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회피한 文대통령 '허리띠 졸라매기'로 우회

"강도 높은 재정 개혁하라"…각 부처에 '지출 구조조정' 지시

문재인 대통령은 새 정부 5년간 국가 재정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첫 '국가 재정 전략 회의'를 20일 주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은 정부'를 탈피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재정 개혁'을 언급했다. '증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국가 재정 전략 회의'를 열고 "그동안 '작은 정부'가 좋다는 맹목적인 믿음이 있었지만, 저성장 양극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재정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면서 "새 정부는 '작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정부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특히 "경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경제 정책의 중심을 국민과 가계에 두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고, 그 핵심은 일자리"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재정 방향에 대해서는 △일자리, 보건복지 등 민생, 교육 등 '사람'에 대한 투자에 우선순위를 둘 것 △서민, 중소기업, 지역 간 균형발전 등을 고려할 것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재정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 등을 당부했다.

이번 회의는 국가 재정 운용의 큰 방향과 전략을 결정하는 재정 분야의 최고 의사결정 회의로, 이번 회의에선 문재인 정부 5년 간의 재정 정책 방향과 국정 과제를 뒷받침할 재정 운용 방안 등이 논의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나랏돈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이 자리에서도 '증세'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씀씀이를 늘리는 적극적인 재정 정책에 상응하는 대책을 회피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적극적인 재정 정책은 반드시 강도 높은 재정 개혁과 함께 가야 한다"면서 증세보다는 재정의 씀씀이를 효율화하는 '허리띠 졸라매기'를 앞세웠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첫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재정이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지만, 예산 제약 때문에 우선순위를 정해서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이를 위해서 많은 예산 사업들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를 철저히 점검하여 현재의 예산을 절감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해야 할 것"이라면서 각 부처에 기존 '지출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 회의에서 '증세'에 대한 소신 발언을 하는 등 정부 내에서도 증세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부겸 장관은 "표를 걱정한다고 증세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고 복지는 확대해야 하는 상태로 언제까지나 갈 수는 없다"면서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 방안을 언급했다. (☞관련 기사 :
김부겸 "文대통령 증세 의지 약화 아닌가" 소신 발언)

전날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공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도 178조 원의 재원조달 방안이 제시됐으나 소득세, 법인세 등의 세율을 올려 재원을 조달하는 증세 방안에 대한 언급 없이 세수 자연 증가분과 재정 지출 절감 등에만 의존해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편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에는 추미애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이낙연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들이 총출동했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도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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