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내에서도 논쟁…우원식 vs. 이상민 공개 설전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21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미애 대표가 어제 (증세 주장을) 말한 것은 저희 당 안에서 정리해 가고 있는 것을 말한 것"이라며 추 대표의 전날 발언이 여당 내에서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 대표는 전날 청와대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해 "법인세 과세표준을 새로 만들어 소득이 2000억 원을 초과하는 초 대기업에 법인세율 25%를 적용하자"고 제안하는 한편 "소득 재분배를 위한 고소득자 과세 강화 방안으로, 현행 40%인 5억 원 초과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42%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관련 기사 : 집권당과 내각서 봇물 터진 '증세', 靑 "검토하겠다")
우 원내대표는 "지금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로 (방향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세제는 국민 신뢰가 필수이기에 정부가 할 도리를 다 해서 세제 행정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재원이 있다면 솔직하게 밝히고 그 필요성에 동의를 구하는 과정과 절차를 통해서 신뢰를 확보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증세 추진에 힘을 실었다.
우 원내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증세 이슈가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에는 "초 고소득자와 초 대기업에 세금 더 걷는 게 지방선거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반박하며 "오히려 여기서 걷어진 재원을 가지고 중소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비용으로 쓰자. 이렇게 하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여당 내에서도 신중론이 나오기도 했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CBPC) 라디오 인터뷰에서 "복지를 좀더 확대하고 일자리 등에 소요되는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입장에 대해서는 저도 일단은 수긍을 하지만, 정부 구조조정이나 비용 절감 노력도 없이 곧바로 증세를 하겠다고 하면 국민들이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4선 중진인 이 의원은 "정부로서는 비용 절감, 구조조정 노력을 선행적으로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세가 필요하다고 할 때에는 할 수 있지만, 그런 노력도 하지 않고 곧바로 돈을 더 걷겠다고 하면 오히려 조세저항이 더 생길 것"이라며 "곧바로 증세 시작을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일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소득세가 아닌 법인세 인상 부분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법인세도 직접적으로는 기업의 비용으로 들어가지만 결국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 등으로 전가가 되고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 법인세 인상의 종국적인 부담자는 소비자"라며 "돈을 쉽게 걷어서 국가 세원을 감당할 수는 있지만 결국 부담은 일반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잘 살펴서 해야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바른 "국민 동의하겠나" vs.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야권에서도 상반된 주장이 동시에 나왔다. 이들 두 정당은 야당이기는 하지만,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유승민 대선후보가 '중부담-중복지'를 주장하며 증세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국민의당에서는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그렇지 않아도 국민 삶이 어렵고 경기가 어려운 상태에서 여기서 또 소득세 증세를 한다? 도대체 국민들이 동의를 하겠느냐"며 비판적 입장에 섰다. 박 위원장은 이날 YN 라디오 인터뷰에서 "(증세는) 사실 현실을 반영한 주장이긴 하다"면서도 "그것도 국민적 동의를 좀 받아서 해야 할 것"이라며 "예를 들어 178조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 전략도 세우지 않고 먼저 계획을 (발표)해놓고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하면서 느닷없이 증세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 '준비된 정부'의 국정과제 선택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당 지도부 회의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촛불시위를 등에 업은 '광장 정치'를 하려는 것 아니냐"며 "국정 100대 과제는 광장정치의 대표적 사례다. 178조 예산이 수반되고 600개 입법이 필요한데 야당과는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178조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고 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이에 가세해 "더 큰 문제는 재원 조달 방안"이라며 "비과세 감면 축소 등 세출 절감 방안은 구체성이 떨어지고 이미 박근혜 정부에서 실패했던 대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당 내에서도 박지원 의원은 "법인세 등 '부자 증세'를 하지 않고는 예산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부자 증세를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찬열 국민의당 비대위원도 이날 회의에서 "재정 투자를 줄이고 세입을 늘려 재원을 마련한다는 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우려된다. 전문가들도 세출 줄이기가 가능하겠냐는 의문이 많다"며 "비과세 감면 축소 등은 박근혜 정부에서 해오던 것으로 과연 문재인 정부가 어떤 차별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으면서도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어제 '재원 조달 방안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표를 걱정한다고 증세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고 언제까지나 갈 수는 없다'고 했는데, 정말 소신 있는 장관"이라고 김 장관을 추켜세워 눈길을 끌었다.
이 비대위원은 "'증세 없는 복지'는 이미 박근혜 정부에서 허구로 드러났다"며 "대통령은 국민 앞에 솔직해져야 한다. 증세 필요성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바른정당 김세연 정책위의장도 거의 비슷한 주장을 폈다. 김 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좀더 솔직해져야 한다"며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 달성에 필요 재원 178조 가운데 세입 확충으로 82조, 세출 절감으로 95조를 달성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민주당이 강하게 비판했던 박근혜 정부의 '공약 가계부'보다 훨씬 못한 재원 조달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세수 자연증가분으로 60.5조를 조달하겠다는 것은 비 오기만 기다리며 농사를 짓겠다는 것처럼 무책임한 처사"라고 했다. 바른정당 대선후보였던 유승민 의원은 대선 기간 내내 일관되게 증세를 주장한 바 있다.
한국당은…"세금 폭탄", "대기업 옥죄기", "공무원 공화국"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런 치열한 토론에서 한 발 비켜서 있는 처지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 세계 추세는 정부의 규제와 개입은 줄이고 자율성을 강조하는 추세"라며 "(추경으로) 100만 명 넘는 공무원을 갑자기 늘려 '공무원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이현재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증세 없이는 할 수 없는, 178조 소요 예산이 드는 '100대 과제'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증세 카드를 꺼내드는 모습"이라며 "지출만 가득한 경제공약과 관련해 여당이 총대를 매는 잘 짜인 각본"이라고 비난했다. 이 의장은 "무리한 공약을 위한 세금 인상으로 국민에 부담을 전가시키는 증세는 신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선동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금폭탄 공화국이 될 판"이라며 "모두 다 국민 부담으로 돌아갈 일"이라고 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작은 정부가 되어야 국민의 세금이 적은데, 큰 정부가 되면 국민 세금 부담이 증대되지 않을 수 없다"며 "법인세를 증세하게 된다면 이것은 '대기업 옥죄기'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대표는 "법인세는 전 세계적으로 인하하는 추세인데 이렇게 역주행을 하다가는 우량 대기업들은 해외로 탈출하고 성장 엔진은 멈추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야말로 시대착오적"이라고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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