는 대로 하는 게 협상이 아니지 않나"라며 "(그것은) 협상에 달린 것이지, 미군 철수, 한미동맹 해체를 우리가 받겠나?"라고 일축했다.

그는 "안보 딜레마의 해법은 남북관계 개선에서 찾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하다"며 "'동북아 비핵지대화' 같은 지역적 접근이 필요하다. 핵을 보유한 미·중·러는 비핵 국가들에 대해 핵무기 불사용 원칙을 보장하고 핵무기 비보유국은 핵무장을 하지 않는다는 제도화하면 (비핵지대화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6자회담이 정체돼 있는데, 6자회담을 발전시켜 '동북아 안보 정상회의' 같은 것을 만들어 정상들이 만나 이야기해야 한다. (6자회담 당시) 차관급들이 만나서 하니 되는 게 없더라"며 "그 틀 안에서 북한 비핵화를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미국과 일본 전문가들의 주장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포드대 교수의 주장을 "설득력 있는" 해법이라고 강조하며, 북핵 문제의 입구는 헤커 교수가 말하는 '4NO'라는 명제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4NO'란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실전 배치하지 않고(No use), 더 이상의 핵실험을 하거나 핵물질 보유량을 늘리지 않고(No more), 핵무기를 고도화하는 소형·경량화나 수소폭탄 실험을 더 하지 않고(No better), 핵무기와 핵물질을 제3국에 유출하지 않는(No export) 것을 뜻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특히 'No use'는 최근에 헤커 교수가 새로이 주장한 내용이라면서, 헤커 교수가 자신과 만나 "북한이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하지 않아도 실전 배치만 해도 위험도가 높다. 북한은 핵무기 안전관리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낮아서, 핵무기를 만드는 데만 신경을 썼지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는 모른다. 혹시 사고로 폭발한다든지 했을 때 직접적 피해는 물론 한·중·일에 방사성 낙진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국 핵무장? 불가능…북한같은 '불량국가' 되고 경제 초토화"


문 교수는 또 북한에 "일관되고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며 최근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예방전쟁에서 외교 대화까지 스펙트럼 넓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고, "강력한 안보의 기반"을 유지해야 하지만 동시에 "제재와 압박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재와 압박을 통한 해법을 △경제 제재, △군사적 억제, △미사일 방어, △선제타격 또는 예방전쟁, △북한 붕괴 유도, △한국의 핵보유 또는 미군 전술핵 재배치 등 6가지로 범주화했다. 먼저 경제 제재의 경우 그는 "북한이 수입대체(Import substitution·수출 주도형과 대비되는 경제모델)를 통해 제재에 내구성과 적응력을 보이고 있다"며 그 외에도 중·러의 협력 문제, 북한 주민의 고통, 사태 장기화가 오히려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 등도 문제로 지적했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주력하고 있는 군사적 억제와 미사일 방어라는 수단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의 예산적 제약과 함께 이번 사드 배치에서도 드러난 중·러의 반발 및 경제 제재를 위기 요인으로 꼽았다. 대북 선제타격이나 예방전쟁은 국제법상 위법일 뿐더러 엄청난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고, 북한 체제 붕괴를 유도하는 것도 북한이 김정은 1인 통치 체제이면서 동시에 군·당 집단지도체제라는 점, 북한 대량살상무기의 통제불능 가능성 등 때문에 해법이 되기 어렵다고 그는 지적했다.

특히 북한 붕괴 유도라는 해법과 관련, 그는 최근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월스트리트저널> 기고 등을 통해 "중국이 원유 공급을 중단해 북한을 망하게 하면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하자는, 미중 간 대타협 제안을 했다"며 "동의하지 않는다. 키신저 전 장관이 북한과 중국을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술핵 배치나 한국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핵)보유는 어렵다. 은밀히 한다고 하면 지금 북한처럼 된다"며 "한미원자력협정은 깨지고, 미국이 공여한 핵시설·연료는 다 가져갈 거다. IAEA가 한국을 제소하면 북한이 지금 받는 제재를 우리가 받게 된다. 그럼 수출도 못하고 경제는 망가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IAEA를 통한 핵연료 공급도 중단돼 우리 원자력 산업도 중단되고, 국제 사회에서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가 된다"고 경고했다.

미군의 전술핵 재배치나 이른바 '나토(NATO)식 핵 공유'에 대해서도 그는 주한미군의 비용 부담, 군산 미군기지가 북·중·러의 군사적 표적이 될 가능성 등을 지적하고, 이어 "핵무기와 그 관련 정보를 공유하려면 한국이 미국과 별도의 군사 협정을 맺어야 미 의회가 그것을 인준해줄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고 일축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회 한반도평화포럼' 소속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문희상(6선), 원혜영(5선), 오제세(4선), 김태년(3선), 김한정, 소병훈, 위성곤(이상 초선) 의원이 참석했다. 국민의당에서는 포럼 대표인 박선숙 의원과 천정배(6선), 김동철, 박주선, 박지원, 정동영, 주승용(4선), 유성엽(3선), 김성식(재선), 김삼화, 박준영, 오세정, 최경환(초선) 의원이, 정의당에서도 안보 전문가인 김종대 의원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김동철 의원은 문 교수의 발표 전 자신이 전술핵 배치 검토를 주장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제가 당 입장과 달리 개인적으로 주장하는 전술핵 재배치 카드는 자유한국당과 다르다"며 "한국당은 공포의 핵 균형을 위해 전술핵을 재배치하자는 것인데, 저는 그게 아니라 전술핵 재배치 카드로 중국을 움직여(대북 제재에 동참하게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해명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박지원 의원은 축사에서 "저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이 와중에 계속 북한 김정은에게 대화를 요구하는 것은 아주 잘한 일"이라고 덕담을 건넸고, 천정배 의원도 "제재·압박은 대화를 이끌어 내는 수단이 돼야지 무슨 전쟁이나 충돌이 일어난다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보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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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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